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실루엣 눈길 끄는 해운대 '캔버스호스텔'

  • 이윤식
  • 입력 : 2017.12.0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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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MyGuesthouse-19] 지난달 묵은 부산 해운대구 캔버스호스텔은 독특한 외관이 눈에 띄는 숙소였다. 이 호스텔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지상 6층 규모 하얀 건물과 지상 5층 규모 검정 건물 등 2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에서 하얀 건물 전면부에는 흑백으로 여행자들 실루엣이 그려져 있다.

11월 초 부산 출장을 마친 김에 금요일 밤 1박 더 머물기로 했다. 이번 기회에 공장을 개조해 만든 문화공간 'F1963'에 가보기로 했다. 이곳은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위치해 있는데, 이 근처에는 적당한 게스트하우스를 구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버스로 이동하기 편리한 해운대서 숙소를 찾다 보니 캔버스호스텔이 적당했다. 우수 회원으로 있는 부킹닷컴을 이용하니 8인실 남성 전용 도미토리룸이 1박에 1만3500원이었다.

부산 해운대구 캔버스호스텔 흰색건물 전경. 흑백의 인물 실루엣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 부산 해운대구 캔버스호스텔 흰색건물 전경. 흑백의 인물 실루엣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이 호스텔은 해운대 해변 남쪽 우동에 위치해 있는데, 부산 지하철 2호선 동백역도 500m 거리라 교통편이 나쁘지 않았다. 체크인을 하고 살짝 보니 8인실에는 이층침대들과 세면시설, 입식 샤워시설 3개가 딸린 욕실,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었다. 가볍게 짐을 풀고 F1963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와이어 공장

F1963은 와이어 공장을 재활용해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이다. F는 공장(Factory), 1963은 와이어 회사 고려제강(현재 Kiswire)이 지금 위치에 처음으로 공장을 지은 해를 뜻한다. 생산공장이 외곽으로 이전된 후 와이어 창고로 남아 있었는데, 지난해 부산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활용된 것을 계기로 리노베이션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한 것이다.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대나무숲 정원이 눈에 띄었다. 대나무가 곧고 유연한 와이어 속성을 닮았다는 점에 착안해 죽림을 조성했다고 한다. 이곳에 심겨진 대나무는 '맹종죽'이란 품종인데, 정원 한쪽에는 이 대나무에 얽힌 맹종설순(孟宗雪筍) 고사도 친절하게 설명돼 있었다. 중국 오나라 맹종이라는 사람이 병상에 누운 어머니가 죽순을 먹고 싶다고 해서 한겨울에 대밭에 갔지만 죽순이 없었단다. 죽순을 구하지 못해 눈물을 흘리니 눈물 떨어진 곳에 눈이 녹아 죽순이 솟았고, 그 죽순을 먹은 어머니는 병이 나았다고 한다.

복합문화공간 F1963의 대나무숲. 공장에서 생산하던 와이어와 유사성에서 죽림 조성을 착안했다고 한다.
▲ 복합문화공간 F1963의 대나무숲. 공장에서 생산하던 와이어와 유사성에서 죽림 조성을 착안했다고 한다.
죽림 산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건물에 들어섰다. F1963은 기존 공장 건물 형태와 골조를 유지한 채 공간의 사용 용도 특성에 맞춰 리노베이션했다. 전면 진입부 벽체를 제거하고 유리를 설치했고, 바닥은 옛 공장의 흔적을 남겨 조경석과 디딤돌로 활용했다. 공장 지붕을 받치던 나무 구조물은 벤치로 재활용했다.

