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SWAG] K팝 아닌 BTS팝, 아이돌 성공 공식 새롭게 쓰다

  • 박창영
  • 입력 : 2018.05.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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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열린 빌보드뮤직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이
▲ 지난 해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열린 빌보드뮤직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이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한 후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해보이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올해 이 부문 2년 연속 수상에 도전한다. (왼쪽부터) 뷔, 슈가, 진, 정국, RM, 지민, 제이홉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케이컬처 DNA] 방탄소년단(BTS)이 오는 20일 컴백 무대를 선보인다. 아이돌 그룹이 새 앨범 신고식을 하는 건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엔 장소가 특별하다. 이들이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의 노래와 퍼포먼스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는 바로 빌보드뮤직어워드(BBMA)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다.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BBMA는 전 세계 대다수 가수에게 꿈의 무대로 여겨진다. 긴 세월 한국 아티스트들이 단지 초대라도 받길 원했던 BBMA를 방탄소년단은 마치 국내 음악 방송이나 되는 양 컴백 무대로 활용하는 게 그로테스크하게까지 느껴진다. 방탄소년단과 관련해 일어나고 있는 사건 중 비현실적 느낌을 주는 건 이뿐만 아니다. 이들이 최근 발매한 일본 세 번째 정규 앨범 '페이스 유어셀프(Face Yourself)'는 지난달 10일 빌보드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43위를 찍었다. 동시기 같은 차트에서 이보다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한 일본어 앨범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련의 현상을 두고 방탄소년단이 이미 K팝의 범주를 벗어났다는 이야기를 한다. 보이그룹의 정의를 새로 쓰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S(강점)W(약점)A(기획사)G(목표)를 11일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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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점: 신비감 벗은 아이돌, TV에서 스마트폰으로 내려오다

방탄소년단은 명성에 비해 국내 디지털 음원 순위가 낮은 편이다. 지니뮤직 차트에서 'DNA' '피 땀 눈물' '불타오르네' 등 방탄소년단의 대표곡은 일간 1위를 기록한 날이 없다. 실시간 1위에 1~24시간 동안 올랐을 뿐이다. 해당 차트에서 분석해본 여섯 곡 중 오직 '봄날'만이 발매일인 지난해 2월 13일 일간 1위를 기록했다. 이름을 알 만한 아이돌 그룹들이 일간 1위 장기 집권 노래를 다수 가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방탄소년단의 이러한 성적은 의외다. 이러한 경향은 멜론과 벅스, 소리바다 등 다른 디지털 음원 플랫폼에서도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언뜻 모순되게 느껴지는 이 자료에는 방탄소년단의 성장 역사가 반영돼 있다.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중소형 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출신으로서 기존 보이그룹 성공 공식을 차례로 무너뜨리며 커왔다. 10·20대에게 공감받을 이야기를 짜임새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간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연습 과정을 담은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 다소 신비감이 있었던 여타 보이그룹과 달리 친구 같은 아이돌이 된 비결이다. 국내 디지털 송차트 순위는 다소 낮았지만 친근감을 내세운 전략으로 해외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현재까지 유튜브 조회수 3억뷰를 넘은 뮤직비디오만 세 편을 보유 중인데 이는 K팝 그룹 최고 기록으로 글로벌 팬덤이 없었다면 달성 불가능한 수치다. 지금이야 유튜브와 트위터를 활용하는 전략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방탄소년단이 한창 두 채널을 활발하게 이용하던 2014~2015년에는 그렇지 않았다. 유튜브 APAC 오리지널 책임자인 네이딘 질스트라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데 유튜브가 함께 해왔다"고 말했지만 반대로 유튜브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데도 방탄소년단이 큰 공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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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최근 공개한
▲ 방탄소년단이 최근 공개한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의 콘셉트 포토.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음악이 좋지 않았다면 아무리 파급력이 큰 채널을 활용하더라도 해외 차트를 뚫긴 어려웠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영국 UK차트 앨범 부문에서 14위를 기록하면서 세계 어느 곳을 가도 두루 통하는 음악임을 입증했다. 이들은 세계적 대세가 된 힙합 사운드를 적절히 활용해 자기 고민을 써내려갔다는 평이다. 정병욱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은 "트렌드와 복고를 가리지 않고 다채로운 레퍼런스를 소화할 수 있는 송라이팅을 한다"며 "퍼포먼스 능력을 갖추면서도 분명한 장르 지향성을 고수해 롱런할 수 있다"고 호평했다. 방탄소년단은 올 2월 열린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아이돌 최초로 올해의 음악인상을 받았다. '아이돌을 인문하다'를 펴낸 작가 박지원은 "멤버 각각의 개성을 자신들의 곡과 퍼포먼스에 주체적으로 녹여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아이돌 그룹"이라고 했으며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 미묘는 "자기 서사와 트렌드를 조합하는 뛰어난 감각"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반야 SBS 라디오 작가는 "(작사에 있어) 세대의 대변자이면서도 곡에 있어서도 편차 없이 높은 질의 작업물을 선보인다"고 강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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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약점: K팝이 아닌 BTS팝을 하는 1인자의 숙명

