퓌센vs뮌헨, 남부 독일에서의 극과극 숙박기(2)

  • 이윤식
  • 입력 : 2017.10.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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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MyGuesthouse-15] '침대 100여개가 한곳에' 뮌헨 더 텐트

◆세계 청년들이 모이는 야영지

지난 8월 독일 여행의 마무리는 뮌헨이었다. 뮌헨국제공항에서 귀국 비행기를 타는 게 주목적이었지만, 이 도시에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100개가 넘는 침대를 갖춘 초대형 텐트가 있다는 '더 텐트(The Tent)'가 그 주인공.

이곳은 우리나라 방송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데, 세계 각국 청년들이 모여 캠핑을 즐기는 모습이 마치 보이스카우트 캠프 같았다. 실제로 더 텐트는 바이에른의 청소년 운동조직인 'Kreisjugendring Munchen-Stadt' 후원으로 운영된다. 매해 여름에만(올해는 6월 2일~10월 4일) 운영된다고 하니 더욱 가보고 싶어졌다.

독일에서의 마지막 밤을 이곳에서 묵기 위해, 퓌센에서 뮌헨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숙소 예약을 시도했다. 숙박 당일이다 보니 스카이스캐너,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등 숙소 예약사이트에선 매진된 상태였다. 더 텐트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 메일을 보냈지만 '하루 정도 뒤 확인해 알려주겠다'는 자동 답장만 올 뿐이었다.

뮌헨에 도착해 무작정 더 텐트에 찾아가기로 했다. 뮌헨 중앙역에서 17번 트램을 타고 북서쪽으로 20여 분을 가자 님펜부르크 궁전이 보였다. 여기에서 3~4정거장을 더 가 식물원역(botanischer garten)에서 내렸다. 궁전과 식물원이 있을 정도로 시내 중심가에서는 어느 정도 떨어진 지역이었다. 이곳에서 5분가량 걷자 '더 텐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은 야영장이 나타났다.

(위)더 텐트의 입구 쪽에는 식당과 리셉션 등 시설이 있고, (아래)안 쪽으로는 개인 텐트를 치고 캠핑하는 야영지가 있다.
▲ (위)더 텐트의 입구 쪽에는 식당과 리셉션 등 시설이 있고, (아래)안 쪽으로는 개인 텐트를 치고 캠핑하는 야영지가 있다.
◆부자 도시 뮌헨의 8~12유로짜리 숙박

숲에 들어온 기분으로 입구 앞길을 걷다보니 본격적인 야영 장소가 나타났다. 입구 쪽 가까이에는 리셉션, 식당, 샤워시설 등 편의시설 건물들이 배치돼 있고, 안쪽으로 대형 텐트 몇 개가 보였다. 오늘 밤 묵을 자리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리셉션으로 향했다. 이곳에 오면서도 남은 자리가 있을지 확신은 없었는데, 다행히 꽤 많은 자리가 남아 있었다.

더 텐트의 숙박시설은 기본적으로 모두 텐트지만 이를 다시 침대형, 바닥형, 개인 텐트 등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침대 텐트(bed tent)는 600㎡ 넓이에 100여 개의 침대가 들어선 도미토리 숙소다. .

바닥형 텐트(floor tent)는 대형 텐트 안에 침대가 없고, 대신 각자 매트를 깔고 자는 방식이다. 더 텐트는 기본적으로 야영지인 만큼 자신의 텐트를 직접 야영지에서 칠 수도 있다.

요금도 매우 저렴하다. 평소 기준으로 1박에 침대 텐트는 12유로, 바닥형 텐트는 8유로였다. 개인 텐트의 경우 1인당 기본요금이 6유로고, 텐트 크기에 따라 6~18유로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가령 2명이 작은 사이즈(1~3인용) 텐트로 1박을 할 경우 숙박료는 총 18유로다. 단,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 기간에는 침대형, 바닥형 숙박료는 2배 이상 오른다.

더 텐트에서 별도로 캠핑카나 텐트를 대여해주지는 않으니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침대형과 바닥형이었다. 1박 12유로짜리 침대형을 골랐다.

더 텐트의 하이라이트인 초대형 침대형 텐트의 외부(위)와 내부(아래) 모습. 안에는 침대뿐 아니라 소파가 비치된 공용공간까지 있다.
▲ 더 텐트의 하이라이트인 초대형 침대형 텐트의 외부(위)와 내부(아래) 모습. 안에는 침대뿐 아니라 소파가 비치된 공용공간까지 있다.
◆텐트 안 커뮤니티공간…아침식사는 '센트 단위'로 저렴

리셉션 직원에게 A4용지 반 장 크기의 명찰표와 담요 2개를 받아 들고 흰색의 텐트에 들어갔다. 100여 개의 침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이층침대 중 빈 곳을 골라 명찰표를 걸었다.

