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태어난 해에 만든 '생년 빈티지' 강화 와인 - 세펠츠필드

  • 나보영
  • 입력 : 2017.10.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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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깊은 호주 바로사 밸리의 강화 와인 세펠츠필드
▲ 유서 깊은 호주 바로사 밸리의 강화 와인 세펠츠필드
[세계의 와인기행-40] 와인 애호가들은 '올빈' '굿빈' '망빈' '생빈' 같은 알쏭달쏭한 단어를 자주 쓴다. 모르는 사람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든 독특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 단어들은 빈티지(Vintage·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를 수확한 해)에 관한 약자다. 올빈은 '올드 빈티지', 굿빈은 '굿 빈티지', 망빈은 안 좋았던 해를 빗댄 표현인 '망한 빈티지'란 뜻이다. 마지막으로 '생빈'은 '생년 빈티지'의 약자로서 자신이 태어난 해의 포도로 만든 와인을 의미한다.

생년 빈티지 와인은 미리 구입해서 보관해 두었다가 생일에 오픈하거나, 혹은 누군가로부터 생일 축하 선물로 받을 때 큰 기쁨을 안겨준다. 다만 해당 빈티지를 구하기가 쉽지 않고, 자신의 생년 빈티지가 작황이 좋았던 해가 아닌 경우도 있다. 게다가 우리가 와인을 마시는 연령을 생각해 보면 아무리 짧아도 20년 전에는 만든 와인이어야 하는데, 그만큼 장기 보관이 가능한 와인이 흔한 것도 아니다.

이런 여러 가지 변수에 구애 받지 않고 생년 빈티지를 구입하기 좋은 와인으로 '강화 와인'이 있다. 강화 와인이란 와인에 브랜디의 원액이나 그와 비슷한 형태의 알코올을 첨가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인 와인을 말한다. 포르투갈의 포트와인(Port Wine)이나 스페인의 셰리(Sherry)가 대표적이다. 특히 포르투갈로 여행가는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난 해에 만들어진 빈티지 포트를 사오는 것으로 여행을 기념하곤 한다.

1878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매해의 빈티지 강화 와인이 숙성되고 있다.
▲ 1878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매해의 빈티지 강화 와인이 숙성되고 있다.
호주의 역사 깊은 와인 생산지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에서도 강화 와인이 생산된다. 여러 와이너리 중에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는 세펠츠필드(Seppeltsfield) 와이너리가 있다. 바로사 밸리의 깊숙한 내륙에 자리한 세펠츠필드는 166년의 역사를 지닌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다. 독일에서 이주한 사업가 조셉 에른스트 세펠트(Joseph Ernst Seppelt)에 의해 1851년 설립된 이래로 3세대에 걸쳐 전해 내려오고 있다.

세펠츠펠트는 1878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매해의 빈티지 강화 와인이 숙성되고 있는 공간인 센테니얼 컬렉션(Centennial Collection)으로 유명하다. 누구나 예약하고 찾아가면 직접 둘러볼 수 있으며, 각자 탄생한 해에 만들어져 오크통에서 직접 숙성되고 있는 와인을 시음해 볼 수 있다.

직접 가서 보면 오크통이 가지런히 늘어선 모습 자체가 근사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묵직한 오크통의 마개를 열고 와인을 쭉 뽑아 올리는 모습에선 경이로운 느낌마저 든다. 와이너리 안내자가 오크통 사이를 거닐며 방문객이 태어난 해의 와인을 꺼내주는데, 단체 여행객들은 이때에 서로의 나이를 공개하면서 더욱 친숙해지는 재미도 있다.

와이너리 안내자가 오크통 사이를 거닐며 방문객이 태어난 해의 와인을 뽑아 준다.
▲ 와이너리 안내자가 오크통 사이를 거닐며 방문객이 태어난 해의 와인을 뽑아 준다.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생빈' 와인이나 소중한 누군가의 '생빈' 와인을 사오는 이들도 많다. 아직 어린 자녀의 것을 미리 사서 아이가 스무 살이 되는 해에 온 가족이 함께 마시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봤다. 만약 누군가에게 선물할 와인을 찾고 있다면, 생년 빈티지의 강화 와인이 잊지 못할 기쁨이 될 듯하다.

나보영 여행작가
▲ 나보영 여행작가
[나보영 여행작가]

※2005년 기자 생활을 시작해 '주류저널(Liquor Journal)' 수석기자로 여행과 와인을 담당하며 5년 동안 일했다. 퇴사 후 전 세계 와이너리를 여행하며 다양한 신문과 잡지에 기고하는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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