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함이냐 아기자기함이냐... 발레 '호두까기 인형' 당신의 선택은?

  • 김연주
  • 입력 : 2017.12.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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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더 스테이지-103] 크리스마스 축제가 한창이다. 천방지축 소년들은 병정놀이를, 선물에 들뜬 소녀들은 인형 춤을, 어른들은 축배의 춤을 춘다. 축제는 큰아버지 드로셀마이어가 도착하면서 정점에 달한다. 어린이들에게 마술과 인형극을 보여준 뒤 마지막으로 클라라(마리)에게 입이 커다란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한다. 기쁨도 잠시, 짓궂은 남동생의 장난으로 인형의 목이 부러지고, 소녀는 슬퍼하며 잠자리에 든다. 하지만 본격적인 축제는 이제부터다. 밤 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호두까기 인형이 병정들을 이끌고 나와 쥐왕과 화려한 전투를 벌이고, 승전을 축하하는 또 다른 파티가 시작된다.

유니버셜발레단의
▲ 유니버셜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차이콥스키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크리스마스날 소녀 클라라가 선물로 받은 호두까기 인형과의 꿈같은 하룻밤을 그린다. 동화책을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무대와 아기자기하면서도 수준 높은 춤으로 구성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레퍼토리다. 크리스마스가 배경인 데다 어린 소녀가 주인공이라 연말 가족 공연 '베스트셀러'로 통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동시에 호두까기인형 무대를 선보인다. 각각 마린스키와 볼쇼이에 뿌리내리고 있어 전혀 다른 매력을 뽐낸다. 또 각 발레단의 연말 마지막 레퍼토리인 만큼 신인 발레리나의 등용문이자 발레단을 대표하는 얼굴이 총출동하는 자리기도 하다. 모두가 사랑스럽고 멋진 마리와 왕자님이지만 날짜를 고르는데도 힘든 바쁜 연말이기에 짐을 덜어드린다는 마음으로 추천 2스팅을 적어봤다.

국립발레단의
▲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국립발레단 "웅장하고 탄탄한 스토리"

먼저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버전이다. 볼쇼이를 33년간 이끈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원작을 재해석한 버전으로 웅장한 무대와 탄탄한 스토리가 강점이다.

주인공 소녀 이름을 독일식 클라라에서 러시아식 마리로 바꿨다. 또 주인공의 큰아버지 드로셀마이어를 법률가이자 마법을 쓰는 신비로운 꿈속 안내자로 설정해 극을 이끌어가게 했다. 무대와 디베르티스망(줄거리와 상관없이 볼거리로 제공되는 여흥 춤)이 대단하다. 예컨대 1막 아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주기 위해 가면을 쓰고 등장한 마리의 대부 드로셀마이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거대하게 키우고, 각국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고, 와이어로 무대를 날아다니며 극을 이끌어 간다.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장면이다.

절정은 2막 '크리스마스 랜드'에서 펼쳐지는 세계 각국 인형들이 펼치는 전통춤. 중국 인도 러시아 등 각국 인형이 다채로운 2인무를 선보인다(유니버설발레단은 세계 인형의 춤을 군무로 표현하는 것도 차이점이다). 목각 인형 대신 어린 무용수가 호두까기 인형을 직접 연기하는 것도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오케스트라가 현장에서 반주한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상임지휘자인 제임스 터글이 지휘를 맡았으며, 반주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담당했다.

국립발레단의
▲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국립발레단의
▲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수석무용수 박슬기-이재우, 김지영-이동훈 등이 각각 마리와 왕자로 출연한다. 기자의 추천은 25일 김지영 무용수의 마리다. 그리가로비치는 어린이들을 주 타깃으로 하는 원작 '호두까기인형'에 고난도 발레 연출을 더했다. 수많은 작품에서 주역으로 서온 김지영의 '마리'는 고난도 동작을 완벽하게 소화할 뿐만 아니라 순수한 소녀의 모습을 동시에 선보인다. 김지영의 무대는 25일 크리스마스 당일. 16~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유니버셜발레단의
▲ 유니버셜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유니버설발레단 "아기자기한 무대, 어린 무용수들의 깜찍한 발레"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아기자기함이 특징이다. 바실리 바이노넨이 마린스키발레단을 위해 안무한 작품으로 한다. 마린스키는 본디 '화려함'으로 이름이 높다. 환상적인 이야기의 절정은 사슴마차를 타고 등불을 밝히며 여행을 떠나는 1막 끝 장면. 전나무 가지에 쌓인 눈송이들이 환상적으로 빛나는 가운데 흰색 '튀튀(여자 발레의상)'를 입은 20여 명의 무용수가 선보이는 '눈송이 왈츠'가 백미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에 맞추어 행진하고 도약하며 다양한 대형을 만들어내는 화려한 군무를 선보인다.

유니버셜발레단의
▲ 유니버셜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유니버셜발레단의
▲ 유니버셜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다른 발레단들이 성인 무용수가 주인공 클라라를 연기하는 데 반해 유니버설발레단은 원작 그대로 1막은 어린 무용수가, 1막 후반부터 마법에 의해 아름답게 성장한 성인 무용수가 맡아 동화적 설렘을 더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이를 위해 부설 교육기관인 유니버설발레아카데미와 줄리아 발레아카데미에서 매년 오디션을 한다. 유니버설의 솔리스트 홍향기가 2002년 어린 주인공으로 발탁된 뒤 탄탄한 춤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줄거리를 설명하는 발레 마임이 적절히 배합된 안무는 발레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적합하다.

기자의 추천 캐스팅은 올해 '호두까기 인형'으로 국내 무대에 데뷔하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수석무용수 나탈리아 쿠시다. 타고난 라인과 연기력으로 유럽 무대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25일 크리스마스 당일 오후 3시 무대와 28일 오후 7시 30분에 오른다. 21~31일 유니버설아트센터.

유니버셜발레단의
▲ 유니버셜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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