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 Flying J
  • 입력 : 2018.05.2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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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두바이 파일럿 도전기-55] "길거리에 왜 이렇게 좋은 차들이 많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여행오는 사람들 십중팔구가 하는 말이다. 벤츠 BMW 렉서스 등 흔히 말하는 좋은 외제차 브랜드는 물론이요, 벤틀리 롤스로이스 마세라티 등 슈퍼카 행렬까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뭐 경찰차도 람보르기니 페라리를 끌고 다니면서 관광객에게 자랑하는 곳이니깐.

이러한 모습을 잘 지켜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두바이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셰이크 자예드(Shaike Zayed)로(路)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내부순환도로나 강변북로·올림픽대로쯤에 해당할 것이다. 제한속도는 있지만 쭉쭉 뻗은 10차로 이상에 신호등도 없어 질주본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들어설 때 내가 운전하는 차 앞뒤로 슈퍼카가 있으면 자동적으로 깜빡이를 켜고 얌전히 옆 차로로 비키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하여튼 이렇게 도로 사정도 좋고 쭉쭉 신나게 나가는 좋은 차도 많은 곳이라 불미스러운 일도 가끔 일어난다. 돈 많은 석유수저가 좋은 차를 사서 잘 몰고 다니는 것이야 상관없지만, 이런 고성능 자동차를 구입해서 과속·난폭 운전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바이에서 야간 및 고속도로 운전을 할 시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끔 모래바람이 불어서 운전 가시거리를 확보하기 힘들 때도 있는데 이때도 마찬가지다.

두바이에서는 렌트카를 빌리는 것이 매우 대중화돼 있는데 이러한 교통 관련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면 매우 당황스러울 것이다. 만약 운전자라면 즉시 경찰관서에 신고(번호 999)해서 경찰과 함께 현장을 검증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보험사와 차량 수리 등을 협의해야 한다. 만약 사망사고가 일어났다면 사고 경위 파악 및 유가족 입국, 시신 국내 운구 등 제반 처리에 약 3~7일 소요된다.

◆교통사고 시 처벌 수위

세단이나 SUV 등 일반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는 △타인 생명이나 안전에 위협을 초래하거나 △공공기관이나 사설기관 시설에 손실을 초래했을 때 60일 동안 차량 압수 및 2000디르함(약 60만원)의 벌금과 교통벌점 23점이 부과된다.

만약 교통사고로 인해 타인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을 때 가해자는 법원에서 벌금을 부과받고, 교통벌점 23점과 30일 동안 차량을 압수당하게 된다. 피해자가 사망했을 때는 법원에서 벌금을 결정하고, 교통벌점 23점과 60일간 차량 압수를 당하게 된다. 무면허 운전 시에는 3000디르함(약 90만원)의 벌금 및 교통벌점 24점과 30일간 차량 압수를 당한다. 따로 중과실 정도에 따라 검찰의 기소를 통해 받을 수 있는 형사처벌은 제외한 것이니 '생각보다 처벌이 약하네'라고 오해하면 안 될 것이다.

◆필자가 겪은 두바이 접촉사고

나는 두바이에서 야외 주차장에 주차해놓은 세단 차를 트럭이 지나가면서 아예 내 차 뒤트렁크 쪽을 밀어버려서 움푹 들어가게 만들고 그대로 사라진 일을 겪었다. 다시 외출하기 위해 밖에 나왔을 때 뒤트렁크 쪽이 푹 들어간 채 내게 "안녕하세요, 주인님"이라고 말하는 것을 처음 목격했을 때 그 당황스러움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다행히도 그 운전자는 주차장 관리인에게 연락처를 주고 갔다. 아마 뺑소니였으면 꽤 찾아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바로 경찰을 불러서 다음날에 조서를 쓰게 했다. 나를 보자 "인샬라(inshallah·신의 뜻대로)"라고 인사하는 운전자는 파키스탄 출신 무슬림 노동자였다. 당시 라마단 기간이라서 금식 도중에 일까지 같이 하느라 집중 못하고 받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뒷면에 상처가 깊숙이 난 차는 내 차가 아닌 렌트카 업체의 차였기 때문에 업체에 전화해서 새로운 차로 다시 교환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이게 내가 참 억울했던 것이, 사고 나기 전 렌트카 업체에서 월(月)로 갱신되는 장기렌트를 하기 위해 발품을 엄청 팔고 좋은 차를 고르기 위해 엄청 노력했다. 긴 발품 끝에 마음에 드는 렌트카 업체와 차를 최종적으로 낙점했고, 당시 종업원이 "들어온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새 차입니다"라고까지 말했다. 안에 들어가니 새 차 냄새가 물씬 나는 게 마치 내가 새 차를 산 것만 같은 느낌까지도 들었는데, 그런 차였는데, 그렇게 마음에 들어했던 차를 빌린 지 3일 만에 갑자기 폐차시키고 다른 차로 교환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결국 차는 잘 교환했다. 예전만큼 마음에 드는 차는 아니었지만.

작든 크든 교통 분쟁에 휘말린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겪는 것 자체가 참으로 짜증이 난다는 것을. 특히 본인이 잘못한 게 하나도 없을 땐 더 그렇다. 물리적인 보상은 받는다고 하지만 빼앗긴 시간과 슬픈 내 마음은 어디서 보상받으리. 그래도 뺑소니가 아니였고 어쨌든 내 신체엔 다른 위해가 없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을까.

[Flying Johan/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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