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차 '벤틀리 벤테이가' 타보니

  • 강영운
  • 입력 : 2017.11.2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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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쓰여진 시승기-33] 축구 세계에선 선수들의 클래스를 구분할 때 신계(神界)와 인간계로 구분하곤 한다. 압도적인 골 결정력과 환상적인 드리블로 인간의 실력을 뛰어넘은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선수에겐 '신계'의 칭호가 부여된다. 그런데 여기, 자동차 업계에 신계 최고의 선수인 메시 호날두를 조합한 듯한 '메날두(메시+호날두)'급의 차량이 있다. 세단의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으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야성도 오롯이 담아낸 이 시대의 작품. 럭셔리 브랜드 최초의 SUV. 벤틀리 벤테이가다. 신계 이상의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녀석을 타고 인간의 도로(서울 청담동~경기도 남양주 인근) 60㎞를 누벼봤다.

전설의 축구선수 메날두 상상도. 슈팅99, 드리블99, 헤딩99, 세레모니99, 정력99 스탯을 자랑하는 전설의 선수이지만 아직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았다.
▲ 전설의 축구선수 메날두 상상도. 슈팅99, 드리블99, 헤딩99, 세레모니99, 정력99 스탯을 자랑하는 전설의 선수이지만 아직 인간에게 발견되지 않았다.
목차

1)외부 디자인: 세단인 듯, 세단 아닌, 세단 같은 너.

2)내부 디자인 : 실패한 첫사랑의 '자니' 카톡을 불러올 만한

3)주행성능: 뉴턴의 법칙도 무시하는 괴물 주행

4)외부효과 : 잠시나마 '셀럽'의 기분을 느끼는 '일장춘몽'

5)연비: 당신이 석유왕자 라면.

6)가격: 보수 우익도 공산당 선언을 찾게 만드는



1)외부디자인 : ★★★★★

벤틀리는 벤틀리다. 어떤 똥차라도, 벤틀리의 엠블럼을 붙여놓으면 차값은 배가 될 것이다. 표면에 붙은 벤틀리 마크 하나만으로도 벤테이가 디자인에 별 5개는 능히 부여할 수 있다. 근데 이 녀석은 디자인 그 자체만으도 하나의 작품이다. SUV면서도 동시에 세단의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섹시하면서도 청순하고, 그러면서도 또 우아한. 아주 복잡한 난제를 잘 풀어낸 느낌이랄까. 비밀은 보디 길이에 있다. 아우디 Q7과 비슷한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뒷면 길이가 긴 탓에 차체 높이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여 세단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벤틀리의 SUV 벤테이가. 세단의 느낌과 SUV의 매력을 동시에 담은 것이 특징이다.
▲ 벤틀리의 SUV 벤테이가. 세단의 느낌과 SUV의 매력을 동시에 담은 것이 특징이다.
벤틀리의 상징인 엠블럼과 그릴은 세단인 컨티넨탈 GT에 사용된 것과 같다. 자세히 살펴보면 전면 헤드 라이트 안쪽에도 '벤틀리'를 영문으로 새겨 넣어 디테일을 강화했다. 헤드라이트 옆쪽에 붙어 있는 원은 옆 헤드라이트를 청소하는 데 사용되는 램프다. 전면 전체에는 차체 무게를 가볍게 하는 탄소섬유 등을 사용해 보디 전체도 늘씬하게 뽑아냈다. 내부 디자인을 살피기 위해 차문을 열고 살짝 얹어 놨더니 문이 자동으로 닫힌다. 고급 호텔에서 도어맨이 케어해주는 느낌이 상쾌함을 더했다.

2)내부 디자인 : ★★★★★

내부 디자인의 핵심은 의자 뒤에 붙은 벤틀리 엠블럼이다. 이곳에서 셀카를 찍어서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해 놓자(물론 엠블럼이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10년 전에 실패한 첫사랑으로부터 새벽 1시 40분께 '자니'라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유부남이라면 발 닦고 이른 잠을 청할 것을 추천한다). 엠블럼의 힘은 그만큼 강력하다.

벤틀리에서 찍은 셀카사진이 많을 수록, 옛사랑들의 새벽 카톡은 제곱 비례해서 증가할 것이다
▲ 벤틀리에서 찍은 셀카사진이 많을 수록, 옛사랑들의 새벽 카톡은 제곱 비례해서 증가할 것이다
벤틀리 내부의 모든 것은 '진짜'다. 차량 내부에서 반짝거리는 건 모두 진짜 금속이고 가죽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북쪽에 서식하는 황소를 썼다. 나이테가 있는 모든 것은 진짜 북유럽의 원목을 공수한 것이다. 새 차에서 나는 진한 가죽 냄새도 없다. 벤틀리는 특수 가죽 태닝 공법을 적용해 고유의 향기를 되살렸다. 후각을 강하게 자극하는 것보다, 오래된 가죽의 은은한 냄새가 사람의 기분을 들뜨게 한다. 그러고보니 여성이 남자에게 가장 매력을 느낄 때가 비싼 향수가 아닌, 산뜻한 비누 냄새를 맡을 때라는 시카고 초등학교 연구팀의 설문 조사 결과를 본 것 같기도 하다.

