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재료로 빚은 '첫술' 평범한 맛에 아쉬움만

  • 취화선
  • 입력 : 2017.10.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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햅쌀로 빚은 막걸리
▲ 햅쌀로 빚은 막걸리 '첫술'. 프리미엄을 표방한 제품답게 유리병에 넣고 고급스러운 라벨로 장식했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30] 싱싱하고 힘찬 햅쌀로 그저 그런 막걸리를 빚고 말았다. 국순당 '첫술'이다. 햅쌀은 그해에 새로 난 쌀이다. 묵은쌀보다 맛이 좋고 영양소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묵은쌀보다 비싸다. 햅쌀처럼, 첫술도 비싸다. 750㎖ 한 병에 4200원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막걸리의 네 배쯤 되는 가격이다.

국순당은 매년 햅쌀로 만든 첫술을 한정 판매한다. 올해에도 딱 4800병을 만들었다. 11월 14일까지만 판매한다. 라벨에 '2017 햅쌀로 빚은 生 막걸리 첫술'이라고 적었다. 훌륭한 문구다. 이 글을 보고도 회가 동하지 않을 술꾼은 드물 것이다. 라벨 하단에는 또 작은 글씨로 '1년에 단 한 번 빚는 프리미엄 햅쌀막걸리'라고 썼다. 1년에 딱 한 번이라니, 가격 때문에 주저할 술꾼마저 무릎 꿇게 할 만한 묵직한 일격이다. 라벨은 미색 바탕에 파스텔톤의 파랑과 노랑으로 장식했다. 은은하다. 병도 고급스럽다. 유리병을 썼다. 보통 막걸리는 단가를 줄이려고 플라스틱 통에 담는다.

금속 스크루캡으로 밀봉했다. 보통 생막걸리는 밀봉하지 않는다. 효모는 통 안에서 후(後)발효한다. 만약 통이 밀봉돼 있으면 발효 과정에서 나온 탄산이 팽창해 통이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살균막걸리는 후발효하지 않으므로 밀봉해도 상관없다. 국순당은 첫술뿐 아니라 모든 생막걸리를 밀봉한다. 국순당 측은 '발효제어기술'로 효모의 활성을 제어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 있어서 생막걸리를 밀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잔에 따른 첫술. 첫술은 라벨에 쓰인 환상적인 문구, 비싼 가격, 좋은 재료가 부풀린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사진 제공=취화선
▲ 잔에 따른 첫술. 첫술은 라벨에 쓰인 환상적인 문구, 비싼 가격, 좋은 재료가 부풀린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사진 제공=취화선
식감은 프리미엄 막걸리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다. 포천일동막걸리의 '담은',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 등 이른바 프리미엄 막걸리는 식감에서부터 일반적인 막걸리와 확연하게 다르다. 보통 프리미엄 막걸리는 요구르트를 연상하게 할 만큼 걸쭉하다. 첫술은 그렇지 않다. 집중해서 마시지 않으면 1000원대 막걸리와 구별하기 어렵다. 섞기 전 첫술의 침전물은 바닥에서부터 병의 20% 정도 차 있다. 담은의 침전물은 바닥에서부터 병의 40%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당도는 적절하다. 기분 좋게 시큼하다. 국순당은 첫술 보도자료에서 "생막걸리 특유의 탄산감이 살아 있으며, 일반 생막걸리보다 부드럽고 신선한 쌀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그 정도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맛은 나쁘지 않다. 단맛과 신맛의 균형이 잘 맞는다. 탄산은 강하지 않다.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넣었다. 아스파탐은 쌀 함량을 낮춘 저가 막걸리에 단맛을 낼 때나 쓰는 감미료다. 프리미엄을 표방한 제품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쌀을 충분히 사용해 술을 빚으면 감미료를 넣지 않아도 적당한 단맛이 우러난다.

스스로 프리미엄 운운하면서 4000원 넘는 값을 받으려면, 쌀의 비율을 높이고 아스파탐을 빼야 마땅하다. 첫술에는 햅쌀이 17% 조금 안 되게 들어 있다. 햅쌀이 묵은쌀보다 고가인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 차가 그렇게 많이 나지는 않는다. A사 햅쌀 20㎏은 4만6500원이다. 같은 회사의 지난해 쌀 20㎏은 4만2800원이다.

맛만 논하자면 첫술의 맛은 썩 괜찮다. 가격까지 따져 첫술에 대해 논하자면, 조금도 괜찮지 않다. 괜찮은 정도로는 안 될 가격이다. 탁월해야 한다. 제품 콘셉트가 좋다. 그래서 더 아쉽다. 쌀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는 한 다시 사 마실 의향은 없다.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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