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아빠가 만드는 피자와 단팥빵의 감동 '피키 파파'

  • 유재웅
  • 입력 : 2018.03.12 15: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미식부부의 맛집기행-34] "이병철, 정주영 회장님이 돌아가시면서 돈을 갖고 가셨습니까? 제가 오랫동안 광고 일을 해왔습니다. 소중한 비즈니스였지만 궁극적으로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이제 사업은 집사람에게 부탁하고 더 늦기 전에 제가 꿈꿔왔던 일에 전념하고 싶었습니다. 새 일로 돈을 벌기보다는 많은 분과 즐거움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맛있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피자와 팥빵을 맛볼 수 있는 집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피키파파(Picky Papa)'의 이종호 대표(63)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 '피키 파파'의 마르게리타 피자와 단팥빵

이 대표의 말만 들으면 '배부른 사람이 취미생활 하는 거네'라고 속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손을 거쳐 만들어낸 음식을 경험하면 선입견은 곧 사라집니다. 피키파파의 피자는 피자 맛을 좀 안다는 분들조차 이탈리아 본토에서 먹어본 웬만한 피자보다 한수 위라고 평하십니다. 팥빵을 좋아해서 서울에서 이름난 빵집을 두루 섭렵하고 다니셨던 미식가들도 이 대표가 직접 만든 단팥빵과 도넛을 맛보고는 탄성을 터트립니다. 이들과 곁들이는 커피도 남다릅니다. 신선한 원두의 맛을 제대로 살린 커피 맛을 보신 분들 중에는 음식점을 나가기 전에 로스팅된 원두를 사 가시는 분도 꽤나 많습니다.


▲ '피키 파파' 의 이종호 대표

어떤 일이든 손에 쥐면 최고와 최상을 지향하는 이 대표의 스타일을 오랫동안 지켜본 저희는 피키파파에도 이 대표의 성격이 녹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맛있는 빵과 피자를 만드는 비결부터 들어보았습니다. 역시 재료 선정부터 만드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열정과 세심함이 숨어 있더군요. 우선 많은 사람의 감탄을 자아내는 단팥빵부터 소개해드립니다. 이 집의 단팥빵은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부드럽고, 팥소는 팥 본연의 맛을 살리고 있습니다. 체질상 팥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조차 이 대표가 만든 팥빵을 먹고 나서는 거북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맛있게 먹었다고 할 정도니까요.

피키파파의 단팥빵은 앙금부터 다릅니다. 순수한 팥앙금만을 걸러서 사용합니다. 많은 빵집이 채산성 때문에 팥을 삶아 껍질째 갈아서 사용하지만 이 대표는 껍질은 모두 버리고 순수한 앙금만을 사용합니다. 제대로 된 팥빵은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배운 원칙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이지요. 좋은 팥을 골라서 삶고 채로 걸러 껍질을 벗긴 다음 앙금을 하루 동안 건조시킵니다. 이것을 다시 3시간 정도 끓여 이 대표만의 맛있는 앙금을 만드는 것이지요. 팥소를 둘러싼 빵도 프랑스에서 수입한 무방부제 밀가루를 사용합니다. 이 집의 별미인 도넛도 마찬가지입니다. 달거나 두툼한 빵에 설탕만 잔뜩 묻힌 도넛이 아니라 맛있는 팥소를 얇은 피로 감싼 뒤에 베트남에서 수입한 고급 계핏가루를 섞은 설탕을 가볍게 뿌려서 남다른 맛을 냅니다.

이런 제작 비법은 오래전 일본의 제빵 고수에게서 이 대표가 직접 사사한 것. 광고물 제작을 좀 더 제대로 배우기 위해 일본에 건너갔던 이 대표는 그곳에서 제빵 고수 할아버지와 각별해졌답니다. 자식도 부인도 없이 홀로 살던 그분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제빵 기술을 빵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이 대표에게 전수했고, 이 대표는 이를 오랫동안 간직해 오다가 60대 중반이 되면서 피키파파를 통해 '작품'으로 선보이게 된 것이지요.

피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된 최고의 피자를 만들기 위해 이 대표는 이탈리아 나폴리로 날아갔습니다. 그곳에서 피자를 잘 만든다고 소문난 미슐랭 3스타 음식점에서 피자 만드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당시 인상적이었던 것이 유명한 피자집에서 만들어 파는 메뉴가 마르게리타와 고르곤졸라 피자 단 두 가지였다는 것. 피키파파도 같은 방식을 도입해 메뉴가 심플합니다. 밀가루 외에 맛있는 피자 맛을 좌우하는 치즈, 토마토소스, 올리브유도 이 대표가 엄선한 것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적절한 반죽과 온도 등 이 대표만의 제조 공정과 정성이 보태지고요.


▲ '피키 파파' 전경

이 집의 상호인 피키파파는 '까다로운 아빠'라는 뜻. 이 대표의 외동딸이 지은 이름입니다. 딸의 눈에 비친 대로 이 대표는 까다롭습니다. 자신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되면 만족을 못하는 성격이니까요. 스스로에게는 엄격한 그지만 남다른 친화력을 갖고 있는 분이 이 대표이기도 합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열정과 치열함에 빠져들고 맙니다. 전공인 미술 외에 음식, 음악, 건축 등 다방면에 걸쳐 해박한 지식과 안목을 갖고 있으니까요.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좋아서 하는 사람은 당해낼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피키파파의 주방에 서 있는 이 대표에게서는 두 가지 모습을 함께 봅니다. 젤라토를 좀 더 제대로 배우기 위해 올여름 이탈리아 볼로냐로 공부하러 간다는 그의 열정이 어떤 결과물을 낼지 기다려집니다.

♣ 음식점 정보
△메뉴- 마르게리타 1만2,000원, 고르곤졸라 1만2,000원 - 단팥빵 3,000원, 단팥도넛 3,000원, 단팥죽 7,000원, 팥앙금 번(bun) 7,000원, 소시지 치즈 번 7,000원, 콘치즈마요 번 7,000원
*따끈한 최상의 맛을 위해 주문 즉시 만드는 관계로 시간이 소요됨
△위치: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강남대로 162길 35(강남구 신사동 523-17), (02)644-7717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월요일 휴무)
△규모 및 주차: 50석, 건물 지하주차장 이용
△함께하면 좋을 사람: ① 가족 ★, ② 친구 ★, ③ 동료 ★, ④ 비즈니스★

♣ 평점
①맛   ★ ★ ★ ★ ★
②가격  ★ ★ ★ ★ ★
③청결  ★ ★ ★ ★ ★
④서비스 ★ ★ ★ ★ ☆
⑤분위기 ★ ★ ★ ★ ★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유재웅 을지대 교수·박정녀 하나금융투자 롯데월드타워WM센터 이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