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힙'한 술 진, 그 부활 알린 봄베이 사파이어

  • 취화선
  • 입력 : 2018.09.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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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이어 원석 ‘인도의 별’을 모티브로 삼아 보석처럼 아름답게 만든 봄베이 사파이어의 술병./사진=홈페이지 캡처
▲ 사파이어 원석 ‘인도의 별’을 모티브로 삼아 보석처럼 아름답게 만든 봄베이 사파이어의 술병./사진=홈페이지 캡처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78] 현재 한국에서는 싱글몰트 위스키가 가장 '힙'한 술인 듯하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어떨까.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싱글몰트의 인기가 여전한 가운데 미국 영국 인도 아일랜드 등에서는 진(Gin)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미국 시장에서 진의 매출은 2조원 규모에 이른다. 연평균 성장률은 3.1%다. 주류 업계에서는 이런 트렌드가 차차 한국으로 넘어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진은 주니퍼 베리(노간주나무 열매)를 비롯한 각종 향신료를 알코올로 증류한 술이다. 과거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너무 인기가 있어 과음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영국 정부가 진에 고가의 주세를 부과하면서 인기가 한풀 꺾였다.

오늘의 술은 진의 옛 영광을 재현한 '봄베이 사파이어'다. 봄베이 사파이어는 1987년 출시됐다. 그리고 크게 성공했다. 이후 헨드릭스진 등 후발 주자가 가세해 진 열풍을 이어갔다.

진의 매력은 '변주'에 있다. 주니퍼 베리를 주재료로 하되, 다른 향신료를 자유롭게 넣을 수 있어서다. 100개의 진이 100가지 맛을 낸다. 봄베이 사파이어는 주니퍼 베리 외에 고수, 감초 뿌리, 레몬 껍질, 아몬드, 생강 등 10가지 향신료로 빚었다.

봄베이 사파이어 하면 그 아름다운 병의 디자인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봄베이 사파이어의 병은 인도에서 채굴한 거대 사파이어 원석 '인도의 별'을 모티브로 삼았다. 잘 세공한 푸른색 보석처럼 빛나는 봄베이 사파이어의 아름다운 병을 보노라면 몽환적인 기분마저 든다.

봄베이 사파이어의 진가는 진토닉 등 칵테일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스트레이트로도 한 잔 맛보고 넘어가도록 하자.

병은 하늘색이지만 원액은 무색투명하다. 봄베이 사파이어에서는 알코올과 감귤이 뒤섞인 향이 난다. 좀 더 후각에 집중하면 달콤한 과일, 화사한 꽃의 냄새도 느낄 수 있다.

보디감은 묵직한 편이다. 처음에는 별맛이 안 나다가 술이 혀를 타고 흐르면서 약간의 매운맛과 레몬의 풍미가 올라온다. 거기에 주니퍼 베리, 고수 등의 향이 어우러진다. 향이 너무 강하다. 코가 뻥 뚫린다. 화장품을 들이마시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봄베이 사파이어를 스트레이트로 마실수록 진은 칵테일로 마셔야 한다는 확신이 굳어진다. 집에서 간편히 만들 수 있는 진 베이스 칵테일을 소개한다. 진, 소다수, 토닉워터, 레몬 원액, 설탕이 있으면 최소 3개의 칵테일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먼저 '진 리키'다. 충분히 큰 유리잔에 얼음을 채운다. 소주잔 기준으로 진 1잔, 탄산수 5잔, 레몬 원액 반 잔을 따르고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면 완성이다. 부담스러웠던 봄베이 사파이어의 향이 순해져 편안하다. 씁쓸한 맛과 상큼한 레몬의 조화가 썩 괜찮다. 드라이한 술을 즐기는 분들께 추천한다.

다음에는 저 유명한 '진 토닉'이다. 유리잔에 얼음을 넣고 소주잔 1잔의 진, 토닉워터 5잔, 레몬 원액 반 잔을 따른다. 젓가락으로 저어주면 끝이다. 토닉워터 덕분에 진 리키에 비해 한층 새콤달콤하고 맛있다. 술꾼이든 아니든 간에 두루 즐길 만하다.

마지막 칵테일은 '콜린스'다. 봄베이 사파이어 라벨에 제조법이 쓰여 있는 술이기도 하다. 먼저 큰 유리잔에 소주잔 기준 진 2잔, 레몬 원액 1잔, 설탕 2티스푼을 넣는다. 젓가락으로 설탕이 녹을 때까지 충분히 젓는다. 얼음을 붓고 탄산수를 따르면 완성이다. 셋 중 가장 달콤하다. 레몬 원액을 많이 넣은 만큼 새콤함 또한 강하다. 봄베이 사파이어의 풍미는 더 뒤로 숨는다. 개인적으로는 진 토닉이 가장 좋았다.

봄베이 사파이어는 대형마트에서 1ℓ에 약 3만5000원에 살 수 있다. 알코올 도수는 47도. 재구매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집에 한 병쯤 두면 쓸모가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진 리키, 진 토닉 등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으므로 술을 좋아하지만 독주는 별로고 맥주가 식상한 분들께 꽤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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