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와 A매치데이

  • 정지규
  • 입력 : 2017.10.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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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월드컵 H조 3차전 한국과 벨기에의 경기(2014.6)/사진=이충우 기자
▲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3차전 한국과 벨기에의 경기(2014.6)/사진=이충우 기자
[쇼미 더 스포츠-59] 축구는 전 세계의 수많은 스포츠 종목 중 가장 글로벌한 스포츠이다. 전 세계 국가 중 축구를 하지 않는 나라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스포츠이다. 이 때문에 지역을 막론하고 수많은 대회와 리그가 열리고 있다.

축구대회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다. 너무 많아서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열리고 있는지 집계를 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요즘은 여자축구까지 점점 붐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FIFA나 각 축구협회는 기본적으로 성별과 나이에 따라 기준을 달리해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성인 프로 남자팀들 간의 시합 및 대회이고, 그중에서도 최고의 무대는 국가 간 대항전인 월드컵이다. 우리가 통상 월드컵이라고 부르는 성인 남자 국가 대표들 간 대회의 공식 명칭은 'FIFA World Cup'이다. 월드컵은 4년에 한 번씩 열리고, 모든 FIFA 가맹국이 대륙별 지역 예선을 거쳐 32개국만이 본선에 참가할 영광을 누리게 된다. 월드컵이 특별한 이유는 각 국가의 명예를 걸고 뛴다는 데 있다. 실력이 아무리 출중한 축구 선수라고 해도 자신의 조국이 약체라면, 월드컵에 영원히 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1990년대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였던 조지 웨아(라이베리아)가 그랬고, 라이언 긱스(웨일스)에게도 월드컵은 그야말로 꿈과 같은 무대였다.

세계 방방곡곡에서 축구가 최고의 인기 스포츠라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보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자국이 아닌 다양한 리그의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명예와 애국심이라는 이름으로 수시로 한데 모으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스타급 축구선수들의 몸값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이들에게 연봉을 주는 것은 협회나 국가가 아닌 클럽 팀들이다. 축구클럽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소중한 자산인 선수들이 자신들을 위한 경기가 아닌데 나가서 능력치가 떨어지거나, 나아가 부상을 입게 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FIFA나 각국 축구협회 입장에서는 국가대표팀 간의 경기는 매우 매우 중요한 콘텐츠이다. 자국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고조시키는 것은 물론 마케팅이나 수익 측면에서도 그 효과는 엄청나다. 이 때문에 클럽들과 FIFA를 비롯한 축구협회들 간의 갈등은 늘 상존해 왔으며, 그로 인해 생겨난 상호 간의 협상물이 A매치 데이이다.

A매치에 대해 FIFA는 "FIFA에 소속된 두 축구협회를 대표하는 팀 간의 경기"로 정의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A매치는 국가 대항전이 아니고 협회 대항전이다. FIFA가 이렇게 정의하는 데는 FIFA의 가맹 주체가 반드시 국가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영국과 같이 하나의 나라에 4개의 협회가 있는 곳도 있다). 위 정의에서 또 하나 주목할 사실은 해당 협회를 대표하는 팀 간의 경기라는 문구이다. 즉 경기를 치르는 양 협회가 경기를 치르는 팀이 자신들을 대표하는 팀이라고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가 자주는 아니지만 간혹 발생한다. 실제로 2001년에 UAE에서 열렸던 한국과 덴마크 간의 친선경기는 당시 덴마크 측이 선수들을 2진급으로 선발했고 이를 자신들의 A팀이 아니라고 FIFA에 통보했기 때문에 공식 A매치로 인정받지 못했다.

FIFA는 각 축구협회 간의 A매치 데이 기간을 연간 5회 정도로 잡고 있다. 각 기간 중 최대 3회까지 A매치를 잡을 수 있어 연간 최대 A매치 횟수는 최대 15회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기간별 2회씩, 10회 정도가 열리고 있다. A매치 기간에 벌어지는 경기는 월드컵이나 각 대륙선수권대회의 예선경기와 친선경기, 크게 2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월드컵이나 각 대륙선수권대회의 예선경기들은 A매치 기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일례로 지난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 또한 2년여에 걸친 A매치 기간에 치러졌다. A매치 기간에 열리는 또 다른 경기는 소위 '평가전' 혹은 '친선경기'이다.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우리 국가대표의 평가전들 또한 모두 A매치 기간에 열리고 있다. 사실 평가전에 성격 및 중요성 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하지만 평가전은 우리 언론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이고, 공식적인 명칭은 친선경기(Friendlies)이다. 지난번 스위스에서 치른 모로코전에서 3명이 아닌 최대 6명의 선수를 교체할 수 있었던 것도 양 팀 간의 친선경기였고, 상호 협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A매치 친선경기는 말 그대로 친선이긴 하지만 서두에 언급했듯이 각 협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수시 소집이 어려운 만큼 단순한 친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월드컵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만날 수 있는 횟수는 기껏해야 연중 5회에 불과하고, 경기 수도 10경기 남짓이다. 이 또한 경기력이나 부상이라는 변수에 따라 모이는 선수들의 면면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 팀 전술과 선수들 간의 호흡이 중요한 축구 경기의 특성을 감안할 때 국가대표 소집 횟수는 사실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는 FIFA 가맹국 모두가 마찬가지 조건이다. 이 때문에 A매치 소집 기간과 그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할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이유는 많겠지만 기회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기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뻔히 보이는 기회를 놓쳐 후회하는 것만큼 아쉽고 어리석은 일도 없다. 누군가에게는 그 기회조차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은 기회를 정말 잘 활용해야 할 시기이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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