빌보드는 지난 2월 홈페이지에 방탄소년단을 별개 코너로 개설한 적이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이 매체가 방탄소년단을 K팝이 아닌 하나의 현상이자 독립된 장르로 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었다. 이에 대해 미묘는 "빌보드는 지난해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방탄소년단에게 준 이래 '방탄소년단은 우리가 키운 아이돌'이라는 인식을 계속 주려고 한다"며 "최근에는 필진들이 억지스러운 주제로 방탄소년단 관련 설문을 만들어 가면서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클럽)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K팝 대신 BTS(방탄소년단)팝으로까지 불리는 현재 상황이 이 팀에 큰 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RM은 활동 반경이 유럽 미국 등으로 넓어지면서 기존 활동명 랩몬스터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바꿨다. 그가 개명의 이유를 "미국 등 많은 곳에서 랩몬스터라는 이름을 이야기했을 때 투머치(too much·과도한)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것은 글로벌 방탄소년단이 느끼는 부담감이 전달되는 대목이다. 김반야 SBS 라디오 작가는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일은 어렵다"며 "현재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좋은 곡을 계속 쓰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즐기며 놀듯 자연스럽게 만들어온 이들의 이미지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앞에서 망가질 수 있다는 우려다.

작업물이 좋은 것에 비해 개성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병욱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은 "좋은 레퍼런스들을 적시에 인용하다보니 막상 음악 자체와 콘셉트에 있어서의 고유의 개성은 확고하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장르의 공식은 훌륭하게 소화하지만 그 안에서 방탄소년단만의 특징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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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 지난 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17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As)에서 방탄소년단(BTS)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AMAs에서 K팝 공연이 펼쳐진 것은 처음이다. /사진=AP연합뉴스


(3) 기획사: 시총 1조원 엔터사의 탄생 예고, 미래 전략은 불투명

올 3월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지난해 경영실적을 발표하자 증권가가 술렁였다. 영업이익에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SM, YG, JYP 등 국내 엔터 3강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빅히트가 올린 매출은 약 924억원으로 SM(3654억원), YG(3499억원) 대비 4분의 1, JYP(1022억원)와 비교해 90%에 불과했다. 방탄소년단을 앞세워 알짜 장사를 했다는 의미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빅히트 시가총액이 1조원에 가까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넷마블게임즈가 빅히트의 지분 25.7%를 2014억원에 샀다는 건 회사의 시장 가치가 약 7800억원이라는 의미고,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지면 충분히 1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기존 엔터 강자들이 빅히트를 부러워만 하는 건 아니다. 방탄소년단 한 팀에 거의 올인 중인 빅히트와 달리 이들은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착실하게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단순히, 아티스트 라인업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SM은 '효리네민박2' '아는형님' '키스먼저할까요' 등 화제성 높은 예능, 드라마를 자회사 SM C&C를 통해 선보였으며 YG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긴 하지만 자체 프로그램 제작 능력을 키워가는 중이다. 만약, 대형 기획사가 스스로 만든 프로그램에 소속 아티스트를 출연시키는 수직계열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면 방탄소년단은 소속사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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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목표: 놀며 즐겨왔던 DNA 고수하기

독립 영화계 스타였던 감독이 상업 영화로 편입되면서 이전보다 완성도 낮은 작품을 내놓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국내에서 인기 끌었던 가수가 미국 팝시장을 겨냥한 작업물을 만든 후 혹평을 받은 경우도 수두룩하다. 주류 시장의 공식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려는 시도로 자연스러움이 사라지면서 생기는 결과다.

방탄소년단 역시 K팝의 대표주자로서 받는 국내외 압박에도 자신의 색깔을 그대로 유지하는 고집이 필요해보인다. 현재 위치까지 놀며 즐기듯 올라온 것처럼 말이다. 정병욱 선정위원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성장해온) 그룹의 특성상 약점은 특별한 수단을 통해 개선할 것이 아니다"며 "현재의 강점을 통해 계속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의 아버지 방시혁 빅히트트 대표는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지난해 말 방탄소년단 고척 돔 콘서트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방탄소년단이 미국시장을 타깃으로 미국에 진출해서 영어로 된 노래를 발표하는 것은 우리가 가고자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K팝 가수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미국 회사와 계약하는 것은 이미 K팝이 아니다. 미국시장에 아시안 가수가 데뷔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창영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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