건물 중간 부분은 잘라내 무대와 마당, 계단식 관객석으로 구성된 중정을 조성했다. 바닥은 흙으로 채워져 있고 천장이 뚫려 있다. 이 야외무대에서는 매일 저녁 음악영상이 상영되는데, 방문한 날에는 토스카니니&NBC 심포니 텔레비전 콘서트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상영됐다. NBC심포니는 미국 NBC 방송이 지휘자 토스카니니를 모셔와 만든 교향악단으로 1937년부터 1954년까지 운영됐다.
F1963 건물 중간부분은 잘라내 만든 중정. 바닥은 흙으로 채워져 있고 천장이 뚫려 있다.
▲ F1963 건물 중간부분은 잘라내 만든 중정. 바닥은 흙으로 채워져 있고 천장이 뚫려 있다.
◆테라로사 커피와 '타셴의 호텔들'

F1963에는 테라로사 커피, 예스24서점, 막걸리집, 체코 맥주집, 화원 등이 입점해 있다. 강릉이 본점인 테라로사 커피의 부산 수영점 매장에는 F1963의 재생 콘셉트가 두드러졌다. 입구에 들어서면 와이어를 이용한 설치 작품을 시작으로 기존 공장의 오래된 철판으로 되살린 커피 바와 테이블, 당시 사용하던 발전기와 와이어를 감던 보빈이 눈에 들어온다.

테라로사 커피 부산수영점. 보빈과 와이어 등 공장 옛 모습을 살린 디자인이 눈에 띈다.
▲ 테라로사 커피 부산수영점. 보빈과 와이어 등 공장 옛 모습을 살린 디자인이 눈에 띈다.
긴 원형 바에는 1000권이 넘는 것으로 보이는 외국 서적이 비치돼 있는데 건축·예술·역사·디자인·커피에 대한 책이 대부분이었다. 커피를 주문하고 몇 권 꺼내 살짝 읽었는데 'Taschen's Favorite hotels'이라는 책이 인상적이었다. 유럽, 아프리카·중동, 아시아, 북미, 중남미 등 전 세계 72개 호텔을 영어·독일어·프랑스어 등 3개 국어로 소개한 책이다. 첫 번째 페이지에는 호텔의 역사와 건축적 특색 등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두 번째 페이지에는 위치, 가격, 방 개수, 음식, 기타, 챙겨가야 할 책 등이 안내돼 있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 베이징 Red Capital Ranch, 일본 야마가타현 후지야가 수록돼 있었는데 우리나라 호텔이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서울에 있는 테라로사 커피 광화문점은 비치돼 있는 책 목록은 비슷하지만, 판매를 목적으로 해 비닐포장을 해놔 열람은 불가하다. 비치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선 부산 수영점이 나은 셈이다.

온라인서점 YES24의 첫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도 이곳에 있다. 막걸리집 복순도가, 체코 맥주집 프라하 993, 화원 뜰과숲원예점도 운영 중이다.

테라로사 커피 부산수영점에 비치된 외국서적들. 건축·예술·역사·디자인·커피에 대한 책들이 많다.
▲ 테라로사 커피 부산수영점에 비치된 외국서적들. 건축·예술·역사·디자인·커피에 대한 책들이 많다.
◆해운대는 공사 중

다음날 아침 여행 마무리로 호스텔에서 아침식사를 한 후 가볍게 해운대 해변을 걷기로 했다. 아침식사는 검정 건물 1층 라운지에서 할 수 있다. 시리얼 두 종류와 우유, 빵, 딸기잼, 버터와 땅콩버터, 커피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건너편 하얀 건물 1층에는 깔끔한 카페가 위치해 있었다. 아메리카노가 2500원, 카페라테·카푸치노가 3500원이었는데, 영업시작 전이라 마셔 볼 순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아침식사로 제공되는 커피를 들고 해변으로 향했다.

해운대해수욕장 호안도로 일대는 재정비 공사가 진행중이다. 공사는 내년 1월까지 이어진다.
▲ 해운대해수욕장 호안도로 일대는 재정비 공사가 진행중이다. 공사는 내년 1월까지 이어진다.
숙소에서 5분가량 걸어가자 동백섬 입구 격인 송림공원이 나타났다. 소나무숲을 지나 해변으로 들어섰는데 역시나 아침의 모래는 차가웠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는 태풍 치바로 인한 피해 복구와 호안도로 재정비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내년 1월에야 마친다고 한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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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주소: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 해변로197번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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