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벨리우스의 무거운 선율 서커스와의 신선한 만남

  • 김연주
  • 입력 : 2017.12.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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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테이지-102]
국립현대무용단 '투오넬라의 백조'
시벨리우스의 음악 컨템포러리 서커스와 만나다
고난도의 움직임으로 사랑 죽음 사색


레민케이넨은 칼레발이라 불리는 영토에 사는 전사다. 그는 포욜라의 여왕 로우히의 아름다운 딸에게 반해 청혼하고, 여왕은 사슴과 악마의 불을 내뿜는 말과 투오넬라의 백조를 잡아오면 딸을 주겠다고 답한다. 투오넬라는 검은 강이 흐르는 지하세계. 이곳에 오기 위해서는 몇 날 며칠 동안 사막을 횡단한 뒤 뱃사공의 도움을 받으며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강을 건너야만 한다. 사슴과 말을 잡은 레민케이넨은 마지막으로 백조를 잡으러 투오넬라로 향하지만 독사에 물려 죽고 만다. 그 시신은 지하세계를 지키는 신 투오니에 의해 토막이 나 강 위에 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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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 '투오넬라의 백조'는 핀란드 민속 신화 '칼레발라' 중에서 레민카이넨 이야기에 기반을 둔 작품이다. 앞서 핀란드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 장 시벨리우스는 이 전설에 기반해 '레민카이넨과 소녀' '투오넬라의 백조' '투오넬라의 레민카이넨' '레민카이넨의 귀향' 네 곡으로 구성된 교향시를 써냈다. 무용 '투오넬라의 백조'는 핀란드의 공연그룹 WHS가 시벨리우스 탄생 150주년을 맞아 두 번째 곡 '투오넬라의 백조'를 현대적으로 편곡해 여기에 안무를 붙여 새롭게 탄생시킨 작품이다.

15일 개막한 '투오넬라의 백조'(국립현대무용단과 WHS 공동제작)는 레민카이넨 이야기를 순서대로 전개하지 않고 주요한 장면의 이미지를 나열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덕분에 음울한 원작 스토리와 달리 동화와 같은 신비한 매력이 돋보인다.

사랑을 얻기 위해 죽음의 강을 넘지만 결국 실패해 사지가 찢기는 죽음을 맞이하고 마는 영웅. '사랑' '삶' '죽음' 등 무거운 주제가 다양한 상징성을 지닌 오브제들로 무대 위서 변주한다. 타이틀롤인 투오넬라의 백조는 댄서들 손의 오브제로 등장한다. 무용수들은 독창적인 움직임임으로 죽음을 관조하는 백조를 그려낸다. 예를 들어 백조의 날갯짓을 배우들은 부채춤으로 표현한다.

배 위의 돛대를 잡는 뱃사공 투오니 티티. 영혼을 태워 죽음의 강을 건너는 인물로 '사랑' 그 자체를 상징한다. 그는 배 위에서 폴 댄스(pole dance)를 춘다. 더없이 아름답고 순수한 움직임이다. 연출가 빌레 왈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바다를 건너는 과정이 우리 인생과 닮았다"고 말한다.

WHS는 마술사 칼레 니오(Kalle Nio), 저글러 빌레 왈로(Ville Walo), 세트·의상 디자이너 안느 얌사(Anne Jamsa)에 의해 만들어진 핀란드의 컨템퍼러리 서커스단. WHS가 선보이는 고난도 움직임은 작품의 시각적 재미를 극대화한다. WHS의 예술감독 빌레 왈로는 "클래식에 익숙한 관객과 대중문화에 길들여진 관객 모두를 위한 흥미로운 경험을 창출하기 위한 결과물을 이끌어내려 했다"고 제작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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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는 음악이다. 세 명의 연주자가 무대 위에 자리해 무용수와 배우들의 움직임과 더불어 새로운 시벨리우스 음악을 라이브로 들려준다. 프리페어드 피아노(Prepared Piano: 현에 볼트처럼 딱딱한 것이나 고무지우개 등 이물질을 부착시켜 음질과 가락을 바꾼 피아노), 첼로, 드럼 등이 동원됐다. 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마띠 바이는 동시대 영화음악 작곡가로서 스웨덴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2009년 굴드바게상(Guldbaggen)을 수상한 피아니스트다. 현재 북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타악주자이자 작곡가인 사물리 코스미넨이 타악기, 전자음악, 믹싱 등을 연주한다. 마커스 호우티는 바로크 음악에서 현대음악, 재즈까지 넓은 영역에서 활동하는 핀란드 출신 첼리스트이다.

이 세 명의 뮤지션은 '투오넬라의 백조'에서 작곡과 연주를 겸한다. 시벨리우스의 무겁고 음울한 음악들이 현대적 편곡을 거쳐 역동적 리듬의 현대음악으로 바뀐다. 노승림 음악평론가는 "그 역동성은 생명을 상징하는 심장박동 소리처럼 울려 퍼진다"고 평했다.

특히 이번 공연의 무대는 예술의극장 자유소극장이라 특별하다. 초연 당시보다 극장 크기가 작아져서 관객들이 음악과 춤을 더 현장감 있게 즐길 수 있을 예정이다. 17일까지. 70분. (02)3472-1420.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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