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생활도 열정 없으면 못버틴다

  • 유재천
  • 입력 : 2018.04.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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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퇴사하고 싶으세요? 유재천 코치의 직장인을 위한 전 상서-7] 자기소개서에 직접 쓴 입사 후 포부는 입사 초기에 발휘한 열정에 의해 잠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연차가 쌓일수록 포부는 다시 단단히 감싸이며 안에 있는 내용물은 다른 형태로 변해간다. 초심과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향해 내뿜는 한숨이 입사 후 열정을 식힌다.

직장에서 매일같이 야근하며 일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그 끝은 회의(懷疑)로 가득 찬 절망이었다. 계속 일해봤자 일만 하다 돌아가신 가장, 아버지처럼 될 것만 같았다. 그래도 이겨냈다. 가장이었기 때문에 나는 포기는 절대 하지 않았다. 4년이 흘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정신을 차렸지만 내 눈은 초점이 맞지 않는 흐릿한 렌즈 같았다. 회사의 부속품처럼 일하고 주말이면 5시간 거리의 집으로 향했다. 주말에 다시 회사에 불려 나오기도 수십 번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어느 새 대리로 승진했다. 그리고 2년을 더 일하고 회사를 그만뒀다.

입사 후 열정을 바라보며 퇴사 후의 열정을 회상한다. 퇴사 후의 열정은 다를까? 퇴사 후 1년, 나는 작은 카페를 인수하고 경영하며 경영대학원에 다녔다. 카페를 인수한 건 서른 살이 넘어 집에서 용돈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고, 대학원에 진학한 건 전공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실전 경영수업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 6년의 기간으로 정산된 퇴직금은 카페 인수 비용과 학자금으로 충당되었다. 모든 투자는 자발적이었고 투자금은 자가 충당했다. 목적은 미래를 향했고 다시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해서 그런지 재미있었다.

퇴사 후 2년, 카페 2호점을 열었다. 작은 경영이지만 실전 수업의 폭을 확대하고 싶었다. 창업을 경험하고 창업 지식을 정리했다. 경험이라는 훌륭한 지식을 축적해 나갔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2호점을 일정 궤도에 올려놓은 뒤 양도했다. 그 사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강사 활동을 시작했다. 사실 요즘은 퇴사 후 치킨집이 아닌 강사가 유행이다. 진입장벽이 낮지만 살아남기는 처절하게 어렵다. 자신을 보호해주는 조직이 없는 상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직장이 없더라도 수익을 발생시켜야 하며 계속되는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늘 평가받아야 한다. 강사로서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 창업한 카페에서 무료 강연을 시작했다. 한 명이 오더라도 혹은 아무도 오지 않더라도 강의를 계속했다. 교육업으로 일의 영역을 전환하기 위한 작은 시도들을 이어갔다.

퇴사 후 3년, 대학원 졸업 시점에 두 번째 회사에 들어갔다. 전공을 바꾼 덕분에 하고 싶은 일의 분야로 재취업이 가능했다. 물론 내가 내려놓은 것이 많지만 내려놓고 나면 욕심이라는 초기 기준은 봄에 눈 녹듯 녹았다. 힘겨운 과정으로 업(業)을 바꿨지만 다시 직장인이 되었다. 일하고 싶은 분야에서 일하고 새로운 것을 주도적으로 배우고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퇴사 후 마련한 인생의 방학을 안식년처럼 사용했지만 열정을 새롭게 발휘하기 시작했다. 퇴사 후의 열정이다. 입사 후의 열정 또는 퇴사 전에 열정과는 달랐다. 온도는 모두 높았지만 열정의 주도성이 달랐다. 열정의 온도는 높을 수 있지만 얼마나 오래가느냐가 중요하다. 열정을 발휘할 목적을 자신이 분명하게 인지하고 유지해야 오래간다. 열정에도 끈기가 작용하는 셈이다. 퇴사 전에도 이를 알았다면 직장생활이 조금은 달랐을 것 같다. 열렬(熱烈)한 애정(愛情)을 의미하는 열정(熱情)을 쉽게 불태우는 것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주체는 자신이다.

퇴사 후 다양한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손쉽게 내가 만족할 만한 퇴사 이후의 삶을 결정하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현실이라는 혹독한 장벽과 회사 밖은 지옥일 것이라는 두려움을 떨쳐내기조차 어렵다. 퇴사 후에도 이어지는 삶을 어떻게 살지, 늦은 탐색을 퇴사 후 3년간 실행했다. 여러 사례 중에 하나가 되겠지만 이 또한 직장인이 살펴볼 수 있는 탐색이다. 다른 경험이지만 미리 경험해본 사람의 이야기를 관심을 갖고 들어보는 것은 가능성을 높여준다. 지금 당장 퇴사를 결정하고 탐색하라는 말이 아니라 현명한 관점을 가지면 좋겠다. 직장 밖 이야기를 호기심을 갖고 들어보고 직장 내 고수들을 관찰하며 성장하며 언젠가는 다가올 퇴사를 준비해야 한다. 현실의 부정적인 부분을 보며 불가능을 탐색하기보다는 다양한 사례를 보며 자신을 비추어보는 것이 지혜라고 생각한다.

시간은 어차피 흐른다. 퇴사 후의 열정을 발휘하고 퇴사 전과 비교하며 직장인의 현명함은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직장에서도 열정을 발휘할 목적을 자신이 분명하게 인지하고 유지해야 오래가고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의 시간도 자신에게 도움이 되도록 만들길 바란다.

[유재천 인생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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