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레이트항공의 '승무원의 꽃' 한국인 사무장의 두바이 생활기

  • Flying J
  • 입력 : 2017.12.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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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파일럿 도전기-18] 9년 전인 2008년 7월 아직 두바이라는 도시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때, 갓 에미레이트항공 승무원으로 채용된 주소연 씨(당시 24)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찼다. 그는 이 도시를 제2의 서울처럼 생각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에미레이트항공 승무원 숫자는 120여 개 국에서 온 2만여 명. 그중에 기내 서비스와 승무원 관리를 총괄하는 '승무원의 꽃'인 사무장급(Purser)은 약 300명. 이 중 한국인 사무장은 20여 명에 불과하다.

세월이 지나 2017년, 주씨는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항공사 중 하나인 에미레이트항공의 사무장이 된다. 그를 만나 에미레이트항공과 일반인에겐 약간 생소할 수 있는 사무장의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외항사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과 항공업계에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에미레이트항공에서 사무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주소연(33)이라고 합니다. 2008년부터 에미레이트항공 승무원 일을 시작했고요, 최근 6개월간 사무장 교육을 모두 마치고 2017년 7월부터 이곳에서 사무장으로서의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사무장 교육을 마치고 /사진=주소연씨
▲ 사무장 교육을 마치고 /사진=주소연씨

▶왜 승무원을 직업으로 선택했나.

대학시절 2학년을 마치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갈 때 부모님에게 비행기 티켓 비용만 받고 '거기서 일하면서 벌면 되겠지'란 생각으로 무작정 떠났어요. 호주에 위치한 농장에서 1년 정도 지내면서 한국과 다르게 여유롭고 자연친화적인 호주의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시 '호주만 해도 이런데 다른 나라는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고, 그럼 외국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이냐 했을 때 '승무원'이, 제가 영어 배우는 걸 좋아하다 보니 두 개를 합친 '외항사 승무원'이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외항사에서 가장 복지가 좋고 대우가 좋은 곳이라면 에미레이트항공 아니겠어요(웃음).

사막에서 /사진=주소연씨 제공
▲ 사막에서 /사진=주소연씨 제공

▶에미레이트항공 승무원에 어떻게 합격했나.

처음 에미레이트항공 승무원 최종까지 올라갔는데 그만 탈락했어요. 그 뒤 잠시 눈을 돌려 홍콩에 위치한 드래건에어(현 캐세이드래건항공) 승무원 1기로 뽑혀서 일을 했어요. 하지만 2년 동안 일하면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날 홍콩에서 에미레이트항공 채용 인터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다시 응시하고 결국 붙었어요.

(처음 떨어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지금 원인을 생각해보면 영어가 문제였나 싶어요. 어느 정도 노력은 한다고 했는데 저 역시도 영어가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사무장의 하루는.

비행이 있는 날 3시간 전에 회사로 출근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날 비행에 필요한 데이터를 다운받고 기다리는 동안 '스테이션 매뉴얼'이라고 목적지마다 주어진 규정이 다른데 그런 걸 체크해야 해요. 런던에 가면 재고를 추가적으로 더 체크해야 한다든지…. 그리고 비행 하루나 이틀 전에 승무원의 국적이나 숙련도에 따라 그날 비행의 포지션을 정해야 해요. 예를 들어 갤리에는 경험이 많은 승무원을 배치한다든지, 한국 갈 때는 한국인 승무원을 면세코너에 배치한다든지 하는 게 되겠네요. 그리고 나서는 이날 비행기에 탑승하는 승객들 중 지병이 있거나 또는 중요한 VIP가 있는지를 체크합니다. 2시간30분 전에는 비행 브리핑에 들어가서 부사무장과 함께 그날 비행에 필요한 특별한 서비스는 무엇인지 얘기하면서 업무를 분배합니다. 2시간 전이 되면 일반 크루(승무원)들이 입장하고요, 그러면 서로 안전수칙에 대한 질문들을 나누고, 출발 1시간 전에는 비행기에 도착해서 승무원들이 구역을 나눠서 비행기 안을 샅샅이 체크합니다.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면 알람이 제대로 울리는지 같은 거요.

▶시간이 넉넉하지 않을 것 같은데.

시간이 별로 없어서 엄청 신속하고 짜임새 있게 해야 해요. 다 체크를 한 뒤 안전하다고 판단이 들면 그때부터 보딩 절차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이날 비행기에 실려야 하는 다양한 물품들과 승객이 주문한 음식들, 와인 같은 걸 체크하면서 이게 상태가 제대로 돼 있는지 또 확인해야 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안되니까요. 만약 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작동이 안 된다고 하면 바로 필요한 부서에 연락해서 "이거 안됩니다" "저거 안됩니다" " 이거 고쳐줘" "이거 실어줘" 하면서 신속하게 해결해야 해요. 또한 부모님과 같이 타지 않고 아이들만 탈 경우. 미리 알아내서 다른 승무원들과 공유해야 합니다. 문제가 생길 경우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죠.

▶사무장의 판단이 중요하겠군요.

예를 들어 시간은 없는데 서비스에 필요한 것들이 실리지 않았을 때, 비행을 늦추더라도 그 물품을 꼭 실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물품으로 대체해야 하는지 사무장이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하죠. 비행이 늦어지면 그만큼 회사에도 승객에게도 손해이기 때문에. 계속 여러 가지를 점검하면서 비행 안전에 문제는 없는지 승무원 복장은 제대로 됐는지, 밤이면 캐빈 라이트를 점검해야 하는지 이런 건 어떤지 등을 전부 체크합니다. 다 끝나고 나면 기장과 통화를 하면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하면 비로소 비행기가 뜰 수 있는 거예요. 사무장이 부지런하면 부지런할수록 더 좋은 성과가 나오기 때문에 계속 로테이션을 돌면서 체크하고 피드백을 해야 합니다.

