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전으로 가늠해보는 러시아월드컵 성적표

  • 정지규
  • 입력 : 2017.10.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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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러시아의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후반. 수비수 김주영의 몸에 맞는 자책골로 두 번째 골을 허용하고 있다./사진=연합
▲ 한국과 러시아의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후반. 수비수 김주영의 몸에 맞는 자책골로 두 번째 골을 허용하고 있다./사진=연합
[쇼미 더 스포츠-61] 지구촌 모두가 즐기는 유일한 스포츠인 축구, 그 축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월드컵이 이제 8개월도 채 안 남았다. 본선 진출국의 윤곽도 어느덧 나타나 전체 32개국 중 23개국이 결정됐다. 이제 남은 9개의 본선 티켓을 위해 피 말리는 마지막 플레이오프가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편 이미 진출을 확정 지은 23개국은 이미 본선 대비모드로 바뀌었고, 러시아월드컵에서 좀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준비와 전력 강화에 한창이다. 200개가 넘는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 중에서 월드컵에 진출하는 32개국 안에 들어가기란 그야말로 하늘에 별 따기다. 단순 경쟁률로도 7대1 가까이 된다. 그런 경쟁률을 통과해 본선에 오른다 해도 절반인 16개국은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게 된다. 아니 16강은 고사하고, 단 1승조차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실제 2014브라질월드컵에서도 9개 국가나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불행히도 그 9개국 중에는 대한민국도 있었다. 9회 연속 본선 진출이자, 총 10회나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바 있는 대한민국 대표팀이지만 홈에서 열린 2002년 월드컵을 제외하고 거둔 승수는 단 2승에 불과하며, 4강 신화를 일군 2002년 월드컵을 합치더라도 총 5승에 불과하다. 31전 5승 9무 17패(31득점, 67실점 득실차 -36) 승률 16.1%가 대한민국 월드컵 본선 도전사의 현실이다. 문제는 과거만 그렇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아시아 최강이자 월드컵 4강 신화는 어느덧 꽤 오래전 일이 돼버렸고, 어렵게 정말 어렵게 예선을 통과한 지금의 현실은 어떤 유명 해설가의 말처럼 '지금으로서는 우리보다 못하는 팀은 없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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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서의 성적을 시험으로 비유해보자. 대학을 준비하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될 수도 있고,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입사시험이 될 수도 있다. 시험을 잘 치르고 궁극적으로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 과정이 필수다. 물론 목표는 개개인마다 다르다. 모두가 일등이 될 수도, 일류 대학에 갈 수도, 월급을 많이 주는 직장에 갈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자기 노력과 수준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도전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눈높이는 2002년 4강 신화에 있지만, 현 상황에서 우리의 목표는 1승이라도 기록하는 것이고,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것은 그 이후에 생각할 일이다. 아직 러시아월드컵의 성적을 예상하거나 논하기에는 너무 이른 감이 없지 않다. 더군다나 현재 대표팀의 분위기나 대표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은 역대 최악의 수준이다. 신임 감독이 선임된 지 얼마 안 됐고 적응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과거의 월드컵사를 보고 반면교사하는 것은 꼭 필요하며 이를 통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근거 없는 기대도 피해야 하지만, 무조건적인 비난이나 우려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 시험 얘기로 돌아와보자. 시험을 잘 치르고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초실력을 튼튼히 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초실력을 쌓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 시험에 임박해서는 모의시험을 치르는 방법을 많이 활용한다. 모의시험은 본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적응력을 높여주는 동시에 나의 약점 과 강점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모의시험에서의 좋은 성적은 결국 본 시험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소위 수능 대박과 같이 평소에 모의시험에서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본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하지만 이는 그야말로 아주 간혹 있는 일일 뿐이다. 아주 간혹 있는 일에 기대를 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월드컵에서 모의시험은 본선이 열리기 전까지 치르게 되는 평가전이다.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해 예선을 치르지 않았던 2002한일월드컵 이후로, 2006독일월드컵부터 2014브라질월드컵까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본선 진출 확정 이후 본선 대회 직전까지 각각 짧게는 13번에서 많게는 15번의 평가전(또는 이에 준하는 대회)을 치렀다. FIFA가 A매치 기간을 정해 놓은 만큼 본선 진출국들이 본선 진출 확정 이후에 치르는 평가전 수는 대체로 대동소이하다.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와 같은 약팀에는 불리한 일정이며, 이 때문에 하나하나의 평가전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각각의 본선 대회 전에 치른 평가전 성적과 월드컵 본선에서의 성적은 다음과 같다. 상대적으로 승률이 높고, 패가 적었던 2006년과 2010년은 본선에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각각 원정 첫 승과 원정 첫 16강 진출이라는 빛나는 전리품이 따라왔다. 반면에 패가 더 많았고, 득실차도 유일하게 마이너스였던 2014년에는 1승은커녕 무승부만 하나 기록한 채 초라하게 돌아와야 했다. 결국 모의시험의 성적이 대부분 본 시험의 성적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물론 어떤 상대와 경기를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추세를 보면 평가전의 결과는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 전체 평가전의 50%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월드컵 본선 직전 7경기에서 2010년과 2014년에는 각각 3승 2무 2패, 5승 2패를 기록했다. 반면 2014년에는 2승 5패로 부진했으며, 이때부터 이미 브라질월드컵의 악몽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현재 2018러시아월드컵 대한국민 대표팀은 2번의 평가전을 치렀고, 결과는 2패, 3득점 7실점 득실차는 -7을 기록하였다. 일단 첫 2경기는 지난 3번의 월드컵 평가전과 비교할 때 최악이다(2014브라질 1승 1패, 2010남아공 1승 1무, 2006독일 1승 1무). 앞으로 월드컵 전까지 10번 이상의 평가전이 남아 있음을 감안하고, 대회 직전 경기들의 추세와 흐름이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더라도 많이 부진하다. 평가전의 공식 명칭은 친선경기(friendly match)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국들에는 말 그대로 모의시험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모의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본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바라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 그래서 다가오는 2번의 평가전 결과가 더욱 중요하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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