가죽의 바느질 역시 수작업이다. 자동차의 핸들의 바늘땀까지도 장인의 손길을 거친다. 생산시설인 영국 크루 공장의 장인들은 일정한 바느질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음식용 포크로 가죽에 표시를 해 바늘땀의 거리를 잰다. 차량 시계로는 1000만원 상당의 고급 브라이틀링이 장착돼 있다(10년 된 우리집 애마 '투싼'을 판다 해도 이 시계를 살 수 없다는 점이 나를 슬프게 한다). 갑작스러운 우울함에 의자 가죽에 퍽퍽 소리를 내가며 투정을 부려도 집에서 느끼는 편안함만이 나를 감싼다(차 가격이 집 가격과 맞먹기 때문이다).

벤테이가 실내 사진. 에어컨 옆에 금속 스틱을 설치해 풍량을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위에 설치된 시계는 1000만원 상당의 브라이틀링.
▲ 벤테이가 실내 사진. 에어컨 옆에 금속 스틱을 설치해 풍량을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위에 설치된 시계는 1000만원 상당의 브라이틀링.
벤테이가는 뒷자석에 의자 2개만을 배치해 고객 편리함을 더했다. 물론 5인승으로도 설정이 가능하다. 의자에 표기된 엠블럼은 연애사업에 적절히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 벤테이가는 뒷자석에 의자 2개만을 배치해 고객 편리함을 더했다. 물론 5인승으로도 설정이 가능하다. 의자에 표기된 엠블럼은 연애사업에 적절히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벤테이가의 핸들과 계기판. 프로필용 사진의 좋은 예.
▲ 벤테이가의 핸들과 계기판. 프로필용 사진의 좋은 예.
벤테이가 뒷좌석에서 찍은 프로필용 사진.
▲ 벤테이가 뒷좌석에서 찍은 프로필용 사진.


3) 주행성능: ★★★★★

주행성능도 디자인만큼이나 괴물급이다. 액셀에 살짝 발을 올려놨을 뿐인데도 빠르게 반응한다.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초에 불과다. 심지어 엔진 가속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운전자의 귀를 간지럽히는 기분 좋은 소리만이 맴돈다. 급가속과 급정거를 수시로 반복해도 몸이 부드럽게 출렁일 뿐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 벤테이가 안에서는 관성조차 느끼기 힘들다. 위대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1687년 프린키피아에서 관성의 법칙을 이론화했는데, 만약 그가 이 차에 탔다면 자신의 이론이 틀렸다는 걸 깨닫고 분노의 양치질을 했을 것이다.

관성의 법칙을 이론화한 위대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
▲ 관성의 법칙을 이론화한 위대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
차 마니아들 사이에선 벤테이가를 두고 '나는 뚱땡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하는데 탑승해 보니 이보다 적확한 설명은 찾기 힘들다. 2t이 넘는 육중한 무게에도 날쌔게 달린다. 최고속도는 301㎞. 세계에서 가장 빠른 SUV다. 이런 성능을 구현하는 것은 우수한 스펙 덕분이다. 6.0ℓ 트윈터보 W12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608마력과 91.8㎏·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특히 트윈터보 엔진 W12기통은 V엔진 12기통 두 개를 합친 것으로 콤팩트하고 부품 수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4)외부효과 ★★★★★

한번도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한 사람이라도, 벤테이가를 탔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서울 시내에서 주행하면 주변 차량의 시선을 모두 훔칠 수 있다. 또 안전거리가 5㎝에 불과한 서울 도심에서도 모든 차량이 넉넉히 20m 떨어진 곳에서 주행한다. 앞뒤로 공간이 나도 좀체 끼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약간의 접촉사고가 가계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끼어들기·과속·전용차선 위반이 난무하는 서울 강변북로에서도, 벤테이가 반경 500m로는 질서가 부여된다. 약간 과장하면 홍해를 가르는 '모세'의 기적을 보는 느낌이랄까. 남양주에 접어들자 벤테이가에 집중되는 눈은 더욱 많아졌다. 주정차 한 사이 몇몇 사람은 차량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부작용이 있다면 시승이 끝나고 뚜벅뚜벅 도로를 걸어갈 때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무대 뒤에 우두커니 선 배우의 허무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5)연비: ★★

기름을 줄줄 흘리고 다닌다. 국내 인증 연비는 복합 6.1㎞/ℓ로 5등급을 받았다. 도심과 고속도로 연비는 각각 5.2㎞/ℓ, 7.9㎞/ℓ를 기록했다. 당신의 집안이 중동 석유재벌이거나, 아버지가 주유소 사장이 아니라면, 모골이 송연해지는 연비다. 더군다나 럭셔리카는 일반 휘발유보다 20%가량 비싼 고급휘발유를 넣어야 하는 단점도 있다.

석유재벌 만수르가 벤테이가의 연비를 듣고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 석유재벌 만수르가 벤테이가의 연비를 듣고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6)가격 ☆

3억4400만원. 이 가격을 주고 차를 사는 사람이 있다니. 마르크스, 트로츠키, 레닌이 머릿속에 불현 듯 떠오른다. 당장 서점에 가서 공산당 선언을 읽고, 서울광장에서 "만국의 흙수저여, 단결하라"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옥수수로만 허기를 채운다는 동포들의 용감한 고발에 이 체제에 순응하기로 했다.

7)총평 ★★★★

벤테이가는 럭셔리 브랜드 중 최초의 SUV다. 그 명성에 걸맞게 디자인과 퍼포먼스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다. 마세라티, 람보르기니, 페라리, 애스턴마틴 등 모든 고급 브랜드가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갖춘 상황에서도 한국 시장에서 월 평균 15대를 판매하며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SUV를 타고 싶은 고객은 한번쯤은 도전해 봐도 좋을 만한 제품.
벤틀리 벤테이가 주행사진
▲ 벤틀리 벤테이가 주행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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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운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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