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불조심! 화재관련 판결 살펴보니

  • 마석우
  • 입력 : 2017.11.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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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34] 겨울은 화재의 계절이기도 하다. 화재 건수야 봄철에 많지만 사망자 수는 겨울철에 많다. 겨울철에 난방기구 사용이 많고 신속한 피난 구조가 어려운 탓이다. "자나 깨나 불조심!"이라는 표어를 유독 겨울철에 많이 볼 수 있는 이유다. 건물 임대차와 관련한 화재 판결을 보기로 하자.

B씨는 2층짜리 건물 1층을 임차해서 골프용품 매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건물주인 소유자 A씨는 2층에 침대와 소파 등 가구를 보관하면서 물류창고로 쓰고 있다. 그런데 이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여 1층 임차매장과 2층 물류창고가 모두 전소되었다고 하자. 화재를 진압하고 나서 소방서와 경찰서에서 이 화재사건을 조사했지만, 화재 발생 지점(발화 장소)이 1층 출입구쪽이라는 것을 확인했을 뿐 화재 발생 원인(화재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은 화재 원인 미상을 이유로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하였다.

한마디로 화재로 인한 재산상 피해는 있는데, 이 피해가 누구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은 사안이다. 화재의 원인을 밝혀내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화재 감식에 아무리 전문적인 식견이 있는 경찰과 소방이 조사를 하더라도 원인 미상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건물주인 A씨는 이렇게 주장한다.

"건물임대차계약에 의하면 임대차계약이 끝나고 임차인인 B씨는 건물주인 자신에게 임대차를 줬을 때의 상태 그대로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임대차계약을 위반했으므로 B씨는 1층 임차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보수비용 등)를 배상해야 한다. 또 비록 B씨가 2층까지 임차했던 것은 아니지만 화재가 임차목적물을 넘어 2층까지 번져 2층 건물과 가구들이 훼손되었으니, 이로 인한 손해까지 배상해야 한다."

임차인 B씨는 1층 건물에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말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자신이 임차하지도 않았고 A씨가 물류창고로 사용하던 2층 건물에 난 손해까지 배상하라는 말에 황당하기 그지없다. 1층이야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원래대로 원상복구해서 돌려주기로 약속했던 부분이니까 이렇게 된 이상 수리비용을 물어주는 게 맞지만 2층의 화재 손해는 누구 잘못으로 발생한 것인지 경찰이나 소방에서도 밝혀내지 못했던 것 아닌가? 내 잘못으로 발생한 손해야 갚는 게 맞지만 이 부분까지 배상하라는 건물주 A씨의 요구를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의 답변은 어땠을까?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하여 사용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탄 경우에 임대인이 임차하지 않은 건물에 대한 손해까지 추궁한 사안에 대한 대법원의 답변 말이다.

미리 말하자면, 이 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견해가 최근에 변경되었다. 예전의 답변부터 들어보자. "건물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그 건물 중 임차 건물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상호 유지·존립함에 있어서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면, 임차인이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하여 선량한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배상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86다카1066 판결등)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에 임차 부분과 비임차 부분 사이에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라는 것만 밝혀지면 임차인이 책임지라는 취지다. 뭔가 이상한 게 사실이다.

이번엔 대법원의 새로운 답변을 들어보자(대법원 2012다86895).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하여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임대인인 원고가 주장·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임차인이 임차 건물 아닌 건물 부분의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누구의 잘못인지 밝힐 것을 이번엔 임차인이 아니라 임대인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원인 미상으로 판명된 이 사건에서 결국 임대인이 그 손해를 감수하라는 취지로 볼 수 있겠다.

사실상 임차 건물 부분인 1층에 대해서는 임차인인 B씨가, 같은 건물 내 임차하지 않은 건불 부분에 대해서는 건물주인 A씨가 화재로 인한 손해, 그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를 부담하는 것이 공평하다는 말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의미에 대해, '임차 외 건물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까지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배상책임을 비교적 쉽게 인정하던 종래의 실무관행에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는 한편 '임대인으로 하여금 화재 발생과 확대를 막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게 되고, 소송보다는 건물 전체에 대한 임대인의 보험 가입을 통하여 위험에 대비하고 그 보험료를 차임 등으로 분산시킬 수 있게'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화재를 화마(火魔)라고까지 부르며 두려워하는 이유가 있다. 아주 작은 실수로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순식간에 빼앗아 가기에 그렇다. 화재 예방을 위한 조치를 쉽게 취할 수 있는 사람에게 그 의무를 부과하고 그 의무 위반의 결과로 발생한 손해를 적절히 분담시키는 일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화전, 소화기,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세입자와 건물주 가운데 누가 할 것이며 전기배선 관리에 대한 주의의무를 누구에게 부과할지의 문제에도 이 판결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생각한다. 화재 걱정 없는 안전한 집에서 살고 싶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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