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농구 위기, 그 탈출구는?(하)

  • 김유겸
  • 입력 : 2017.03.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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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쇼미 더 스포츠-35] NBA 경기를 놔두고 KBL 경기를 볼 이유가 있나요? 농구 팬들에게는 너무도 상식적인 당연한 반응이다. 이성적인 소비자라면 더 좋은 상품이 있는 걸 아는데 일부러 덜 좋은 상품을 구매하진 않는다. 결국 KBL이 NBA 못지않은 우수한 핵심 상품을 제공하지 못하는 한 농구 팬들은 KBL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KBL은 희망이 없어 보인다. NBA가 최신 스마트 폰이라면 KBL은 무선호출기(삐삐) 같은데 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한단 말인가? 실제로 많은 팬들은 이미 KBL을 포기한 듯하다. 이렇게 불가능에 가까운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핵심 상품 품질은 대부분 농구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선수들의 기술 수준 또는 경기력으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NCAA(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농구는 NBA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NCAA가 NBA보다 수준 낮은 상품을 제공한다고 느끼는 미국 농구 팬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NCAA가 NBA보다 더 좋은 경기를 많이 보여준다고 주장하는 NCAA 팬들이 NBA 팬만큼이나 많다. 이는 이 두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수준만으로 보면 말이 안 되는 것이다. NBA와 NCAA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량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NBA와 NCAA 팀들 간 경기력 차이는 NBA와 KBL 팀들 간 차이보다 작지 않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미국 농구팬들은 NBA에 비해 NCAA가 전혀 열등하다고 느끼지 않으며 오히려 NCAA를 더 좋아하는 팬들도 많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상품의 품질을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스포츠 상품의 품질은 객관적인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팬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공급자 중심으로 보면 경기력이 높은 선수를 하나라도 더 많이 뛰게 하는 것이 핵심 상품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지만 소비자 중심으로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다. 팬들이 느끼기에 가장 좋은 경기가 가장 품질이 좋은 상품인 것이다. 그렇다면 선수들의 경기력 외에 팬들이 느끼는 핵심 상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NCAA의 성공을 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NCAA 팬들이 NCAA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과 지역에 대한 동일시(Identification)이다. 우리 지역, 우리 대학 팀의 경기이기 때문에 경기 결과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기에 흥미가 생기고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되니 선수들의 경기력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KBL도 지역 연고 정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먼저 차지한 자리에 틈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맞는 이야기다. 그래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NBA를 흉내 낸 대기업형 프로스포츠 성공모델이었다. 이 모델로는 NBA, 프로야구, 프로축구와 직접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 작지만 알차게 지역 밀착형으로 가야 한다. NCAA에는 인구 20만명 안팎의 도시에서 2만명이 넘는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팀이 수두룩하다. 이렇게 작은 지역에서 성공한 팀들이 모여서 NBA와 대항하는 강력한 리그 NCAA가 있는 것이다. 이런 작은 지역에서 처음엔 수익이 나지 않고 전국적인 인지도를 모으지 못하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팀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지역주민들에게 우리팀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지역주민들에게만큼은 NBA보다 좋은 스포츠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유겸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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