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완벽한 스윙은 없다

  • 정현권
  • 입력 : 2018.10.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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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완벽한 스윙은 없다. 자신만의 특이한 폼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 세상에 완벽한 스윙은 없다. 자신만의 특이한 폼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골프 오딧세이-6]

"세상에 완벽한 스윙은 없다."

최근 일본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28)이 내세운 우승 비결은 코치의 이 한마디였다고 한다. 유소연의 코치는 캐머런 매코믹으로 지난 4년간 호흡을 같이하며 스윙과 퍼팅을 가다듬을 때마다 이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매코믹은 조던 스피스(25)를 길러낸 코치로도 유명하다.

더 완벽한 스윙을 만들기 위해 정신적·육체적으로 에너지를 극도로 소모하기보다는 개인이 가진 스타일과 특징을 뜯어고지지 말고 창의적인 훈련으로 실력을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스윙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주말골퍼들은 유소연 선수의 이 말 덕분에 위로를 받아도 될 것 같다. 프로선수가 이 정도인데 하물며 주말골퍼는 어떨까.

주말골퍼들 가운데 스윙폼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사람이 많다. "폼만 좋으면 PGA 선수급"이라거나 "폼이 인간문화재급" 등 농담으로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표시는 안 해도 속이 개운치 않다.

하지만 스윙 자세가 좋으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그렇지 않아도 정상을 달리는 경우도 흔하다. 프로선수로는 '8자 스윙'으로 유명한 짐 퓨릭(48)이 대표적이다. 마치 칼춤을 추는 듯한 스윙으로 그는 PGA 투어에서 US오픈을 포함해 17승이나 거두며 나름 일세를 풍미했다.

은퇴한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48)은 어떤가. 거의 삽질하듯 기계적인 스윙으로 투어 통산 72승을 올리며 경쟁 상대가 없었다. 뒤로 클럽을 짧게 퍼올렸다가 마치 앞으로 아이스하키 스틱을 던지는 듯한 스윙은 아름답기는커녕 단순하고 무미건조하기까지 했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한국 여자골프의 자랑인 박인비 선수(30)를 들 수 있다. 클럽을 뒤로 치켜올렸다가 무심히 던져버리는 스윙인데 다른 젊은 여자 골프선수의 아름다운 자태와는 확연히 다르다.

"완벽한 스윙은 없다. 아니 스윙은 사람마다 달라야 한다."

골프 교습가인 장재식 씨가 강조하는 지론이다. 그는 KPGA 회원이면서 미국 PGA 클래스A 자격을 획득했다. 그에 따르면 본인의 체형과 신체적인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스윙도 다를 수밖에 없다. 골프 스윙은 다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그렇게 배워서도 안된다며 그게 바로 프로선수들의 스윙이 제각각인 이유라고 말한다.

아마추어의 경우 연습량이 프로선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쉽사리 스윙을 바꾸는 것은 리스크가 매우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골프구력이 10년 이상 된 40~50세 넘은 중장년은 스윙 변경으로 자칫 심한 슬럼프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재근 한국체육대 교수는 "체격이 완성되고 뼈가 굳은 상태에서 정통 골프이론에 따라 찍어 친다거나 무리하게 허리와 몸통을 돌리려고 하면 스윙이 좋아지지도 않고 부상당하기 십상"이라고 밝힌다. 스윙을 완전히 바꾸려면 교습을 받은 후 최소한 6개월 정도는 연습도 하고 필드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각오가 정말 남다른 사람들은 레슨을 받으면서 스윙을 고쳐도 되는데 일반 골퍼들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

주말골퍼가 회사일도 해야 하고 필드에서 동반자들과 늘 하듯이 기량도 겨뤄야 하는데 교습기간 과도기에 샷 난조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오랜 구력을 가진 사람은 스윙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가되 약간의 변화를 주고 싶으면 자신을 잘 아는 교습가를 찾아 원포인트 형태로 레슨을 받는 게 현명하다.

'훌륭한 골프 교습가는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농담 같지만 스윙 자세가 괴상하다고 늘 나쁜 것만은 아니다. 동반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내기골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다. 동반자들이 "저 폼으로 스윙하는데 제대로 스코어가 나오겠어?"라고 안이하게 생각했다가 막상 스코어가 잘 나오면 무너지는 경우도 흔하다.

개인적으로 20년 가까이 골프를 함께하는 친한 사람이 있다. 거의 좌욕을 하듯이 엉덩이를 아래위로 씰룩이기를 반복하다가 갑자기 클럽을 장작 패듯 사정없이 휘두르는데 장타인 데다 완벽한 싱글골퍼다. 라운드할 때마다 티박스에서 동반자들로 하여금 웃음을 참기 힘들 지경으로 몰고 가는데 돈은 다 따간다. 그는 독학으로 골프를 시작해 이제 고칠 수도 없고 자기 스윙을 평생 가져가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여자 골퍼들이 남자들의 스윙을 무조건 따라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교습가 장재식 씨는 "여자는 몸의 유연성이라든지 골격이 남자들과 달라 공을 멀리 보내려는 욕심에 무조건 남자 스윙을 흉내 내는 것도 현명하지 않다"고 충고한다,

물론 스윙 자세가 좋으면 아름답고 실력도 좋아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미국 PGA에서 2승을 거둔 케빈 셔펠(32)은 "뛰어난 골프 스윙은 과학보다는 차라리 예술에 가깝다"고 예찬한다. 이래서 프로선수들이나 골프를 미학적으로 접근하려는 아마추어들이 완벽한 스윙에 매달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주말골퍼들이 자신의 스윙 자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도 필요성도 없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나만의 골프, 나의 스윙을 사랑하는 데서 골프의 즐거움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

"나는 아무하고도 경쟁하거나 비교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오로지 완벽을 추구하는 나 자신과 경쟁할 뿐이다."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동시대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라파엘로 등과 비교되는 것을 꺼리며 한 말이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정현권 골프 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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