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승부에 울고 웃는 축구팬, 우승팀도 결정 짓는 승점제

  • 정지규
  • 입력 : 2017.03.0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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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쇼미 더 스포츠-34] 무승부: 스포츠에서 승리와 패배가 정해지지 않는 것, 즉, 승부가 갈리지 않는 것을 의미.

 축구는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소위 글로벌 스포츠다. 그 명성에 걸맞게 세계 방방곳곳 어느 나라에서든 축구 경기는 24시간 365일 열리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가맹국은 유엔 가입국보다 많다. 그 만큼 축구가 스포츠에서 또, 문화적으로 차지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사실 야구, 농구, 배구, 럭비 등 수많은 스포츠가 있고, 어느 특정한 나라에서는 축구보다 인기가 많고 저변이 넓은 스포츠도 있다. 하지만 지구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그 어떤 스포츠도 축구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축구의 가장 큰 장점은 경기방식이 매우 직관적이라는 점에 있다. 바꾸어 말하면 심플하다고 말할 수 있다. 골키퍼를 제외하고는 손을 써서는 안 되며, 정해진 공간과 시간에 상대방 골대에 더 많은 골을 넣는 팀이 이기는 게 거의 전부다. 물론 일반적인 관점에서 거칠거나 위험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축구 규칙의 거의 전부다(물론 오프사이드와 같은 다소 복잡한 룰이 있기는 하다). 때문에 축구는 관중이나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호불호의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규칙이 복잡하거나 어려워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는 이로 하여금 '공부'하거나 '품'을 들이지 않게 한다는 것은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 큰 장점이자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승부의 결과가 다른 보통의 스포츠와 비교해서 독특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무승부다. 스포츠에서의 핵심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것이다.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경쟁을 통해 승패를 가르고, 이를 위해 나름의 도구를 사용하고, 규칙이 수반된 신체활동이다. 때문에 거의 모든 스포츠는 승자와 패자가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최고의 팀이나 선수를 가리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토너먼트제와 리그제이다. 토너먼트제는 녹다운 방식을 기본으로 하는데, 승자만이 상위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으며, 패자는 패하는 즉시 그 기회를 상실한다. 이에 따라 최후에 남은 한 팀이 최고가 된다. 반면 리그제는 여러 팀이 일정한 기간에 같은 시합 수로 서로 경기하고, 전체 성적에 따라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보통 가장 많은 승리를 쌓아야 최고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현대 프로스포츠는 대부분 리그제도를 차용해 진행하고 있으며, 부수적인 방법으로 별도의 토너먼트제도의 경기를 실시 하고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는 하나의 경기에서 승부를 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개인 종목은 물론 기록 종목이나, 단체 구기 종목도 마찬가지다. 농구, 배구와 같은 종목은 물론이거니와 축구와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야구도 원칙적으로는 무승부는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무승부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일본과 한국의 경우 로컬 룰로서 무승부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그 빈도는 전체 경기에서 매우 적다. 2016년 시즌만 해도 전체 720개 경기 중, 7개에 불과했다. 발생 빈도는 1% 미만이었으며, 전체 순위에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미식축구에도 무승부가 있지만 지난 수십 년간 한 시즌에 2개 경기 이상에서 무승부가 발생한 적이 거의 없고, 아이스하키에서도 기본적으로 동점일 경우 승부치기를 활용하여 승부를 내고 있다. 이에 비해 축구는 무승부가 매우 많이 양산된다. 지난 시즌 K리그 전체 경기에서 무승부의 비율은 29.4%였다. 해외리그에 비해서는 조금 높은 편이지만, 대부분 리그에서 전체에서 4분의 1 정도 경기가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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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승부가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다. 