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내용 무단녹취, 손배소 대상 될 수 있어

  • 마석우
  • 입력 : 2017.09.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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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23] 1. 대화자 사이의 대화를 제3자가 몰래 녹취한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반면에 대화자 가운데 한 명이 몰래 상대방과의 대화 내용을 녹취한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통신비밀보호법이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다. 대화자 가운데 한 명은 타인이 아니고 대화의 주체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휴대폰 통화 내용을 상대방 동의를 받지 않고 녹음하는 행위는 허용된다고 널리 알려져 있고 실제로도 무단 녹취가 성행하고 있다. 간단히 버튼만 누르면 언제든 통화 녹음이 가능한데 증거가 필요한 입장에서 누구든 그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으랴? 그래도 뭔가 찜찜한 건 사실이다. 이 찜찜함의 정체는 무얼까? 왠지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그런데, 바로 정답이다. 형사처벌이야 면할 수 있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추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 이를 정면으로 다룬 하급심 판결이 있어서 소개한다. 수원지방법원에서 2013년 8월 22일 선고한 2013나8981 손해배상 사건이다.

먼저 사안을 살펴보자.

乙은 丙회사의 대리로서 임대차관리 업무를 담당하다가 퇴직한 甲에게 전화를 걸어 乙 및 그와 동업 관계에 있는 2인과 丙회사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의 내용 등에 관하여 통화를 하였고, 甲의 동의 없이 이러한 통화 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하였다. 그 후 乙 외 2인은 丙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그 민사소송에서 위 통화 내용을 녹취한 녹취서를 서증으로 제출하였다.

이에 甲은 乙의 위 비밀 녹음 행위 및 녹취서 제출 행위로 말미암아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불법 행위를 원인으로 한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한 법원의 답변이다.

피녹음자의 동의 없이 전화 통화 상대방의 통화 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하고 이를 재생하여 녹취서를 작성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 제10조 제1문과 제17조에서 보장하는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불법 행위를 구성하므로 위와 같은 乙의 행위는 甲의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 것이다. 전화 통화의 녹음이 통신비밀보호법상 처벌 대상인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녹음하였다는 사유만으로 통화자 사이의 비밀 녹음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녹음을 당한 상대방의 음성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가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그 배상액으로 법원은 300만원을 인정했다.

3. 정리해보자.

대화자 사이의 일방이 무단 녹취한 경우 가령 스마트폰으로 상대방 동의를 구하지 않고 통화 내용을 녹음한 경우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 형사처벌되지는 않는다(통비법은 대화자 중의 한 사람이 아니라 제3자가 대화 내용을 몰래 녹음하는 경우만을 처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사적으로는 불법 행위에 해당하여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다. 하급심 판례 중에는 300만원까지 인정한 사례가 있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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