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공연장 온듯 색다른 경험... 연극 '줄리어스 시저'

  • 김연주
  • 입력 : 2018.09.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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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투스 역을 맡은 벤 위쇼.
▲ 브루투스 역을 맡은 벤 위쇼.


[더 스테이지-98] 집 앞 20분 거리에 있는 영화 '어벤져스' 티켓값은 1만원 정도. 대학로 혹은 강남 지역에 있는 극장에서 하는 꽤 유명한 배우가 나오고 연출이 괜찮다는 평을 듣는 연극 티켓값은 5만원, 할인을 받아도 3만원이 넘는다. 당신이라면 얼마 없는 여가시간에 무엇을 보겠는가. 참고로 공연장에서는 음식도 못 먹고 늦으면 지연 입장을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영화관은 팝콘과 핫도그를 먹으면서 관람하는 건 물론 화장실 등 출입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염두에 두자.

10여 년간 공연계는 늘 '위기'였다. 새롭게 등장한 라이벌들이 너무 강력했기 때문. '반복'과 '대량생산'이 가능한 TV와 영화관은 더 싼값에 질 좋은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 그들이 줄 수 있는 재미를 두고 경쟁하려면 그들의 적수가 될 수 없다. 21세기 극장들은 생존을 위해 그들이 줄 수 없는 '무언가'를 제공해야만 한다.

연극 '줄리어스 시저'는 영국의 유명 연출 니컬러스 하이트너가 찾은 꽤 매력적인 답안지다. 니컬러스 하이트너는 영국 국립극장의 전 예술감독으로 2017년 10월 새로 개관한 더 브리지 시어터의 예술감독직으로 옮겨갔다. 이 새로 개관한 작은 소극장은 파격과 실험적인 연극으로 영국 평단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줄리어스 시저'가 대표적이다.

일단 엄숙함을 버렸다.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 록(ROCK) 공연장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어두컴컴한 무대를 뿌옇게 덮은 안개 속 악기를 메고 있는 남다른 포스의 사내들. 실제로 본격적으로 공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영국 유명 록 밴드의 곡들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실제로 이들의 목표는 관객들을 열광시키는 것이다. 마치 선거 유세 현장에 몰린 지지자들처럼. 섬 형식으로 관중 한가운데 위치한 무대에서 배우들은 관객을 '로마시민 여러분'이라 부른다. 실제로 시저의 장례 행렬이나 암살 이후 도피할 때 관객들 사이를 파고든다. 이 극장에서 관객은 정말 '로마시민'이다.

'로마시민이 되어보는 경험'. 이 극한의 몰입이야말로 오로지 '극장'만이 줄 수 있는 쾌감이라고 하이트너가 말하는 듯하다. 이 독특한 경험이 가장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은 아마 그 유명한 브루투스와 안토니우스의 연설 대결 장면일 것이다. "시저를 사랑했지만 로마를 더 사랑했다"는 브루투스의 시민을 향한 이성적인 호소. 그리고 이에 맞서 "시저가 얼마나 로마인을 사랑했는지를 아냐"고 외치는 안토니우스의 감성적인 선동. 벤 위쇼와 데이비드 모리시라는 두 명배우는 관객, 즉 로마시민들을 자기 편으로 설득하기 위해 열정적인 웅변을 펼친다. 이 순간 관객들은 정말 로마시민의 마음이 되어 둘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런 몰입을 도우는 건 세련되고 현대적인 연출. 총을 사용하고 트렌치코트 슈트 등 현대적인 옷을 멋드러지게 차려입은 배우들의 연기와 전쟁 중 헬리콥터와 총기 음향효과는 셰익스피어 시대에 쓰인 작품이라 생각될 수 없을 정도로 익숙하다. 마치 일종의 긴장감 있는 '느와르'물을 보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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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이러니라면 이 공연을 국립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는 'NT 라이브'로 봤다는 점이랄까. 2009년부터 시작된 NT라이브는 관객의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을 현장에서 직접 촬영하고 전 세계 공연장과 영화관에서 상영해 현장의 생생함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줄리어스 시저'의 매력은 스크린으로는 느낄 수 없는 무대의 일원이 되어서 느끼는 열기일 텐데 아쉬울 수밖에. 다만 필자가 이런 느낌을 받았던 사실 자체가 성공일지도.

그럼에도 바다 건너 먼 나라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을 우리나라에서 한글 자막과 함께 합리적인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다. 국립극장은 내년에도 국내에 소개된 적 없는 영미권 화제작과 1~2년 이내에 초연한 신작을 소개한다. 2019년 3월에는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와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등이 예정되어 있다.

[김연주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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