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빠진 한국프로농구 탈출구 어디서 찾을까

  • 김유겸
  • 입력 : 2017.02.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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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농구리그 출범하면 선수·팬·시장 모두 레벨업

[쇼미 더 스포츠-33] 최근 프로농구 인기가 추락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프로농구위기, 그 탈출구는?]. 하지만 인기 하락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프로농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고 프로농구의 미래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각종 미디어와 SNS에 나타난 프로농구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대중들은 KBL(Korean Basketball Association)이 앞으로 뭘 어떻게 하더라도 한국 프로농구는 "희망이 없다"고 냉소하고 있다. 이런 희망 없는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조금은 모험일 수 있는 외국인선수제도폐지를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가 저품질 경기의 주범 아닐까] 그리고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한중일 통합 프로농구 리그를 추진하는 것이 KBL에게 남아 있는 최후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중일 리그 통합은 시장, 소비자, 그리고 상품 측면에서 KBL이 그동안 도저히풀 수 없었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첫째, 프로농구리그가 생존할 수 있는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관람 스포츠 전체 시장은 규모(약 1000만명)가 매우 작다. 겨울철 실내스포츠로 유효시장을 설정해보면 그 규모는 더욱 작아진다(약 150만명). 유효시장을 모두 점유한다고 해도 150만명 규모의 시장으로는 성장에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체 시장은 프로야구가 70% 가까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며 그나마 우위를 점하고 있던 유효시장도 배구에 빠르게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을 확대하지 않고선 KBL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뒤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 우선 현재 유효시장, 즉 겨울철 실내 관람스포츠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KBL이 택했던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대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이러한 지난 20년의 실패가 이제는 시장을 키우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로 그 대안이 한중일 농구관람시장 통합을 통한 시장 규모 확대인 것이다. 이러한 시장통합이 가능해진다면 당장 KBL이 성장할 수 있는 기본시장 규모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통합시장이 단순히 3개국의 유효시장의 합이 아니라 잠재시장이 개별 유효시장 때보다 커지는 시너지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한중일 리그 통합은 이렇게 KBL이 생존하기 위해 '시장 규모'라는 필요조건을 갖출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줄 것이다.

 둘째, 한중일 통합리그는 KBL과 소속팀들이 강한 팬 정체성(Fan Identification)을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스포츠소비자행동(Sport Consumer Behavior) 연구에 따르면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거나 특정 스포츠팀을 응원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동일시 또는 정체성이다. 스포츠팀을 '나의 팀'이라고 느끼고 그 팀이 이기고 지는 것을 자기 자신의 일처럼 느끼기 때문에 팀과 경기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것이다. 보통 프로스포츠에서 동일시의 대상은 해당 스포츠팀이 대표하는 지역이다. 즉 기아 타이거즈 팬들이 팀을 좋아하는 이유는 광주와 주변 지역주민 또는 지역 출신으로서 지역정체성 때문에 기아 타이거즈 팀을 우리 팀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적인 프로스포츠인 KBO는 출범 때부터 지역연고제를 시행하여 각 팀들이 팬들에게 지역을 대표하는 팀으로 오랫동안 깊이 뿌리를 내렸다. 프로농구도 지역 연고 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먼저 차지한 자리에 틈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정체성의 대상은 지역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는 가장 강력한 정체성의 대상이고 전 국민이 종목을 막론하고 국가 대항전에 큰 관심을 보이며 이러한 국가정체성과 전 국민적 관심은 스포츠 성공에 큰 원동력이다. 그런데 올림픽이나 축구월드컵 같은 국제스포츠 이벤트를 위해 국가정체성의 대상이 되는 국가대표팀이 존재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것이다. 한중일 통합 프로리그가 설립된다면 KBL은 국가를 대표하는 리그가 되고 소속팀들은 국가를 대표하는 프로스포츠 팀이 되어 그 어떤 프로스포츠보다 먼저 국가정체성을 선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 주인이 없는 국가정체성을 원동력으로 프로농구 팀을 나의 팀, 우리 팀으로 여기고 사랑하는 충성도 높은 팬들을 확보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셋째, KBL 핵심상품 품질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뛰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중국 팀들은 우리나라 팀들보다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높기 때문에 이들 팀들과 통합리그에서 꾸준히 뛰는 것이 우리나라 선수들 기량 향상에 기여할 것은 쉽게 예상 가능한 일이다. 또한 3개국 프로팀들이 모인 통합리그는 KBL보다 리그 소속 팀 전력이 상향평준화되어 경기 수준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객관적 경기력 자체뿐만이 아니다. KBL 핵심상품에 대한 팬들의 부정적인 인식 또는 고정관념도 상품 품질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통합리그 시작은 상품 노출 증가와 함께 KBL 소속팀들이 제공하는 핵심상품 품질 평가를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평가받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중일 통합리그를 통해 KBL 경영의 핵심 요소인 시장, 소비자, 상품 측면 외에도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통합리그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 나라 모두 관광객 증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와 관광산업의 관계는 학계와 실무 모두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왔으나 올림픽과 같은 메가이벤트가 관광에 미치는 효과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오래 가지 못한다. 또한 규모가 작은 스포츠 이벤트들이나 NBA나 프리미어리그와 같은 세계 제일의 프로 스포츠 리그 경기가 아니면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실정이다. 하지만 자기나라 대표 프로팀 선수들이 라이벌 팀들과 펼치는 상시 국가대항전의 존재는, 경기를 보기 위해서만 관광을 하진 않을 수 있으나 최소한 겸사겸사 해당 국가 관광이 제공하는 혜택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성공적인 통합리그 운영이라는 한중일 3국 공통의 목적을 통해 국가간 교류와 이해를 높이는 상징사업으로 한중일 관계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외국인 선수 제도와 한중일 통합리그에 대한 논의는 프로농구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한국프로농구가 속해 있는 한국 스포츠와 농구시스템 개혁에 대한 비전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한중일 통합리그와 같은 거창한 제안도 결국 지엽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낮은 이야깃거리가 될 뿐이다. 다음번에는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스포츠 패러다임 안에서 한국 농구 발전을 위한 통합시스템 구축과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짧게나마 다뤄보고자 한다.

[김유겸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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