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카와 오리가 포도를 키우는 와이너리 - 카사블랑카 밸리(하)

  • 나보영
  • 입력 : 2018.03.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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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와인기행-51] ('상'편에서 이어짐)

로사리오 밸리에 자리한 마테틱 와이너리
▲ 로사리오 밸리에 자리한 마테틱 와이너리

카사블랑카 밸리의 끝자락에 있는 마테티크(Matetic) 와이너리에 도착하자 여러 와인에 남미의 해산물 요리를 곁들인 점심이 시작됐다. 칠레는 대서양과 맞닿은 긴 해안선을 가진 덕분에 해물이 풍부하다.

회처럼 얇게 저민 생선 살에 다진 양파와 허브를 넣고 레몬즙을 뿌린 세비체(ceviche)는 신선했다. 커다란 접시에 새우, 조개, 오징어 등을 듬뿍 올린 해산물 요리 하르딘 데 마리스코(Jardin de Mariscos)도 든든했다. 바삭바삭하게 구운 연어 스테이크 역시 훌륭했다.

곁들여 마신 와인 중 '마테티크 이큐 소비뇽 블랑(Matetic, EQ Sauvignon Blanc)'과 '마테티크 EQ 피노 누아(Matetic EQ Pinot Noir)'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모두 유기농 인증을 받았고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재배된다. 특히 'EQ 피노 누아'는 닐 베케트가 쓴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와인 1001'에도 소개돼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마테티크 와이너리는 서늘하고 일교차가 큰 다양한 고도의 구릉에서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리슬링, 게부르츠 트라미네르, 피노 누아, 시라, 카베르네 소비뇽, 카르미네르, 카베르네 프랑, 말베크 등 폭넓고 다채로운 품종을 키웁니다. 엄격하게 가지치기를 해 품질을 높이고, 3~5월에 거쳐 기계를 배제하고 손으로 수확하죠." 마테티크의 헤드 와인메이커 훌리오(Julio) 씨가 설명했다. 동석한 칠레와인협회(Wines Of Chile)의 디렉터 안젤리카(Angelica)가 갑자기 "마침 오너 일가가 식사하러 들렀네요!"라고 속삭였다. 잠시 인사를 나누며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짧은 순간에도 그들의 몸에 밴 진지하고 따뜻한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마테틱 가문의 4대손 호르헤 마테틱 리스트라(Jorge Matetic Riestra)씨 부부
▲ 마테틱 가문의 4대손 호르헤 마테틱 리스트라(Jorge Matetic Riestra)씨 부부

"마테티크 가문은 19세기에 그들의 모국인 크로아티아를 떠나 칠레로 이주했고, 1990년에 이곳 카사블랑카 밸리와 산안토니오 밸리 사이의 구릉지 로사리오 밸리(Rosario Valley)에 정착했어요. 이후 만 10년간 꾸준히 유기농 컨설팅을 받으며 땅을 일군 뒤 1999년부터 포도를 재배해 2001년에 첫 빈티지를 생산했죠." 포도나무는 유기농으로 인증받았고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재배되며, 알파카가 밭에 거름을 주고 거위가 벌레를 잡아먹는다고 안젤리카는 덧붙였다.

마테틱 와이너리의 지하 양조장
▲ 마테틱 와이너리의 지하 양조장

식사 후에는 2004년 11월에 완공된 지하 양조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언덕의 경사면을 따라 지하에 조성된 양조시설 덕분에 밭에서 포도가 도착하면 아래층 양조시설로 바로 투입된다. 이후 중력을 이용해 아래쪽으로 옮겨지고 선별, 파쇄, 발효 등의 단계를 거친다.

더 아래층에는 냉방시설 없이도 서늘하게 유지되는 저장고가 있었다. 돌로 마감한 벽과 둥근 천장, 높은 기둥들은 성전(聖殿)을 연상케 했다. 벽면의 돌들은 인근의 강에서 가져와 채운 것인데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도록 돕는다고 했다.

마테티크 와이너리에는 그 밖에도 레스토랑은 물론 와인 숍과 부티크 호텔이 들어서 있고, 하이킹 코스, 자전거 투어, 승마 코스 등도 조성돼 있다. 다음에는 여러 날 머물며 더 많은 와인을 시음하고, 칠레 음식들을 맛보고, 자연 속의 스포츠를 즐겨보라고 와이너리와 칠레와인협회 사람들은 말했다. 포도를 한창 수확하는 3~5월이라면 그 풍경은 특별히 더 근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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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영 여행작가]

※잡지 기자 시절 여행, 음식, 와인 분야를 담당한 것을 계기로 여행작가가 됐다. 유럽,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안 다니는 곳이 없지만 특히 와인 생산지를 주로 여행한다. 매경 프리미엄 외에도 '한국경제신문'과 '와인21 미디어'에 본인 이름을 건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더트래블러' 'KTX매거진' '무브' 등 여행 전문지에도 기고한다. 2018년 봄엔 가까운 식도락의 도시 후쿠오카를 다룬 여행서도 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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