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 위스키 '헤이그클럽', 멋들어진 병에 밋밋한 맛의 아쉬움

  • 취화선
  • 입력 : 2018.03.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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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지오는 싱글 그레인 스카치위스키 헤이그클럽의 술병을 마치 향수병을 연상케 할 만큼 훌륭하게 디자인했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 디아지오는 싱글 그레인 스카치위스키 헤이그클럽의 술병을 마치 향수병을 연상케 할 만큼 훌륭하게 디자인했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52] 새파랗고 각진 유리병 안에서 위스키가 찰랑거린다. 구리색 금속으로 병뚜껑을 만들었다. '싱글 그레인 스카치위스키' 헤이그클럽의 술병은 내가 본 술병 중에 최고로 잘생겼다. 저 안에서 나를 유혹하는 게 위스키인지, 향수인지 헷갈릴 정도다.

헤이그클럽은 '베컴 위스키'로도 유명하다. 여러분이 익히 하실 그 베컴 맞다. 헤이그클럽은 전직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과 주류회사 디아지오가 손잡고 만들었다. 베컴이 직접 광고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디아지오 측은 400년 전통 '헤이그' 가문의 장인 정신과 비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헤이그클럽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그레인위스키란 호밀 등 잡곡으로 빚은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일 증류소의 원액을 사용했으므로 싱글 그레인위스키가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레인위스키는 보리로 만든 몰트위스키보다 순하다. 그리고 비교적 저렴하다. 헤이그클럽은 어떨까. 마셔보자.

헤이그클럽을 베이스로 다양한 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 이 사진은 헤이그클럽 50㎖, 애플소다 35㎖에 생강 6조각을 넣어 만든 칵테일
▲ 헤이그클럽을 베이스로 다양한 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 이 사진은 헤이그클럽 50㎖, 애플소다 35㎖에 생강 6조각을 넣어 만든 칵테일 '헤이그클럽 넘버원'. /사진=홈페이지 캡처

아주 밝은 금색이다. 보통의 몰트 또는 블렌디드 위스키보다 훨씬 밝다. 잔을 돌려 점도를 확인한다. 술이 잔의 벽에서 금세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을 보니 점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향은 잔에 따른 시간이 지나면 차차 변한다. 따른 직후에는 알코올 냄새가 쏘듯이 올라온다. 알코올이 휘발하면 꽤 진한 단내가 난다.

먼저 스트레이트로 맛을 봤다. 피트향은 나지 않았다. 잘 익은 바나나가 느껴진다. 달콤하기는 하나 산뜻하고 가벼운 단맛이다.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달다. 술이 혀를 타고 목구멍으로 향하면서 단맛은 깊어진다. 혀의 중간 이후부터 캐러멜처럼 진하게 달다.

보디감이 가볍다. 알코올 도수가 40도인데, 도수에 비하면 목 넘김이 부드러운 편이다. 술을 마신 후 속에서 올라오는 풍미, '피니시'에는 개성이 없다. 어쩌다 한 번씩 피니시에서 불쾌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심심한 피니시 때문에 알코올이 도드라져서일까. 먹고 난 뒤에는 캐러멜향이 입안에 남는다.

다음에는 온더록으로 마셨다. 단맛이 움츠러든다. 그러면서 신선한 향이 도드라진다. 희석했으므로 당연히 한층 부드럽게 넘어간다. 몰개성한 피니시는 그대로다. 얼음이 녹아 밋밋한 술은 더 밋밋해진다.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편이 낫다.

총평하자면 헤이그클럽은 달고 목 넘김이 순해 부담 없이 마실 만하다. 몰트나 블렌디드위스키 특유의 향을 즐기지 않는다면 한 번쯤 마셔볼 만하다. 뒤집어 말하면 좀 밋밋하다는 소리다. 술꾼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렵다.

이 글을 쓰면서 자료를 참고하려고 해외 사이트를 좀 뒤졌다. 헤이그클럽에 대한 세계 각국의 술꾼들의 평가도 나와 비슷했다. 호평보다는 혹평이 많았는데, 휘발유맛이 난다는 악평까지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 정도는 아니었다. 가격이 비싸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거기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700㎖ 한 병에 8만5000원선이다. 다시 사 마실 의사는 없다.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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