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사건 vs 부인사건, 변호사 도움을 빨리 받자

  • 마석우
  • 입력 : 2017.09.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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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22] 공판단계는 물론이고 수사단계에서도, 형사변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판단은 담당 사건이 자백사건이냐 부인사건이냐를 구별하는 문제다.

자백사건이란 혐의 내용을 인정하고 정상참작 사유를 주장해야 할 사건이다. 반면에 부인사건이란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자신의 무죄를 밝혀줄 증거를 수집해야 할 사건이다.

변호인은 수사단계에서 형사사건을 의뢰받은 경우 의뢰인에 대한 혐의 내용을 파악하고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와 대조해 부인할 것인지 아니면 자백할 것인지를 신속히 판단해야 한다. 공판단계에서도 그렇지만 수사단계에서도 어느 쪽에 속하는 사건이냐에 따라서 변호 내용이 달라지게 마련이므로 이러한 판단은 긴요하다.

자백사건일 때는 경찰이나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어느 정도 협력 체제를 이룰 수 있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이때의 목표는 검사와 의견을 조율해 기소유예를 목표로 하거나, 기소를 막을 수 없을 때는 구공판이 아니라 최대한 구약식으로 격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동일한 범죄 혐의에 대해 형을 가중한 특별법과 일반 형법의 의율이 모두 가능한 사안(몇 해 전에 위헌결정이 난 소위 장발장법이 대표적이다)에서는 일반 형법에 의한 기소를 추구해야 한다(상습절도에 대해 벌금형이 배제된 특가법상 상습절도가 아니라 일반 형법상의 상습절도로 기소하도록 하고 되도록 벌금형을 선택하게 해 구약식으로 종료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자백사건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변호인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변호인 의견서의 내용은 어떤 것으로 채워야 하고 참고적 증거는 어떤 것을 수집해야 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공판단계와 마찬가지로 유리한 정상관계(양형사유)를 주장하고 이를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해 제출해야 한다. 이때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마련한 양형 기준을 참조하면 좋다. 죄종별로 유리한 양형 사유와 불리한 양형 사유가 설정돼 있으므로 유리한 양형 사유를 부각시키고 불리한 양형 사유에 대해서는 이를 충분히 해명할 만한 논리와 근거가 필요하다.

좀 더 구체적인 상정 목표는 무엇일까? 담당검사가 부장검사에게 결재를 받을 때 용이하게 결재를 받아낼 수 있는 자료를 변호인이 마련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혐의는 인정되는데 기소유예 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사유와 그 전형적인 증빙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논리와 증빙을 제출해야만 담당검사가 결재받는 데 편할지를 파악해 이러한 논리와 자료를 제출하고 담당검사를 설득해야 한다. 구약식을 청할 때도 마찬가지 요령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몇 해 전 일이긴 하지만, 상습절도 건에 대해 담당검사까지는 설득이 됐는데 결재 과정에서 사안이 중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아 기소유예 불기소처분으로 끝나지 못하고 기소됐던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자백사건과 부인사건을 구별해 달리 대처한다고 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혐의에 대해 자백하고 수사에 협조한다고 해서 신병 구속을 염려하지 않아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오히려 자백하는 순간 사안에 따라 긴급체포를 염려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혐의에 대해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판단해 그 판단의 결과에 따라 대처를 해 나가는 것과 함께 이와는 다른 차원에서 항상 신병구속에 대한 대비를 별도로 해야 한다.

자백사건인 경우에도 상대방이 원하는 것, 즉 담당검사가 부장검사로부터 쉽게 결재를 받을 수 있도록 그에 필요한 자료를 신속하게 찾아 그 결과물을 제출하는 것이 관건이면서 또 한편으로 신병구속에 대한 대비도 함께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국 혐의사실에 대한 다툼이 없는 사건이라면 사실관계를 다투지 말고(자잘한 것에 차이가 있는 정도라면 다투지 말고 깔끔하게 인정하는 게 좋다) 조기에 신병구속으로부터의 해방과 불기소처분(기소유예처분)을 얻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향후 수사와 공판단계에 출석을 담보할 만한 객관적 사정의 마련, 피해자에 대한 대응(피해자와의 합의가 거의 필수적이다. 기소유예의 기본적 요소)을 조속히 진행하고 이를 서류화(신병확보를 담보할 만한 자료, 합의서, 처벌불원서)해서 제출하는 일을 해야 한다.

수사단계 초기에도 자백사건과 부인사건의 구별이 중요하다는 점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수사단계, 더구나 사건의 초기에 어떻게 양자를 구별할 것인가? 물론 의뢰인으로부터 사안의 진상에 대해 확실히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겠지만 수사단계에서 어떤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수사기관이 확보하고 있는 자료가 무엇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의뢰인의 말만 듣고서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뾰족한 방법은 없다. 각 범죄 유형별로 흔하게 하는 수사 패턴이 있으므로 그것을 경험을 통해 터득하거나 실무의 흐름에 대해 알아보거나 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물론 담당자와의 인적 관계를 이용해 수사 보안에 해당하는 사항을 묻는 것이 가장 확실하겠지만 있어서는 결코 안 되는 일이다. 친한 사람일수록 더욱 결례가 된다).

여기에 꼭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변호인 참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참여(입회)를 통해 변호인은 혐의 내용과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고소사건인 경우에는 고소장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는 필수적이다. 또한 압수가 이미 시행됐거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면 압수영장이나 구속영장청구서를 확보해 혐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구속영장청구서에는 구속의 필요성에 대한 기재가 있으므로 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구속영장에 증거인멸의 우려가 아니라 도주의 우려가 강조돼 있다면 후일에 출석을 담보할 만한 보증금을 납부함으로써 신병구속을 계속할 필요성이 줄어든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반대라면 그에 합당한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공판단계에서의 보석을 염두에 둔 말이다). 피해자에 대한 보복의 우려가 기재돼 있다면 피해자와의 합의 등 피해자 보복을 불식시킬 만한 사후적인 사정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에 서울지방경찰청은 경찰 조사 과정에 변호인 참여권을 실질화하는 내용의 지침을 발표했다.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어쨌든 수사단계에서 혐의 내용과 확보된 증거가 무엇인지를 예민한 촉으로 최대한 파악해 혐의내용에 대해 인정할 것인지 혹은 부인할 것인지를 신중하고도 신속히 결정하고, 여기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요체라고 할 수 있다.

변호인 도움을 얻어야 할 일이라면 되도록 초동단계에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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