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류와 사랑을 나눈 데니소바인 아시나요

  • 원호섭
  • 입력 : 2018.03.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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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와 데니소바인, 네안데르탈인의 교배를 보여주는 그림 /사진 제공=셀
▲ 호모 사피엔스와 데니소바인, 네안데르탈인의 교배를 보여주는 그림 /사진 제공=셀


[말랑말랑과학-142] 현대 인류가 네안데르탈인뿐 아니라 데니소바인과도 공존하며 교배를 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어쩌면 한국인의 DNA에도 데니소바인이 살아 있을지 모른다.

샤론 브라우닝 미국 워싱턴대 바이오통계학과 교수 연구진은 현생 인류와 데니소바인의 유전체를 비교한 결과 과거 두 번의 사건을 거치며 두 인류가 교배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15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오세아니아와 동아시아 지역의 데니소바인 혈통이 각각 서로 다른 시기, 다른 지역에서 호모사피엔스와 교배한 흔적을 발견했다. 브라우닝 교수는 "우리는 이미 파푸아인을 포함한 오세아니아 지역 사람들이 데니소바인의 혈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 지역 사람들은 데니소바인의 혈통을 5%가량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아시아 사람들에게서는 데니소바인의 유전자가 파푸아인과 비교했을 때 훨씬 적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는 아시아인의 조상들은 과거 오세아니아로부터 이주해왔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브라우닝 교수는 "하지만 우리가 동아시아 사람들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남아시아와 파푸아인과는 또 다른 데니소바인 혈통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고대 인류가 동아시아로 이주한 뒤 데니소바인과 교배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에 살고 있는 5600명의 유전체를 데니소바인과 비교했다. 조사에는 중국 한족 105명을 비롯해 일본 104명, 베트남 99명 등 동아시아인과 스리랑카, 인도 등 남아시아 지역까지 폭넓게 포함됐다. 브라우닝 교수는 "동아시아인의 유전체는 파푸아인보다 데니소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한족과 중국인, 일본인의 DNA는 데니소바인과 많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인의 유전자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중국과 일본이 속한 만큼 한국인의 유전자에도 데니소바인의 DNA가 흐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데니소바인은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사피엔스와 별도로 진화해 생존해왔던 고대 인류로 꼽힌다.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에 위치한 데니소바 동굴에서 2008년 손가락뼈와 어금니 화석이 발견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과학자들은 2010년 화석에서 얻은 DNA를 통해 유전체를 분석했으며 이를 토대로 아시아인, 오세아니아인의 일부가 데니소바인의 혈통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브라우닝 교수는 "호모사피엔스는 약 5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면서 데니소바인과 만나 교배를 했을 것"이라며 "다만 두 인류가 만난 장소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세아니아인의 조상들이 남쪽에 있는 데니소바인과 교배를 한 반면, 동아시아인의 조상들은 북쪽 데니소바인과 교배를 했을 수 있다"고 가정했다.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인류는 2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호모사피엔스의 후예다. 하지만 순종으로 볼 수 없다. 인류는 끊임없이 이주를 하는 과정에서 만난 또 다른 고대 인류와 교배를 통해 유전자를 나눴다. 아프리카인을 제외한 현대인 DNA의 1~4%는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향후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원주민을 비롯해 더 많은 아시아인의 유전체를 분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브라우닝 교수는 "우리는 전 세계를 돌면서 고대 인류와 호모사피엔스 간의 교배 흔적을 찾고 싶다"며 "아프리카에서 호모사피엔스가 다른 고대 인류와 교배했다는 심증은 있지만 아프리카의 따듯한 기후 때문에 고대 화석에서 충분한 DNA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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