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전' 독한 캐릭터에 빠져드는 재미

  • 양유창
  • 입력 : 2018.05.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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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앤-182] '천하장사 마돈나' '경성학교'의 이해영 감독이 남성적인 영화로 돌아왔다. '독전'은 독한 전쟁이라는 제목처럼 형사들의 마약조직 소탕작전을 그린 영화다. 조진웅, 류준열, 차승원 등 화려한 캐스팅과 고 김주혁 배우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 홍콩 액션 누아르 거장 두기봉 감독의 영화 '마약전쟁'(2013)의 리메이크, 총 제작비 113억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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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아쉽지만 전개는 빠르다

'신세계' '마스터' 등 한국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독전' 스토리가 새롭다고 느끼기는 힘들 것이다. 마약조직의 보스 이 선생을 끈질기게 쫓는 형사 원호(조진웅)가 있고, 경찰에 협력하며 이중 스파이가 되는 연락책 서영락(류준열)이 있다. 중국에서 건너온 마약왕 진하림(김주혁)과 이 선생 조직의 이사 브라이언(차승원)이 화면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대결을 펼치고, 원호와 영락은 그들 틈에서 잠입작전을 벌이며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마지막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이 선생 정체가 드러난다.

'독전'의 장점은 전개가 빨라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인다는 것이다. 상업영화로서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그래서 스토리와 반전이 어느 정도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관객 입장에선 적당히 눙치고 넘어가게 된다.

이중 스파이 영화의 성패는 신분을 숨기고 잠입한 범죄조직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에 달려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초·중반부에 눈가에 잔뜩 힘을 주고 달린다. 코믹한 설정은 한두 곳뿐, 거의 모든 상황이 진지하다. 하지만 한두 컷에는 조진웅과 류준열의 브로맨스를 암시하는 설정도 있다. '불한당'의 브로맨스를 좋아한 팬이라면 이 영화 속 두 남자의 케미스트리에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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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캐릭터 열전

'독전' 캐릭터들은 개성이 넘친다. 그중 몇몇 배우들이 눈에 확 들어온다.

가장 강렬한 배우는 진하림 역의 김주혁이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그이기에 등장부터 시선을 잡아끈다. '공조'와 '석조저택 살인사건'에 이어 그는 이번에도 악역을 맡아 간담이 서늘해지는 미치광이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마약에 찌들어 원호에게 총을 들이대는 무표정한 모습이 압권이다.

김주혁 옆에는 아내 보령 역의 진서연이 있다. 비쩍 마른 몸을 드러내며 약에 취해 반쯤 제정신이 아닌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약기운이 객석으로 전달되는 듯하다. 그동안 TV에서 보았던 그녀의 모습과 달리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를 독보적으로 연기했다.

중반부 이후는 마약을 제조하는 농아 남매를 연기한 이주영과 김동영이 책임진다. 원작에선 형제지만 '독전'에선 남매로 바뀌었다. 수화로 소통해 답답할 거라는 편견과 달리 두 사람은 자유로운 영혼을 마음껏 발산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얼굴이 덜 알려진 이주영의 꾸밈 없는 표정이 돋보인다. 단편 '몸값'(2015)으로 데뷔한 이주영은 드라마 '라이브'에서 이제 막 경찰이 된 송혜리를 연기해 호평받았던 신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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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다른 결말

두기봉 감독의 원작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독전'의 결말을 보면서 전혀 다른 영화라고 느낄 것이다. '마약전쟁'의 결말이 허무주의에 기대고 있다면 '독전'의 결말에는 반전과 모호함이 있다.

아쉬운 점은 '독전'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주인공 원호의 심리묘사가 부족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영화 맨 앞부분에 동기를 살짝 끼워넣긴 했지만 전사가 드러나지 않아 관객을 온전히 설득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원작에서 고구마처럼 답답한 면이 많았던 영락이라는 캐릭터는 많이 세련되어졌다. 하지만 그에게도 개연성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확실히 이 영화의 스토리는 아쉬운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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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관람가는 너무해

영화는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는데 이는 폭력에 지나치게 관대한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잣대를 보여준다. 성적인 수위는 높지 않은 편이지만 폭력 묘사는 꽤 잔혹하고 또 마약하는 장면이 여과없이 드러난다.

영등위 측은 “총격전, 살해, 고문 등 폭력묘사와 마약의 불법 제조 및 거래 등이 빈번하지만 제한적으로 묘사돼 있다”라며 15세 관람가 등급을 내린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영화가 언론에 공개된 시점부터 등급에 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영등위의 고무줄식 등급 책정은 이미 수차례 문제제기된 바 있다. ‘곡성’ ‘설국열차’도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아 논란이 됐었다. 불필요한 논란이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폭력 수위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필요해 보인다.

[양유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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