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쌀로 빚은 위스키 아시나요···끈적이고 진한 닷맛 '화요X'

  • 취화선
  • 입력 : 2018.03.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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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50] 맥아 등 곡물 증류주를 오크통에 넣어 숙성한 것이 위스키다. 만약 쌀로 빚은 증류주를 오크통에서 숙성하면 어떤 술이 탄생할까. 증류 소주 화요를 만드는 광주요그룹이 이른바 싱글 라이스 위스키 '화요엑스프리미엄'(이하 화요X)을 만들어 팔고 있다. 국내산 쌀로 만든 알코올 도수 41도짜리 증류주 원액을 아메리칸 오크통에 넣어 5년을 묵힌 제품이다.

짙은 호박색 액체가 투명한 유리병 안에서 찰랑인다. 화요엑스프리미엄은 순수한 쌀로 만든 싱글 라이스 위스키를 표방한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 짙은 호박색 액체가 투명한 유리병 안에서 찰랑인다. 화요엑스프리미엄은 순수한 쌀로 만든 싱글 라이스 위스키를 표방한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쌀 위스키라니, 그 맛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화요X 500㎖ 한 병은 대형마트에서 약 7만원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은 아니었지만 궁금함이 더 컸다. 화요X를 샀다.

빛깔부터 소주보다는 위스키에 가깝다. 화요X는 짙은 호박색을 띤다. 위스키 전용 잔에 화요X를 따른다. 잔을 휘휘 돌리자 화요X가 눈물 자국을 남기고 잔의 안쪽 벽면을 타고 흘러내린다. 제법 점도가 높은 모양이다. 화요X를 깨우려고 상온에 둔 물 한 방울을 떨어뜨렸다. 숙성한 증류주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술 표면 분자의 안정이 무너지면서 향이 더 풍성해진다. 달콤하고 진득한 냄새가 난다. 향의 모서리가 둥글어서 위스키 향처럼 찌르듯 올라오지는 않는다. 코를 잔에 박다시피 가져다 대도 부담스럽지 않다.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신다. 호박색 액체가 부드럽게 혀를 감싼다. 그리고 미끄러지듯 넘어간다. 아주 진한, 끈적끈적한 단맛이 올라온다. 그 냄새에 걸맞은 맛이다. 바닐라향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나무향이 희미하게 섞여 있다. 이토록 고급스러운 단맛이라니. 화요41을 원료로 만들었으나 화요41은 생각나지 않는다. 평소 화요 소주를 즐겨 마시는 나로서는 이 변신이 놀라울 따름이다. 다 마신 뒤에도 달콤한 풍미가 입안에서 오래도록 감돈다.

화요엑스프리미엄의 풍미는 소주보다는 위스키쪽에 훨씬 가깝다. 때문에 반주로 즐기기보다는 술맛만 음미하는 편이 낫다. 굳이 음식과 같이 먹어야겠다면 갈비찜이 좋겠다. 너무 맵거나 짜지 않고 달콤해 화요X와 잘 어울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화요엑스프리미엄의 풍미는 소주보다는 위스키쪽에 훨씬 가깝다. 때문에 반주로 즐기기보다는 술맛만 음미하는 편이 낫다. 굳이 음식과 같이 먹어야겠다면 갈비찜이 좋겠다. 너무 맵거나 짜지 않고 달콤해 화요X와 잘 어울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풍미가 단조로운 점은 아쉽다. 가격대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더 커진다. 화요X의 라이벌은 국내 증류 소주가 아니라 위스키, 브랜디다. 화요X보다 훨씬 저렴한 12년산 스카치위스키에서도 훨씬 복합적이고 다양한 풍미가 느껴진다. 조니워커, 발렌타인, 시바스 리갈 등에 비하면 브랜드 파워에서 밀리는 것이사실이다. 거기에 가격 경쟁력까지 떨어지는 것이다.

이해는 간다. 아마 제한적인 국내시장을 고려하면 대량 생산해 가격을 낮추는 식의 마케팅은 어려웠을 것이다. 5년 숙성 싱글 라이스 위스키라는 낯선 술을 만들어준 것만 해도 사실 고마울 지경이기는 하다.

백번 양보해도 패키징은 불만스럽다. 싸구려 스크루 뚜껑을 끼워놓았다. 향이 빠지지 말라고 술을 보관할 때 뚜껑을 조금 꽉 조였더니 뚜껑 내부의 플라스틱과 외부 금속의 접착이 떨어지면서 헛돌았다. 그다음부터는 화요X를 마실 때마다 뚜껑을 따느라고 고생했다. 고급술을 표방하는 만큼 그 품격에 맞게 내부에 코르크가 들어간 뚜껑을 써도 좋겠다.

결론은 이러하다. 화요X에서는 기품 있는 단맛이 난다. 꽤 괜찮다. 그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다. 단조로운 풍미가 조금 아쉽다. 가격을 생각하면 더 아쉽다. 뚜껑은 낙제점이다. 지금 마시는 500㎖를 다 비우고 나면 가끔 생각날 것 같다. 다시 사 마실 의향이 있다.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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