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나의 권리 구제는?

  • 마석우
  • 입력 : 2017.11.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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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북구 흥해읍 마산리 대성아파트 외벽과 유리창이 파손돼 있다. /사진 제공=매일신문
▲ 15일 오후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북구 흥해읍 마산리 대성아파트 외벽과 유리창이 파손돼 있다. /사진 제공=매일신문
[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33] 지난 11월 15일 포항시 흥해읍 남송리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5.4의 지진으로 작년에 발생한 경주 지진에 이어 대한민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라고 한다. 건물에 금이 가거나 일부가 부서지는 피해가 발생했고 도로, 상수도관 등의 사회기반시설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무엇보다 지반과 건물이 흔들리면서 극심한 공포를 겪었다는 점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이 기반부터 붕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여기 포항시 어느 곳에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몇 년 전에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다. 아직 융자금을 갚지 못했지만 내 집 마련을 한 당신으로서는 흐뭇하기만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지진으로 아파트가 흔들리는 걸 느꼈고 지진이 가시고 나니 아파트 벽에는 이곳저곳에 금이 가 있다. 이 아파트에서 불안해서 살 수 없는 지경이다. 자신의 불운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뭔가 억울하다. 이 불운을 나 혼자만 감당해야 하는 걸까? 건물이라면 웬만한 지진에 견딜 만한 구조로 만들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 아파트의 전 주인이나 분양 당시 장밋빛 거주 환경을 광고하던 건설사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건축설계와 감리를 했던 곳, 건물의 안전을 감독했을 관청도 원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진으로 인해 재산상 피해를 보고 있는 당신, 이 손해를 불운의 탓으로만 돌리고 싶지 않은 당신은 신문 기사와 함께 법전을 찾아보기로 한다.

이번 지진으로 인해 내진(耐震)설계라는 말을 알게 됐다.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구조물의 내구성이라는 의미란다. 먼저 내진설계와 관련한 근거 조문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찾아보자. 건축법 48조는 건축물은 지진에 대하여 안전한 구조를 가져야 한다라는 규정을 두고, 지방자치단체장이 건축물에 대해 허가 등을 하는 경우 내진성능 확보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건축법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진으로부터 건축물의 구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건축물의 용도, 규모 및 설계구조의 중요도에 따라 내진등급(耐震等級)을 설정해야 한다고 하는 한편 내진능력에 대한 공개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도 하다.

이 내진등급을 공개하라는 조항에 힌트를 얻어 언론을 검색해보니 내 집이 내진설계 대상이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안내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내진설계를 의무화한 것이 1988년이라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건축물을 지을 때 내진설계를 고려하지 않았다. 1988년 8월이 되어서야 내진설계 의무 적용 기준 및 관련 법규를 도입했고 그것도 모든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었다. 어쨌든 용케 내 집이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 지진이 나면서 확인해보니 우리 아파트가 내진설계에 따른 안전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의심스러운 정황도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또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긴다. 내진설계를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그 누군가에게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 지진으로 발생한 손해를 누군가에게 배상 청구할 수 있느냐는 내진설계를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막바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민법상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선 원칙부터 알아야 한다. 지진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다. 태풍, 홍수, 낙뢰 등과 함께 소위 불가항력의 대표적 예에 속한다. 불가항력에 의한 손해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돌릴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법의 입장이다. 지진으로 인한 직접 피해야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내진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바람에 지진 피해가 확대되었다면 이 손해는 누군가에게 물을 수 있는 게 아닐까? 다시 말해 아파트가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결여했으므로 아파트에 하자가 있다고 보아 책임을 추궁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물론 실제 소송에서 하자를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별개 문제다).

아파트를 사고 얼마 안 가 이런 하자가 발견되었다면 매수인으로서 당신은 아파트 매도인에게 하자담보책임이라는 계약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민법은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계약해제나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는 조항(580조)을 두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 시공사나 설계와 감리를 담당했던 설계사무소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계약상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일반 불법행위책임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일반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그 누구라도 아파트의 입주민들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에 위험이 초래되지 않도록 건물로서의 기본적인 안전성을 구비해야 할 의무를 전제로 한다. 과연 이러한 의무를 법원이 인정할는지는 아직은 알 수가 없다. 법리 구성이나 실제 입증 단계에서 모두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번 포항 지진과 같은 경험을 우리는 많이 해보지 못했다.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 사법적 구제의 실마리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도 막막하다. 지금부터라도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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