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애물단지라고? 대화 물꼬 튼 평화의 제전

  • 김유겸
  • 입력 : 2018.01.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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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서울 구간 셋째날인 15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성화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서울 구간 셋째날인 15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성화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쇼미 더 스포츠-72] 북한 선수단 참가와 남북 회담에 대한 기사가 연일 언론을 가득 채우고 제주에서 시작한 성화가 전국 시·도를 거쳐 이제 강원도에 들어서기 직전이다. 이렇게 코앞에 다가온 평창올림픽을 우리 국민은 설레고 흥분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기대 반 걱정 반에 걱정을 조금 더한 것이 지금 올림픽을 맞이하는 우리 국민 심정인 것 같다. 이러한 걱정 중 상당 부분은 명쾌한 답이 없는 올림픽에 대한 몇 가지 의문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근본적인 의문은 과연 평창올림픽 주최가 우리나라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평창올림픽의 목적과 이유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다. 우리 국민의 올림픽 주최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무관심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일부에서 이번 평창올림픽의 의미를 경제적 효과에서 찾아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가 과거 올림픽 패러다임 아래서 부풀려진 면이 강했고, 국민은 이제 정확한 정보와 판단능력을 갖췄다. 이 때문에 경제적 효과를 과도하게 부각시키려는 시도는 오히려 평창올림픽이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입히는 애물단지라는 부정적 인식을 더욱 강화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그렇다면 평창올림픽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혜택도 없는가? 물론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평창올림픽은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고 대규모 지원단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개막식 공동 입장 등 의미 있는 행사 등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현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평화올림픽 개최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다. 평화는 고대올림픽이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며 올림픽의 근본 가치다. 하지만 그간 근대 올림픽은 이러한 가치를 좀처럼 구현하지 못했다. 오히려 올림픽이 전쟁과 국가 간 갈등으로 인해 훼손된 경우가 많았다. 평창올림픽은 오랜 올림픽의 이상이지만 현실에선 실현하지 못했던 올림픽의 근본가치인 평화를 구현한 상징적인 올림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이 시작된 15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우리측 수석 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과 북측 단장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 등 양측 대표단이 회의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남측대표 왼쪽부터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 이원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 북측대표 오른쪽부터 북측 단장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 현송월 모란봉악단장, 안정호 예술단 무대감독.
▲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이 시작된 15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우리측 수석 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과 북측 단장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 등 양측 대표단이 회의전 환담을 나누고 있다. 남측대표 왼쪽부터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 이원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 북측대표 오른쪽부터 북측 단장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 현송월 모란봉악단장, 안정호 예술단 무대감독.

이러한 평화를 위한 평창올림픽은 올림픽 가치 구현이라는 상징적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남북 관계는 내외부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희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악화됐다. 이러한 와중에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대화가 재개된 것이다. 평창올림픽과 같은 세계인의 축제가 아니었다면 무엇을 통해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회유와 압박 등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도 최근 북한과는 대화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만날 수조차 없는데 어떻게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진전시킬 수 있겠는가? 평창올림픽이 대화의 물꼬를 터 준 것이다. 평창올림픽을 핑계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초강도 압박과 제제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평가절하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화할 수 있는 핑계거리를 주는 것이 다른 어떤 수단으로도 달성할 수 없었던 일이고, 어쨌든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데 평창올림픽이 이유가 됐다는 것만으로 평창올림픽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남북, 그리고 북미 관계 악화로 평창올림픽을 보러 오는 것을 불안해하는 외국인이 많았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이러한 외국인의 걱정을 확실하게 해소해주는 좋은 소식이다. 아무리 극단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 국가라 할지라도 자국 팀이 참가한 대회에서 테러를 한다거나 대회가 열리고 있는 나라에 전쟁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무리 명분 없고 실리 없는 테러나 전쟁도 최소한 전쟁을 일으키는 정권에라도 도움이 되는 점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자국민이 볼모로 잡히고 테러나 전쟁을 감행하는 행위는 정권의 정당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누구에게도 전혀 이득이 안 되는 어리석은 짓이다. 따라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외국인을 안심시키는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이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면 평화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당장 평창올림픽 이후 관광산업이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국제 정세 안정에 따른 외국인 투자가 증가하는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올림픽이 가져올 평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클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평창올림픽 주최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으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답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실망도 많았고 걱정도 많았던 것 같다. 이런 우리에게 평창올림픽을 평화의 장으로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올림픽과 우리의 숙원인 평화를 실현하는 데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만 있다면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번 평창올림픽은 성공한 올림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김유겸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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