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달콤하고 묵직한 유혹 포르투갈 남부 세투발 와인

  • 나보영
  • 입력 : 2017.12.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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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남부 세투발 지역 포도밭 풍경
▲ 포르투갈 남부 세투발 지역 포도밭 풍경
[세계의 와인기행-45] 폭넓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와인을 꼽는다면 아마도 모스카토(Moscato) 와인이 빠지지 않을 듯하다. 이탈리아에서 재배되는 품종으로써 발포성 와인, 스위트 와인, 주정강화와인 등으로 만들어진다. 특히 아스티(Asti) 지역의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가 와인에 입문하는 사람들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다.

모스카토는 '머스캣(Muscat, 불어식 발음으로는 뮈스까)'이라고 하는 범주의 포도에 해당한다. 여기에 속하는 품종만 해도 백여 가지이며, 여러 나라의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된다. 포르투갈에서는 모스카텔(Moscatel)이 자란다. 지난 편에 소개한 알랭떼주(Alentejo) 지방의 북서쪽에 있는 세투발(Setubal)이 모스카텔 명산지다.

포르투갈 와인 여행을 갔을 때, 달콤하고 시원한 와인을 맛보지 않고 지나칠 수 없어서 세투발 지역 와인 조합인 뻬고앵쉬에 들렀었다. 포도밭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열매들은 건포도처럼 마른 보라빛과 노란색이 감도는 청포도색이 어우러져 있었다. 뻬고앵쉬 담당자는 포도알을 여러 개 따서 손바닥에 올려주며 맛을 보라고 했다. 물론, 아주 달고 새콤했다.

세투발 지역 와인 조합 뻬고앵쉬는 대중적으로 친숙한 맛의 와인을 많이 만든다
▲ 세투발 지역 와인 조합 뻬고앵쉬는 대중적으로 친숙한 맛의 와인을 많이 만든다
"세투발에서는 모스카텔로 발포성 와인이나 스위트 와인은 물론이고, 주정강화와인도 만듭니다. 특히 주정강화와인은 원산지 명칭 통제 제도에 의해 '모스카텔 데 세투발 D·O·C (Moscatel de Setubal D·O·C)'로 지정돼 있고 명성도 자자하죠. 정확한 품종의 명칭은 '머스캣 오브 알렉산드리아(Muscat of Alexandria)'인데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등에서 조금씩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품종이랍니다."

뻬고앵쉬 담당자가 커다란 포도송이를 들어 올리며 설명했다. 여타의 양조용 포도들에 비해 알이 굵직하고 컸다. 보통의 양조용 포도는 식용 포도에 비해 알이 아주 작다. 좁은 부피에 당도가 밀집돼 있으니 그 당분을 발효해 와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머스캣 오브 알렉산드리아는 과실이 약간 큰 게 특징이었다. 그래서일까,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건포도 품종으로 분류되기도 한단다.

이 품종으로 만든 주정강화와인의 맛을 보니 새콤달콤하면서도 가볍지 않고 묵직한 게 특징이었다. 향은 살구, 망고, 꿀 등이 발랄하게 춤추는 듯하지만, 막상 입에 머금으면 묵직하게 가라앉으며 높은 알코올 도수를 드러내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세투발 지역에서는 모스카델로 스파클링 와인과 주정 강화 와인을 만든다
▲ 세투발 지역에서는 모스카델로 스파클링 와인과 주정 강화 와인을 만든다
대서양을 향해 고개를 숙인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세투발 지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세투발 페닌슐라(peninsula, 반도)'로 불린다. 세투발 페닌슐라의 또 다른 유명 생산지로는 프리미엄 레드 와인을 만드는 팔메라(Palmela) 지역이 있다. 이곳 역시 팔메라 D·O·C (Palmela D·O·C)로 지정돼 그 명성을 드러내고 있다. 아름다운 포도밭이 펼쳐지는 것은 물론이고, 야트막한 지형을 따라 골프 리조트도 형성돼 있으며, 대서양의 해변은 서퍼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고풍스러운 고택과 고성이 이어져 감탄을 자아낸다.

고성을 개조한 호텔
▲ 고성을 개조한 호텔 '포우사다 카스텔로 드 팔메라'/사진제공=Pousada Castelo de Palmela
호텔로 운영되고 있는 고성도 있어서 여행자들의 눈길을 끈다. 포우사다 카스텔로 드 팔메라(Pousada Castelo de Palmela)에서 머물렀던 하룻밤은 잊지 못하리라. 이 성에서는 붉은 지붕들이 겹쳐지는 팔메라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아침마다 우아하기 그지없는 정원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다. 침구와 가구와 식기들까지 아름다워 하루쯤 귀족이 된 듯한 기분을 맛볼 수 있다고나 할까. 리스본에서도 가까우니 포르투갈을 여행할 때 들러보도록 하자.

나보영 여행작가
▲ 나보영 여행작가
[나보영 여행작가]

※ 잡지 기자 시절 여행, 음식, 와인 분야를 담당한 것을 계기로 여행작가가 됐다. 유럽,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안 다니는 곳이 없지만 특히 와인 생산지를 주로 여행한다. 매경 프리미엄 이외에도 '한국경제신문'과 '와인21 미디어'에 자신의 이름을 건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더트래블러' 'KTX매거진' '무브' 등의 여행전문지에도 기고한다. 2018년 봄엔 가까운 식도락의 도시 후쿠오카를 다룬 여행서도 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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