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결정적 장면 셋

  • 양유창
  • 입력 : 2018.03.1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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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앤-175] 싱그러운 봄에 어울리는 로맨틱 가족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흥행 청신호를 켰다. 로맨스 가뭄이던 한국영화계에 모처럼 내린 단비 같은 작품에 관객 기대감이 커진 결과다.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과 영화를 각색해 이미 검증된 이야기라는 점, 손예진과 소지섭이라는 두 걸출한 배우가 힘 빼고 편안한 연기를 선보인다는 점 등이 영화의 기대감을 높였다. 영화 속 결정적 세 장면을 꼽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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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1 우진과 수아의 첫 심쿵 데이트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이던 우진(소지섭)과 수아(손예진)는 한동안 서먹해졌다가 볼펜을 매개로 다시 만난다. 우진은 홍구(고창석)의 조언에 따라 존재감 확실한 데이트룩을 선보이는데 소지섭이 (매우 고창석스러운) 빨간 재킷에 나비 넥타이를 매고 등장할 때 객석에 웃음이 터진다.

그날 두 사람은 식당에서 돈가스를 먹으며 첫 데이트를 한다. 오래 간직한 첫사랑과의 만남에 우진은 떨려서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고 수아는 그 모습을 귀엽게 바라본다. 밥을 먹다 말고 우진은 뜬금없이 노르웨이 책을 내미는데 그 사연도 웃음을 선사한다. 첫사랑의 두근거림과 마침내 찾아온 첫 데이트의 싱숭생숭함이 보는 내내 심쿵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장면이다.

소지섭은 그동안 '상남자'와 '로맨틱 가이'를 번갈아가며 연기해왔다. 바로 전작이 '군함도'의 깡패두목이었기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애보는 반전 매력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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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2 수아가 눈물로 아들을 떠나는 장면

장마가 시작된 날, 기억을 잃은 채 나타난 수아는 장마가 끝나기 전 돌아가야 한다. 엄마가 떠나지 않기만을 기도해온 아들 지호(김지환)는 엄마를 막아선다. 지호와 눈높이를 맞추며 차분히 설득하는 수아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이전까지 코믹하고 발랄했던 분위기가 일순간에 바뀌며 객석이 훌쩍이는 소리로 가득 차기 시작하는 장면이다.

손예진은 '비밀은 없다'(2016)에서 무려 중학생 딸을 둔 엄마를 연기한 적 있지만 당시엔 장르적 성격이 강해 엄마보다는 복수하는 여성으로 더 주목받았다. 본격적으로 따뜻한 모성애를 드러내는 엄마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월의 무게 때문인지 손예진의 엄마 연기도 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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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3 지금 만나러 가는 에필로그

"행복했습니다. 후회 없는 인생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엔딩이 진짜다. 에필로그를 보지 않고는 영화를 봤다고 말할 수 없다. 그전까지 수동적인 인물로 보였던 수아의 사연이 비로소 드러나며 캐릭터의 성격 자체가 변한다. 죽은 그녀가 남편과 아들 앞에 갑자기 나타난 이유, 우진과 수아가 재회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등 모든 비밀도 엔딩에서 밝혀진다.

운명의 상대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손예진의 모습은 15년 전 영화 '클래식'에서 빗속을 전력질주하던 손예진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15년 전 손예진이 첫사랑의 아이콘이었다면 지금 손예진에겐 여러 얼굴이 있다. 15년 전 손예진이 오직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랑을 갈구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지금 손예진은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을 위한 선택을 한다.

손예진은 충무로 톱배우로 자리 잡은 이후 항상 주체적인 여성을 연기해왔고 이 영화 역시 예외가 아니다. 수아는 운명에 마지못해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 앞에 당당하다. 작지만 확실히 행복한 순간들을 소중하게 여긴다. 그리고 이것이 영화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양유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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