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향과 '불맛'의 조화 독특한 조니워커 더블블랙

  • 취화선
  • 입력 : 2017.10.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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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워커 더블블랙은 일반 블랙보다 한층 남성적으로 디자인됐다. 병을 두른 띠의 폭이 더 넓고 병이 검은 빛을 띤다.
▲ 조니워커 더블블랙은 일반 블랙보다 한층 남성적으로 디자인됐다. 병을 두른 띠의 폭이 더 넓고 병이 검은 빛을 띤다.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29] 위스키 조니워커 더블블랙에는 달콤한 바닐라향과 묵직한 스모크함이 환상적으로 뒤섞여 있었다. 더블블랙은 조니워커 제품군에서 네 번째로 높은 등급의 술이다.

블루(연수 미표기)가 최고급이다. 이어 플래티넘(18년산), 골드(연수 미표기), 더블블랙 순이다. 다섯 번째가 그 유명한 블랙(12년산)이다. 더블블랙은 2010년 출시됐다.

블랙은 품질이 뛰어난 12년산 블랜디드 위스키다. 개인적으로는 12년산의 교과서와 같은 술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향의 조화가 뛰어나다.

블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처음 더블블랙을 발견했을 때 그 맛이 너무 궁금했다. "더블블랙이라니, 두 배로 맛있는 블랙이라는 소린가!"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장을 보다가 '추석 한정판 더블블랙'을 발견했다. 몇천 원 할인해주는 데다가 전용잔, 아이스볼 몰드(얼음틀)까지 줬다. 아내 눈치를 보다가 담대하게 한정판 케이스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아내는 혀를 찼다.

무슨 맛일까 하는 기대감과, 얄팍한 상술에 넘어가 그냥 블랙과 별 차이 없는 술을 산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을 안고 술병을 땄다.

첫 잔은 스트레이트다. 여느 위스키와 비슷한 냄새가 났다. 색깔은 블랙보다 조금 짙은 호박색을 띠는 것처럼 보였다. 7부로 채운 샷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아, 속았다. 블랙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할 찰나, 뜨거운 바닐라향과 훈연이 식도를 타고 올라와 콧속을 휘감았다.

보통 술을 평할 때 쓰는 '과일향이 난다' 또는 '스파이시함이 느껴진다' 정도가 아니었다. 노골적인 맛이었다. 그러면서도 고급스러웠다. 그냥 블랙보다 강렬하고 남성적이었다. 감탄했다. 한 잔 더 스트레이트로, 이번에는 원샷 하지 않고 홀짝였다.

스트레이트로 마실 때에는 미지근한 생수를 함께 마신다. 알코올에 마비된 혀가 풀려 술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 스트레이트로 마실 때에는 미지근한 생수를 함께 마신다. 알코올에 마비된 혀가 풀려 술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위스키나 코냑과 같은 향이 진한 양주를 스트레이트로 마실 때에는 생수를 곁들이면 좋다. 한입 마시고 입을 헹군 뒤 다시 한입 마신다. 알코올에 마비된 혀가 풀려 술맛을 더 잘 느낄 수 있어서다.

더블블랙의 진가는 온더록에서 드러났다. 얼음이 위스키의 화기(火氣)를 순화했다. 알코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자 향은 더 선명해졌다. 스트레이트에서는 바닐라향과 스모크함이 혼재됐었다. 온더록에서는 순차적으로 느껴진다. 바닐라향이 먼저 나고, 훈연이 뒤따른다.

스트레이트로 마실 때에는 왠지 마음이 조금 급했다. 하지만 온더록에서는 여러 향을 음미하면서 여유롭게 마셨다. 집에서 제대로 위스키를 즐기려면 큰 구형 얼음틀은 필수다. 일반 냉장고 각얼음은 너무 빨리 녹아 풍미를 해친다.

조니워커 홈페이지에는 더블블랙과 소다수, 약간의 꿀을 섞어 마셔도 좋다고 쓰여 있었다. 비율은 더블블랙 1대 소다수 3이다. 얼음을 가득 채운 잔에 술과 소다수를 붓고 소량의 꿀을 넣고 라임으로 장식하면 된다. 꿀을 넣는 것을 빼면 위스키 하이볼과 동일한 레시피다.

나는 라임은 생략했다. 얼음 때문에 술이 차가워서 꿀이 잘 안 녹았다. 하이볼과 다를 게 없었다. 더블블랙의 향이 조금 나기는 했다. 더블블랙을 이렇게 마시기에는 조금 아까웠다.

개인적으로는 온더록, 스트레이트 순으로 추천한다. 좋은 술을 굳이 소다수에 섞어 마실 필요는 없겠다. 더블블랙과 블랙 중에 어느 것이 더 낫냐는 질문에는 대답하기 어렵다. 더블블랙에는 특별함이, 블랙에는 클래식함이 있어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다. 더블블랙을 다시 사서 마실 의향이 있다. 알코올 도수는 40도이며 대형마트에서 700㎖에 약 5만원이다.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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