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골프 절대로 잃지 않는 법

  • 정현권
  • 입력 : 2018.09.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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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골프 오딧세이-3] 프로골퍼에게 상금이 걸린 경기 자체가 일종의 내기골프지만 주말골프는 원하든 원치 않든 내기골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스킨스게임 금액으로 적게는 1000원짜리로 각자 1만원을 만들든 타당 1000원짜리 스트로크 게임을 하든 한 명이라도 원하면 자연스럽게 내기를 하게 된다.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큰돈이 걸린 내기는 말할 것도 없지만 적은 금액이 걸려도 게임이 끝날 때까지 한 푼도 챙기지 못하면 체면을 생각해서 표시는 못하지만 속으로는 심한 상처를 받는다. 오재근 한국체육대 교수는 "주말골퍼들은 돈을 잃어서가 아니라 자존심이 무너지고 허탈감에 며칠 동안 끙끙 앓게 된다"고 말한다.

내기골프에서 절대로 잃지 않는 방법은 없는가. 프로골퍼 최경주가 몇 년 전 방한해 레슨을 할 때 들은 적이 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우선 골프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프로들이 집중하는 것과 주말골퍼가 집중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듣고 보니 차원이 다르다.

프로들은 보통 늦어도 2시간 전에 라운드가 예정된 골프장에 도착한다. 간단하게 식사한 후 샷을 점검한다. 샤프트가 긴 것에서 짧은 순으로 연습에 들어간다. 연습량도 짧은 순으로 많아진다. 당연히 퍼팅연습이 가장 많다. 하지만 맹렬한 연습은 금물이다. 오히려 리듬을 끊어놓을 수 있다고 최경주는 지적한다.

주말골프들은 보통 늦어도 티업 한 시간 전에 도착하면 무난하다. 간단하게 동료들과 인사하고 식사 후 30분 정도 여유를 가지고 몸을 푼다. 간혹 오랜만이라며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있는데 이미 절반은 내기게임을 포기한 거나 마찬가지다.

모든 클럽으로 간단하게 샷을 점검하고 연습그린에서 퍼팅감과 그린 상태를 파악한 후 티박스로 나간다. 이 모든 과정이 귀찮다고 여겨지면 그날은 돈을 잃는다고 봐야 한다.

일단 티박스에서 출발하면 과도하게 말하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 주말골퍼들은 보통 서로 잘 알기 때문에 적당한 대화는 필요하지만 가능하면 페어웨이나 그린에서는 말을 아끼고 라운드 후 뒤풀이 때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게 좋다. 프로들 경기를 보면 거의 말 없이 자기 샷에만 열중한다. 마이웨이다.

대화뿐만 아니라 남의 샷도 가능하면 보지 않는 게 자기 멘탈을 유지하는 데 좋다. 스포츠 심리학자 조셉은 "자기 집중력은 타고난 성격일 수도 있지만 골프 경험을 통해서 직접 키울 수 있다"며 "내면의 에너지를 일정한 상태로 끌어올려 끝까지 끌고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프로들은 동반자들이 샷을 할 때 딴 데를 쳐다보거나 그린에서도 상대방의 퍼팅을 외면하고 자기 공의 상태를 응시하는등 약간 무관심을 연출한다.

그늘 집도 그냥 지나치거나 머물더라도 간단하게 음료 정도만 마시고 나와서 앞 조가 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코스 지도를 살펴보거나 공간이 있으면 칩샷을 연습하는 것도 방법이다. 끝까지 손에 클럽을 가지고 있으면서 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그린에 먼저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이 말은 파4 홀에서 드라이버샷을 약간 짧게 치더라도 세컨 샷으로 그린에 먼저 올리면 상대방을 흔들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언샷이 아주 정확하고 거리가 난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가능하고 일부러 드라이버를 짧게 치면 오히려 샷감을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아이언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로 해석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한국 프로골프의 전설 최상호는 "드라이버 샷에 승부를 걸지 말고 아이언 샷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결국 골프는 누가 그린에 올려 핀에서 2m 이내에 붙이느냐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오비를 내거나 해저드에 빠져도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아예 자포자기해 버리면 해당 홀뿐만 아니라 경기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한 타라도 만회하겠다는 강인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이런 자세가 오히려 상대방을 무너지게 만들기도 한다.

싱글골퍼가 아니라면 홀마다 보기를 목표로 삼는 것도 경기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목표를 약간 낮게 잡아 심리적으로도 안정돼 잘하면 파, 못해도 보기를 하면 80대는 무난하다.

그린에 올라가기 직전부터 경사와 라인을 읽는 자세가 중요하다. 에지에서부터 그린 상태를 살피고 공과 핀의 전후좌우에서 그린을 읽어야 한다. 물론 시간을 너무 지체해 상대방의 흐름을 끊어놓으면 매너가 아니다. 프리샷 루틴으로 착착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퍼팅 땐 내적 긴장감이 최고조로 상승하는데 잡념을 없애는 게 관건이다. 잡념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없애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약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한 채 넣을 수 있다고 자기 주문을 하면서 퍼팅하면 된다.

내기골프를 하면 경쟁자 심리를 흔드는 말, 속칭 '구찌'가 난무한다. 약간의 구찌는 경기에 재미와 활력을 넣기도 하는데 돈을 잃지 않으려면 가능하면 말을 줄이고 상대의 구찌에 대응하는 것도 피하는 게 좋다. 이것이 오히려 상대방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조용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의 구찌를 날리면 상대방의 흐름을 크게 흔들어 놓을 수 있다.

페어웨이나 그린에서 비슷한 거리를 남겨두고 있을 땐 절대 먼저 하지 말자. 그만큼 마음이 조급하다는 증거이며 조급하면 샷이 잘될 리 없다. 오히려 상대방에게 양보를 하면 우회적으로 그를 조급하게 만드는 효과마저 있다.

내기골프에서 정말 돈을 따고 싶다면 집에 매트를 깔아놓고 틈만 나면 퍼팅연습을 하는 게 최선이다. 최상호 프로마저도 "퍼팅은 바로 돈"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연습장에선 칩샷과 숏 아이언 연습에 매달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기에서 잃지 않으려면 두 가지 사실을 명심하자. 바로 최소 한 사람이라도 하수를 대동해야 한다. 약간 비겁하게 보일지 몰라도 친구 사이라도 할 수 없다. 한 명이라도 하수가 있으면 절대 잃지 않는다. 본전은 한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내기 룰을 나한테 유리하게 유도하라. 한국이 세계에서 주말골프 게임에서 가장 많은 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운드하기 며칠 전부터 인터넷을 뒤져서라도 최소한 두 가지 정도 나한테 유리한 룰을 가지고 당일 딜(Deal)을 하면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게임을 치를 수 있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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