동료 승무원들과 현지 레이오버때 /사진=주소연씨 제공
▲ 동료 승무원들과 현지 레이오버때 /사진=주소연씨 제공

▶사무장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부사무장이 돼야겠죠 (웃음). 현재 2만명의 승무원 중 약 3700명이 부사무장으로 근무하고 있고요. 여기에서 어텐던스, 성실도, 병가, 무단결근 등을 종합적으로 체크해서 1% 정도만 사무장이 되기 위한 면접을 볼 수 있어요. (합격도 아니고 면접을?) 네 그래서 매우 치열하고 기회조차 못 얻는 사람도 수두룩하고. 이게 약간 복불복인 게 어떤 해에는 많이 뽑을 때도 있고 어떤 해에는 아예 안 뽑을 때도 있고 그러네요. 어쨌든 사무장이 되겠다고 결심했으면 그때부터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겠죠.

▶사무장이 되면 어떤 혜택이 있나.

에미레이트항공을 기준으로 하면, 비즈니스석을 90% 할인받을 수 있고, 체류하는 오성급 이하 호텔의 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거? 연봉도 10~20% 정도 올라갑니다. 사실 본인 만족이 제일 크죠. 리더로서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기는 하지만 그에 맞는 뿌듯함도 커요.

프라하에서 /사진=주소연씨 제공
▲ 프라하에서 /사진=주소연씨 제공

▶일하는데 힘든 점이나 애로사항이 있다면.

제일 큰 애로사항은 팀원들과 함께 의사결정할 때도 있지만 사무장이 혼자 최종 결정해야 할 때가 있는데, 이때 고독하고 외롭다는 거예요. 저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이러저러한 판단을 내렸는데, 이로 인해 비행스케줄이 달라질 수 있고 또한 회사 이미지나 손님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기 위해 안전 수칙을 항상 준수하고, 최상급 서비스를 제공되도록 하기 위해 승무원들의 복장과 태도, 음식의 위생 상태를 관리·감독하고, 승객의 만족도를 수시로 체크하면서 솔선수범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무장은 관리·감독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같은 비행기를 탄 승무원들이 좋아하지 않습니다(웃음). 부지런하면 부지런할수록 더 좋아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복장이 불량하다든지 다른 승무원들이 딴짓하거나 하면 그걸 체크하고 바로 잡는 게 사무장의 역할이니까요.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얼마 전 인천공항에서 두바이로 가는 비행을 하고 있었는데, 이코노미석 승무원이 와서 "87번 자리에 앉은 사람이 사무장님과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전해왔어요. "사무장님을 꼭 뵙고 싶다고 하더라"는 말도 했다기에 알겠다고 하고, 어찌어찌 바쁜 일을 마치고 어렵게 갔죠. 그랬더니 한 노신사께서 "제가 5년 전 처음 에미레이트항공을 타고 이번이 두 번째로 타는 건데 당시 주소연 승무원님이 너무 친절하게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을 하는 거예요. 당시 2만명의 승무원 중 제 이름을 정확히 기억한 상태에서 이번에 5년 만에 다시 에미레이트항공을 탄건데, 하필 제가 우연히 또 같은 비행기에 탔던 거죠 (웃음).

그분이 다른 승무원에게 "주소연이란 승무원을 아십니까?" "지금 이 비행기 사무장으로 계십니다"라고 말하니 화들짝 놀라면서 너무 좋아하면서 축하를 해주고, 비행이 끝난 뒤에는 손자와 함께 사진도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로 인해 회사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결국 서비스란게 음식이 좋고 비행기가 좋은 게 아니라 '사람'이 좋아야 하는 거구나. 그래서 저도 큰 감동을 받았어요.

▶향후 인생 계획은.

현재 온라인으로 MBA코스를 밟고 있어요. 에미레이트항공 사무장 경험을 살려 나중에 승무원으로서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을 때 후학을 양성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아는 지식을 나누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강단에 서려면 공부를 더 해야 하기 때문에 일도 열심히 하면서 기쁘게 미래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외항사 승무원을 꿈꾸는 한국인에게 조언을 한다면.

첫째는 영어공부에요. 그리고 둘째는 승무원으로서 이걸 즐겁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직업탐색이 꼭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르바이트 활동을 하거나 서비스업쪽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내가 기쁨을 느끼는지 아닌지 아는 게 참 중요해요. 사람을 만나고 얘기하는 것에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타지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게 녹록치 않아요. 내가 이를 버틸 만한 정신력이 있는가. 그리고 여기에 살다 보면 각종 외국인들과의 접촉에서 문화충돌이 분명히 있는데, 이런 부분에 잘 적응해서 할 수 있는지도 치열하게 탐색해봐야 해요. 평소 여행도 다녀보고 이태원 같은 곳도 한번 살펴보고. 내가 이 직업을 잘 선택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막상 말하고 나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사실 마음 먹고 시작하면 직업정신만 투철하면 되니 그렇게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현재 승무원들에게는 부사무장을 꼭 해보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매니저 입장에서 일하는 경험은 일반 승무원은 절대 경험하지 못하는 지혜를 배우는 과정이거든요. 모두들 힘내시길 바랍니다.

[Flying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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