프리미엄급 막걸리 '담은' 다 좋은데 단맛이 옥에 티

  • 취화선
  • 입력 : 2017.10.1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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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일동막걸리에서 내놓은 프리미엄 막걸리
▲ 포천일동막걸리에서 내놓은 프리미엄 막걸리 '담은'. 평범한 플라스틱 통에 남았지만 통에 곡선을 주고 포장지를 바꾸고 타이포그래피에 신경을 쓰는 식으로 고급화했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28] 한 통에 1만원이 넘는 막걸리를 발견했다.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얼마나 자신있길래 이런 가격을 붙인 것일까.

막걸리 '담은'은 막걸리회사 포천일동막걸리에서 내놓은 슈퍼프리미엄급 막걸리다. 대형마트에서 750㎖에 약 1만1000원에 팔리고 있다. 소규모로 주문 제작해서 판매하는 막걸리를 제외하고 일반에 유통되는 막걸리 중에서는 최고가가 아닐까 싶다.

막걸리통은 투명한 플라스틱이다. 대신 전통 도자기처럼 완만한 곡선을 살려 고급스러운 제품임을 은근히 드러냈다. '품질인증 술'이라는 황금색 인장도 찍혀 있다. 술의 원료가 국산이라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확인을 받은 제품에만 새길 수 있는 인장이다.

한지 비슷한 느낌의 포장지로 주둥이를 막고 노끈으로 묶어 여느 막걸리와 차별화를 꾀했다. 노끈에는 '대한민국 주류대상 대상-우리술(탁주) 생막걸리 부문'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기대가 부풀었다. 술을 사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마실 채비를 했다. 병 하단의 40%가 침전물이었다.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침전물이 너무 많아 잘 섞이지 않았다. 힘차게 다시 섞고 거품이 꺼지기를 기다렸다가 막걸리통을 땄다.

진한 막걸리향이 확 풍겨 나왔다. 통을 기울여 잔에 따랐다. 걸쭉한 액체가 콸콸 쏟아졌다. 따라놓고 코를 대보니 잔에서는 막걸리향이 거의 나지 않았다. 딸 때 나는 냄새가 전부였다.

막걸리 한 모금을 입안 가득 머금었다. 점도가 아주 높았다. 거의 수프에 가까웠다. 달기도 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과하다고 할 만큼 달았다. 신맛이 살짝 났지만, 강렬한 단맛에 묻혀버렸다. 아주 단 요구르트와 비슷한 맛에 술맛이 가미됐다고 상상하면 거의 비슷할 것이다. 당도가 너무 높아 뒷맛이 썩 좋지 않았다. 끈적임이 오래 남았다.

대체 뭘 넣었기에 이렇게 단 것인가. 라벨에는 '고과당'이 들어 있다고 쓰여 있었다.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고과당은 옥수수 전분에서 얻은 '감미료'다. 설탕보다 75% 더 달다. 제조사는 홈페이지의 제품설명에 '합성감미료 사용 안 함/자연 발생적인 적절한 당도'라고 명시했다. 제품 라벨과 홈페이지 설명이 들어맞지 않아 의아했다.

대충 만든 막걸리는 아니다. 그래서 더 아쉽다. 조금만 덜 달게 만들었으면 완벽했을 것 같다. 어쩌면 소수의 '주당'들보다 보편타당한 입맛을 노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맛있다고 할 만한 그런 맛이기는 하다.

너무 달아서 어울릴 만한 음식을 찾기가 쉽지 않다. 좋은 음식에 곁들였다가는 음식 맛도, 술맛도 다 놓치기 십상이다. 차라리 술만 마시든지, 잘 익은 김치를 안주로 삼는 게 좋겠다.
▲ 너무 달아서 어울릴 만한 음식을 찾기가 쉽지 않다. 좋은 음식에 곁들였다가는 음식 맛도, 술맛도 다 놓치기 십상이다. 차라리 술만 마시든지, 잘 익은 김치를 안주로 삼는 게 좋겠다.
너무 달아서 음식과의 조화도 잘 맞지 않을 듯하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마시려면 좀 덜 단 다른 막걸리를 찾는 게 좋겠다. 굳이 음식에 곁들이겠다고 하면 매운 음식과 그나마 어울리겠다. 차라리 김치를 안주로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사 마실 일은 없을 듯하다. 알코올 도수는 6도다.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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