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들의 나라에서 온 술 아이리쉬 위스키의 향기

  • 취화선
  • 입력 : 2017.12.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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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아이리쉬 위스키 제임슨이 짙은 녹색 병 안에 들어있다. 병에 그려진 범선이 마시는 사람을 설레게 한다. 이 배를 볼 때마다 제임슨 한 병을 들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 싱그러운 아이리쉬 위스키 제임슨이 짙은 녹색 병 안에 들어있다. 병에 그려진 범선이 마시는 사람을 설레게 한다. 이 배를 볼 때마다 제임슨 한 병을 들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37] 이렇게 맛있는 술을 만들었으니, 아일랜드 사람들은 술꾼이 되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아일랜드는 러시아, 한국과 함께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알코올 소비국이다.

술꾼들의 나라, 아일랜드에서 온 아이리시(아일랜드산) 위스키 제임슨을 마셨다. 아이리시 위스키는 우리가 흔히 위스키라고 부르는 스카치(스코틀랜드산) 위스키와 다른 방식으로 빚는다. 스카치위스키는 탄(炭)의 일종인 피트(Peat·이탄)를 태워 맥아를 건조한다. 스카치위스키 특유의 스모키함이 여기서 나온다. 아이리시 위스키 맥아를 건조할 때에는 피트를 쓰지 않는다. 피트를 쓰지 않으므로 아이리시 위스키에서는 훈연한 향이 나지 않는다.

제임슨은 온더락으로 마셔도 좋지만, 물 한 방울, 또는 약간의 물을 섞어 마시면 풍미가 더 좋아진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 제임슨은 온더락으로 마셔도 좋지만, 물 한 방울, 또는 약간의 물을 섞어 마시면 풍미가 더 좋아진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주둥이가 넓은 위스키잔에 제임슨을 따랐다. 향기를 깨우려고 물 한 방을을 떨어뜨렸다. 잔에 코를 가져다 댔다. 달콤한 냄새가 콧구멍을 잡아당겼다. 그대로 술잔에 코를 박고 싶어졌다. 아이리시 위스키라는 것을 의식해서였을까. 스카치위스키의 향과는 미묘하게 달랐다. 고급 위스키가 아니었지만, 냄새가 좋았다.

잔을 손바닥에 쥐고 원을 그리며 돌렸다. 술은 술잔 벽에 오래 머물지 않고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점도가 높아 보이지 않았다. 내 손의 체온이 술을 데웠다. 온도가 오르자 위스키 분자의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향이 더 풍성해졌다. 달콤한 향이 퍼져 나갔다.

제임슨을 입에 머금었다. 술이 부드럽게 혀끝에 앉았다. 신선하고 화사한 과일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달콤했다. 부드럽게 술이 넘어갔다. 기분 좋을 정도의 뜨거운 기운이 식도를 타고 올라왔다. 묵직함과 깊이는 없었지만, 젊고 건강했다. 제조사는 맥아와 옥수수를 세 번 증류해서 제임슨을 만든다고 밝혔다. 아마도 피트를 쓰지 않고 여러 번 증류해서 이렇게 싱그러운 맛이 나는 것일 것이다.

온더록 제임슨은 또 달랐다. 얼음을 만나자 맛이 순해졌다. 제임슨은 알코올 도수 40도다. 부드럽다고 해도 스트레이트로 연달아 마시면 혀가 얼얼하다. 그러나 얼음을 넣은 잔에 따라 마시니, 혀에 자극이 거의 없었다. 온더록 제임슨은 미끄러지듯 목구멍으로 흘러 넘어갔다. 하지만 밋밋했다. 온도가 낮아져 향내가 움츠러들었다. 신선함과 달콤함이 거의 사라졌다. 맛과 향이 강렬한 위스키는 온더록에서도 제 실력을 낸다. 오히려 온더록이 스트레이트보다 더 좋을 때도 있다. 제임슨은 아니었다.

제임슨을 소다에 섞거나, 진저에일에 넣어 마시기도 한다. 취향에 따라 콜라에 타서도 먹는다. 제임슨하면 빼놓을 수 없는 칵테일이 '아이리시 카밤'이다. 흑맥주 기네스와 리큐르 베일리스, 위스키 제임슨을 섞은 술이다. 내가 손꼽는 칵테일이기도 하다. 아이리시 카밤에 대해서는 졸고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 기네스편(14편)에서 자세하게 다뤘다.

제임슨의 로고를 보면 나는 설렌다. 술병에 범선을 그려 넣었다. 망망대해에서 범선 갑판에 드러누워 별을 보면서 제임슨을 마시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런 날이 올까. 대형마트에서 제임슨 700㎖ 한 병을 약 3만5000원에 살 수 있다. 나는 제임슨을 다시 사 마실 의향이 있다. 12년산, 18년산 제임슨도 있다고 한다. 아직 맛보지 못했다. 기회가 닿으면 마셔보고 독자들께 전해 드리겠다.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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