어찌 보면 우리가 지극히 당연히 여기면서 간과하고 있는 축구라는 스포츠의 중요한 특징일 뿐이다. 축구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영국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축구리그인 풋볼리그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부터 무승부는 존재했다. 즉, 무승부는 축구의 시작과 같이한 것이다. 축구와 무승부의 필연적인 운명은 축구라는 스포츠의 고유의 특징에 기인한다. 다른 스포츠와 달리 축구는 체력 소진이 매우 심하고, 이런 이유로 정해진 90분이라는 시간을 넘게 되면, 경기력이나 체력이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 또한 물론이다. 여기에 한 경기에서 많은 골이 나기 어려운 구조적인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축구는 한 골의 가치가 다른 스포츠의 그것에 비해 매우 높다. 바꾸어 말하면, 골(득점)이 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농구와 배구는 물론이거니와 그 어떤 스포츠와 비교해도 그러하다. 야구에서도 1대0이나 2대1과 같은 경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하지만, 리그 전체(2016년 KBO리그 및 K리그)를 기준으로 봤을 때, 야구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11.2점 축구는 2.7점 정도이다. 다시 말하면, 축구는 연장(시간을 늘린다)을 한다고 해서 승부가 쉽게 정해질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게다가 1년 또는 1시즌 내내 경기를 진행하는 리그에서는 반드시 승부를 낼 필요성 또한 적다. 효율을 따져 봤을 때 승부를 내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선수들의 체력을 더 소진하는 게 맞는지 그냥 무승부라는 방식을 채택할 것인지의 측면이 함께 고려되어야 하며, 이런 점에서 무승부는 축구에서 꼭 있어야 되는 경기 결과 중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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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과거에는 지나친 무승부 양산과 무승부를 지향하는 경기운영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무승부로 인해 승점제를 채택했던 축구리그가 승과 무 간 승점 격차를 벌린 계기도 이 때문이었다. 지금의 승점제(승리 3점, 무승부 1점, 패배 0점)가 보편화된 것은 1994년 FIFA와 UEFA에서 공식적으로 도입하면서부터다. 1981년에 잉글랜드에서 처음 도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존 승점제는 승리(2점)와 무승부(1점) 간 승점차가 1점에 불과했으며, 이로 인해 소극적인 경기운영이 문제가 되었다. 실제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에서는 한 번의 승리도 못하고 3무만 기록한 2팀(네덜란드와 아일랜드)이 16강에 진출하는 등 조별예선을 통과한 팀이 생기기도 하였다. 아일랜드는 심지어 16강에서 루마니아에 승부차기로 승리해 8강까지 진출하였다. 축구의 승부차기는 공식기록에서 무승부로 기록됨을 감안하면 아일랜드는 단 한번의 승리도 없이 월드컵 8강까지 진출한 셈이었다. 조별예선을 포함해 5개 경기를 하는 동안 아일랜드의 총 득점은 단 2점에 불과했다. 이런 문제는 월드컵만이 아니었다. 세계 각국 리그에서도 속출되었으며, 축구의 재미를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었고, 기존 승점제에 변화가 필요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새로운 승점제가 정착된 지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각 국 축구리그에서 무승부는 여전히 하나의 결과 방식으로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어떻게든 이기길 바라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마음이겠지만, 최악은 피하자는 측면에서 볼 때, 무승부는 나름 의미 있는 결과임에 틀림없다. 특히, 객관적으로 높은 경기력을 갖춘 상대팀을 만났을 경우 무승부를 기록하는 것은 승리만큼은 아니지만, 꽤 준수한 결과로 만족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게 사실이다. 팀의 입장에서는 승부를 내서 승리하는 것이 무승부를 기록하는 것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지만,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고, 그리고 다른 종목과는 비교하기 힘든 만큼의 낮은 득점 빈도 때문에(사실 비기고 싶지 않아도 비길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승부는 축구에서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실제 새로운 승점제를 도입한 1994년 미국 월드컵 조별예선에서의 무승부 경기는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조별예선과 거의 비슷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모험을 거는 것보다는 작게 나마라도 무언가를 얻는 것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정지규 스포츠경영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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