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와인을 찾아 칠레로! - 카사블랑카 밸리 (상)

  • 나보영
  • 입력 : 2018.03.0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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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와인기행-50] 전 세계 수많은 와인 생산국 중에서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하고 가성비 뛰어난 곳을 꼽으라고 한다면 칠레를 빼놓을 수 없다. 일찍부터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며 관세를 철폐했고, 다년간 인기 생산국 상위권을 지키며 다양한 브랜드의 와인을 스타로 만들어왔으니까.

칠레라고 하면 바로 와인을 떠올릴 정도로 인지도가 높지만 직접 가봤다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남미 여행을 다녀온 이들조차도 칠레는 짧게 머물고 지나쳤다는 사람이 많다. 와인이 전 세계로 수출될 정도이니 분명 미식과 여행도 발달했을 텐데 말이다. 직접 가보려고 항공권을 끊고 주변 사람들에게 칠레에 갈 거라고 했더니 "페루에 간다고?"라고 되묻는 이가 많았다. 이럴 수가! 이쯤 되면 '내 눈으로 제대로 보고 오리라'는 각오가 더 단단해질 수밖에!

화이트 와인 명산지인 카사블랑카 밸리
▲ 화이트 와인 명산지인 카사블랑카 밸리

서른 시간의 비행을 감행하고,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무려 열두 시간의 시차가 나는 칠레의 하늘에 도착했다. 창밖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긴 산맥 안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깃털 같은 구름, 눈부신 만년설, 붓으로 그린 듯 이어지는 계단식 밭들…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안데스 풍경이 칠레 여행의 시작을 근사하게 알렸다.

남미 최초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고 치안도 가장 안전한 나라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Santiago)의 첫인상은 여느 대도시 못지않았다. 고층 빌딩, 근사한 레스토랑, 쭉 뻗은 대로 등이 메트로폴리탄의 면모를 드러냈고 산티아고 대성당, 대통령궁, 헌법광장 등은 관광객으로 활기가 넘쳤다.

칠레의 천연 요새가 돼 주는 안데스산맥
▲ 칠레의 천연 요새가 돼 주는 안데스산맥

"항공기에서 안데스산맥을 보셨나요? 칠레는 자연이 천연 요새를 이룬 청정지역으로 유명해요. 국토를 둘러싼 안데스, 남극해, 아타카마 사막, 태평양이 방어막을 이뤄 병충해가 넘어오지 못하기 때문이죠." 여행의 안내를 위해 나온 나탈리아(Natalia)가 말했다.

남북의 총길이 4270㎞, 동서 간의 평균 폭 177㎞로 세계에서 가장 길고 좁은 나라인 칠레는 산맥, 빙하, 사막, 해양 등 다양한 지형과 기후를 지녔다. 다채롭게 형성된 환경 덕분에 갖가지 농산물을 키워 전 세계로 수출할 수 있어서 '세계의 과수원'이라 불린다.

와인 생산지도 남북으로 반듯반듯 선을 그은 듯 길게 뻗어나간다. 아콩카과 밸리(Aconcagua Valley), 카사블랑카 밸리(Casablanca Valley), 샌 안토니오 밸리(San Antonio Valley), 마이포 밸리(Maipo Valley), 카차포알 밸리(Cachapoal valley), 콜차과 밸리Colchagua valley) 등이 차례차례 이어진다.

마테틱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
▲ 마테틱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

먼저 향한 곳은 화이트 와인 명산지인 카사블랑카 밸리다. 완만한 경사의 서늘한 기후에서 샤르도네(Chardonnay),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피노 누아(Pinot Noir) 등의 품종이 자란다. 카사블랑카 밸리와 샌 안토니오 밸리 사이의 구릉지인 로사리오 밸리(Rosario Valley)에 자리한 마테틱(Matetic) 와이너리에 도착하자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이 테라스에 앉아 와인을 즐기고 있었다.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도 없는 드넓은 와이너리 안에는 레스토랑, 와인 바, 부티크 호텔 등이 조성돼 있고 자전거나 말을 타고 포도밭을 둘러보는 사람들도 보였다.

자세한 안내를 위해 마중 나온 칠레 와인 협회(Wines Of Chile) 사람들과의 점심이 약속돼 있었다. 여러 와인에 남미의 해산물 요리를 곁들인 뒤 본격적인 마테틱 와이너리 투어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 편으로 이어짐)

나보영 여행작가
▲ 나보영 여행작가
[나보영 여행작가]

※잡지 기자 시절 여행, 음식, 와인 분야를 담당한 것을 계기로 여행작가가 됐다. 유럽,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안 다니는 곳이 없지만 특히 와인 생산지를 주로 여행한다. 매경 프리미엄 외에도 '한국경제신문'과 '와인21 미디어'에 본인 이름을 건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더트래블러' 'KTX매거진' '무브' 등 여행 전문지에도 기고한다. 2018년 봄엔 가까운 식도락의 도시 후쿠오카를 다룬 여행서도 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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