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골프 약속... 우중 라운드 어쩌면 좋아요

  • 정현권
  • 입력 : 2018.09.01 06: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골프 오딧세이-1]요즘 같은 여름철 모처럼 라운드가 잡혔는데 당일 비가 오는 것으로 전날 밤 예보돼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때부터 골퍼마다 성격과 생각 차이로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전날 전화로 일기예보를 내세워 내일 당연히 비가 오는 걸로 예단하고 취소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다른 골퍼는 일단 내일 아침 일어나서 상황을 보고 판단하자고 말한다.

이 경우에도 의견이 달라진다. 새벽부터 비가 오니 다음으로 미루자고 하는 측과 골프장에 전화해서 현지 사정을 파악한 후 결정하자는 쪽으로 나뉜다.

비가 내려도 골프장에 가는 도중 혹은 식사 후에 비가 그칠 수도 있으니 골프장에 결정하자는 파가 생긴다. 현장에서 결정하자는 주의다. 라운드를 하기 힘들면 모처럼 얼굴도 보고 식사라도 하고 오자는 의견이다. 비가 예보되면 전날 밤부터 심리게임이 이미 시작되는 것이다.

이럴 때 보통 친구나 서로 부담 없는 사이라면 솔직하게 전화나 카톡으로 이야기하면서 다수의 의견을 따르면 된다. 그래도 의견이 좁아지지 않으면 연장자 결정에 따르면 된다.

본인은 모처럼 라운드를 한다면서 무리하게 진행하자고 하거나 비가 한 방울만 떨어져도 라운드는 곤란하다며 바로 짐을 싸는 독재형은 자기도 모르게 골프 초청 횟수가 줄어들 것이다.

언젠가 필자가 아는 직장인들끼리 아침 일찍 라운드가 있었다. 첫 홀 출발 직전에 비가 한두 방울 살짝 떨어졌는데 상사가 바로 스톱하고 집에 가자며 짐을 싸 동반자들이 난감해하는 경우를 접했다.

그중 한 사람은 모처럼 골프가 잡혀 일주일 전부터 거의 매일 연습장에 갔는데 중도포기라니!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부하라서 말 한마디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거의 상사 갑질 수준이다.

접대나 초청 라운드라면 상대방에게 정중하게 물어보고 결정하는 게 낫다. 자기 위주로 분위기를 몰고 가면 접대는커녕 역효과만 볼 수 있다.

라운드 도중 비가 와도 변수가 많이 생긴다. 그린이 물에 잠겨도 강행하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바로 스톱하고 클럽하우스로 직행하자는 파도 있다. 전반 라운드만 돌고 빠지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 생각은 있지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 상황이 사실 매우 난감하다. 이 경우 서로 솔직하게 자기 의견을 피력해서 다수결로 따르는 게 좋다. 그래도 소수 의견을 배려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본인은 힘들어 죽겠다는데 다수결이라며 거의 끌고 다니면서 계속 진행을 강요하면 곤란하다. 진행이 힘든 사람은 동반자들에게 힘들다며 양해를 구하고 다른 사람들도 중도 하차 의견을 받아들인 후 자기들끼리 진행하면 된다. 이를 두고 서운해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면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필자도 언젠가 내기로 돈을 많이(?) 잃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와 심리적으로 지치고 체력도 방전됐는데 상대방이 계속 진행하자고 해 야속하게 여긴 적이 있다. 상대방 심리도 읽어야 한다는 얘기다.

초청이나 접대 라운드라면 조심스럽고 정중하게 상대방 의견을 구하고 존중해야 한다.

참고로 골프입문 초기에 빗속 라운드를 마다하지 않다가 실력이 늘고 구력이 쌓이면 횟수가 줄어든다.

필자도 2000년대 초반 경기도 가평 S골프장에서 200㎜가 넘는 폭우 속에도 라운드를 진행하다 그린에 물이 잠겨 퍼팅이 불가능해지면서 4홀을 남기고 클럽하우스로 빠져나온 적이 있다. 이후론 빗속 라운드를 잘 즐기지 않는 편이다.

좋은 사람들과 괜히 라운드 때문에 남에게 불쾌감을 주면서 품격을 떨어뜨릴 필요가 없다. 골프는 배려와 존중의 스포츠라는 점을 항상 명심하자.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