이 텐트 안에는 침대뿐 아니라 100여 개의 사물함과 함께 가운데에는 소파를 갖춘 공용공간도 마련돼 있다. 본인의 자물쇠를 이용하는 무료 사물함에 짐을 넣고 다시 텐트 밖으로 나왔다.

숙소 옆에 마련된 탁구대에서는 몇몇 청년들이 웃통을 벗고 탁구를 치고 있었다. 침대형, 바닥형 대형 텐트 뒤쪽 풀밭에는 개인 텐트 10여 개가 들어서 있었다. 야영장 곳곳에는 해먹과 벤치가 있는데, 걷다 보니 쉬는 젊은이들이 눈에 띄었다.

저녁에는 바비큐 파티가 벌어진다는 식당 앞으로 야외 테이블들이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이튿날 아침식사를 했는데 원하는 음식들을 담아 그에 맞게 계산하는 방식이었다. 크로와상 하나는 1.3유로고 살라미햄 한 조각 60센트, 치즈 1장 70센트, 토마토 1개 50센트, 버터 30센트 등 센트 단위로 가격을 매겼다. 이렇게 해도 음식값은 매우 저렴해 둥근 빵 하나와 커피 한잔, 햄, 잼, 토마토로 구성된 내 아침식사는 3유로가 되지 않았다.

(위)더 텐트의 식당에서는 오전 7시~10시30분에 아침식사를 먹을 수 있다. (아래)아침식사는
▲ (위)더 텐트의 식당에서는 오전 7시~10시30분에 아침식사를 먹을 수 있다. (아래)아침식사는 '크로와상 1.3유로, 버터 30센트'처럼 음식 하나하나 가격을 매겨 계산한다.
◆대도시 뮌헨의 녹지 공간, 님펜부르크 성과 영국정원

뮌헨에서는 님펜부르크 성과 영국정원, BMW박물관, 비어가르텐(야외 맥주집) '아우구스티너' 등을 방문했다. 이들 중에서 넓은 녹지가 많은 님펜부르크 성과 영국정원이 인상적이었다.

님펜부르크 성은 더 텐트에서 20분 정도 걸어서 갈 수도 있다. 독일 최대의 바로크 양식 궁정으로 꼽히는 이 성은 1784년 완공돼 바이에른 국왕의 여름 별궁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성 내부의 21개의 방 중에서 '미녀들의 갤러리'가 가장 유명한데, 루트비히1세가 당대 미녀 36명의 초상화를 그리게 해 전시한 공간이다.

뮌헨하면 떠오르는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도 사실 루트비히1세의 결혼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1810년 10월 12일, 당시 황태자였던 그는 작센의 테레제 공주와 결혼했는데 같은 달 12~17일 축하 연회를 벌이고 17일에는 대규모 경마 경기를 개최했다. 이듬해 같은 시기 경마 경기가 열렸는데 이를 계기로 옥토버페스트 전통이 시작됐고, 1819년부터 연례행사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화려한 성도 좋지만, 성 앞에 펼쳐진 넓은 정원이 더 매력적이었다. 궁전 앞뒤로 긴 운하가 있고 이 양옆으로 넓은 녹지가 펼쳐졌다. 이 정원을 조깅 코스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뮌헨 시민들이 부러워지는 지점이다.

뮌헨 중심지에는 영국정원이라는 373만㎡ 넓이의 거대한 녹지가 있다. 선제후(신성로마제국 황제 선거 자격을 가진 제후) 카를 테오도르가 영국인 물리학자 벤저민 톰프슨의 조언을 받아들여 1790년 조성한 공원이다.

워낙 넓어 사람들도 널찍이 띄엄띄엄 앉거나 누워 쉬고 있었다. 햇빛 좋은 여름날이었던지라 웃옷을 벗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자유로운 분위기인지라, 상체탈의 피크닉을 즐겨보기로 했다. 돗자리 대신 관광안내지들을 펴 깔았다. 간식거리는 슈퍼에서 산 맥주와 공원 입구에서 산 산딸기 한 팩이었다. 독일 소설가·법학자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도 꺼냈다. 마지막으로 티셔츠를 벗고 누워 책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

(위)바이에른 왕국의 여름궁전으로 쓰였던 님펜부르크 성의 전면부. (아래)373만㎡ 넓이의 영국정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 (위)바이에른 왕국의 여름궁전으로 쓰였던 님펜부르크 성의 전면부. (아래)373만㎡ 넓이의 영국정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뮌헨에는 BMW박물관, 벤츠 센터, 알테 피나코테크(미술관), 레지덴츠 박물관 등 문화·전시 공간도 많지만 님펜부르크 성, 영국정원처럼 넓은 녹지공간들이 이 대도시의 매력을 더하고 있었다. 이런 차원에서 더 텐트는 뮌헨이라는 도시에 잘 어울리는 숙소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여 교류하는 동시에, 자연에서 한적한 시간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텐트는 매년 6~10월 초 정도의 여름에만 운영되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윤식 부동산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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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주소: In den Kirschen 30, 80992, 뮌헨,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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