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폭력·성희롱에 대한 대처, 성폭력은 한 사람의 인격에 대한 살인행위

  • 마석우
  • 입력 : 2017.11.0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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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31] 유명 가구업체에서 발생한 성추문 논란이 만만치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몰래카메라 촬영과 성폭력이라는 논란 속 사건명도 그렇지만 짧은 기간에, 그것도 신입 여사원을 상대로 한 사건이어서 그런지 충격이 크다. 해당 업체는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사업을 하면서 사회적 신뢰를 쌓아왔던 기업이다. 이 사건으로 불매운동마저 일어나고 있다 한다. 충격과 분노를 준 이유 중 하나는 1차 몰래카메라 촬영 문제가 불거진 후, 피해자가 그 문제의 담당자들로부터 연이어 성폭력 피해자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 과연 대응이 적절했던 것일까 의문이 있다.

좀 더 사실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긴 하지만 논란 속 성폭력은 물론이고 카메라 이용 촬영행위 역시 엄연히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특별법)상 성폭력 범죄에 해당한다. 성폭력과 성희롱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모두 성적 언동으로 피해자에게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 손상을 초래하고 성적 자기결정권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폭력 행위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다만 성폭력은 형법과 성폭력특별법에 의해 형벌이 부과되는 범죄이고,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서 규제하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성희롱에 형벌을 부과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업주나 가해자에 대한 의무를 좀 더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에서도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다.

성희롱이나 성폭력 사건이 기업에서 발생해 피해자가 고충 상담 등을 접수하면 아직도 기업에서는 쉬쉬하는 경향이 있다. 상담에 응하지 않거나 방치해 적당히 해결을 도모하거나 아니면 피해자를 해고하고 퇴직을 강요하면서 오히려 강등, 감봉, 전보 등 불이익을 가하는 경우가 흔했다. 모두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해 엄격히 금지되는 행위다.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해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면서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 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철저한 조사와 사실관계 확인이 이루어져야 하고 비밀을 유지함으로써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음은 물론이다. 가령 피해자가 행위자와 만나지 않도록 휴가 등의 조치를 취하고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나 소문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행위자에 대한 징계 후에도 성희롱이 재발되지 않도록 행위자에게 적절한 교육을 시키고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된 사건에서 몰래카메라를 촬영한 직원이 동종의 전과로 집행유예 중이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과연 해당 기업이 재발 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했던 것일까? 또 하필이면 직장 내 성희롱이나 성폭력 사안을 담당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교육 담당자와 인사팀장이 성폭력 소문의 장본인이 되고 있다.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에 미흡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더욱 안타까운 것은 기업 자체의 징계 절차와 형사고소 절차가 일단락되고 나서 피해 여성이 인터넷에 이 사건을 공개하면서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거대한 기업 내에서 두 사람 간 은밀히 일어난 사건에서 여성 혼자 자신의 주장을 제대로 펼치고 사안에 대한 증거자료를 수집할 수 있을까? 기업 스스로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이 점이 아쉬워 보인다.

기업들이 '성희롱(성폭력은 말할 것도 없다) 없는 직장'을 만드는 것은 의무다.

"사용자들로서는 일반적으로 피용자들이 직장 내 근무시간은 물론 사용자의 지배·관리권이 미치는 야유회 등에서 부당한 성적 차별이나 희롱 등의 분위기로 인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으로 정서적, 인격적으로 고통을 당해 인격적 존엄이 훼손당하는 일이 없도록 직장 내 분위기를 항상 점검하고 관리자들로 하여금 주의하도록 교양할 의무가 있다." 사용자에게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보호의무를 명한 하급심 판결(서울지방법원 2000가합574) 속 문장이다. 2002년 11월 26일 선고되었으니 판결을 통해 성희롱 방지를 위한 인적, 물적 기업환경의 정비를 명한 지 거의 15년이 흘렀다고 볼 수 있겠다. 그사이에 얻은 교훈이 있다면, "기업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은 은폐될 수 없다. 인터넷의 대중화로 풍문이 확산되어 언제고 다시 문제가 불거지게 마련이다" "성희롱, 성폭력 사건을 방치하면 직장 내 분위기가 저하되고 직원의 동기가 저하돼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교훈이 그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성폭력이나 성희롱은 한 사람의 인격에 대한 살인행위로서 기업을 포함한 우리 사회 모두가 철저히 대처해야 할 엄중한 사안이라는 걸 알게 됐다는 게 가장 큰 교훈이 아닐까?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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