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맛과 작품 같은 요리가 주는 감동, 청담동 '주옥'

  • 유재웅
  • 입력 : 2018.03.2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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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봄 부지깽이를 곁들인 완도 광어와 독도 도화 새우
▲ 울릉도 봄 부지깽이를 곁들인 완도 광어와 독도 도화 새우


[미식부부의 맛집기행-36] 맛있다는 말로 부족합니다. 아름답다는 표현도 미진합니다. 요리 하나하나가 '작품'이라고 해야 할 정도입니다. 애피타이저에서부터 메인 요리,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정상급 수준입니다. 요리를 먼저 대하고, 이런 멋진 음식을 만들어낸 셰프를 만났습니다. 청담동 '주옥'의 신창호 오너 셰프(39)입니다.

'주옥'에서 선보이는 요리의 정체성부터 물었습니다. 한식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메뉴 구성이나 스타일은 전통적인 한식 요리로 규정하기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퓨전 스타일로 분류하기에는 요리의 '격'과 '차원'이 달랐고요. "신창호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어느 요리는 어떠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요리를 시작한 199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 요식업계에는 어떤 요리는 어떠해야 한다는 정형화된 틀이 있었습니다. 반면에 당시 해외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요리사를 인정하고 격려해 주는 분위기였고요. 요리에 관심을 가진 어릴 때부터 제가 꿈꿔왔던 대로 고정된 틀에 갇히지 말고 저만의 색깔 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 '주옥'의 신창호 오너 셰프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는 식도락가나 셰프들이 '주옥'의 요리를 주목하고 높이 평가하는 비결도 궁금했습니다. "재료와 정성입니다. 무엇보다 좋은 재료를 구해 요리에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산물, 야채, 고기 등 모든 식재료는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검증한 것만 요리에 사용합니다. 이런 좋은 식재료에 정성을 더하다 보니 많은 손님이 사랑해 주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 셰프의 설명대로 이 집에서 맛보는 요리는 대충 만드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음식점을 경영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좋은 식재료와 수익성 간 조화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채산이 맞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을 하는 음식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니까요. 신 셰프의 입장은 명확하더군요. "저 역시 고민하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수지 타산 때문에 음식의 질과 맛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비록 제가 가져가는 수익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좀 더 맛있고 고객의 건강에 좋은 요리를 만드는 것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요리사로서 제 '자존심'을 지켜가는 일이기도 하고요."

'주옥'의 음식은 점심과 저녁 세트 메뉴 하나. 단품요리가 따로 없습니다. 철 따라 바뀌는 코스 메뉴에서 메인 요리만 3~4개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음식은 천연 음료에서 시작해 애피타이저-메인-디저트 등 10가지 정도 요리로 구성돼 있고요. 요리는 하나같이 근사한데, 점심 메인 요리 중 하나인 '가지로 감싼 구운 이베리코 코로나 주물럭'만 해도 오감을 자극하는 좋은 맛을 담고 있었습니다. 스페인 이베리코 반도의 데헤사라는 목초지에서 방목으로 키워 질 좋기로 명성이 자자한 이베리코 고기에서는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를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들어보니 숨어 있는 정성 또한 대단하더군요. 진간장과 조선간장, 설탕, 마늘, 후추 등을 넣은 '주옥'만의 소스를 이베리코 등심살 고기에 묻혀 하루 동안 숙성을 시킵니다. 숙성시킨 고기는 철판에서 겉만 노릇하게 익도록 구운 다음, 얇게 썰어 구운 가지로 말아 손님상에 냅니다. 고기를 가지로 감싸는 것은 가지 특유의 살짝 단맛과 돼지고기가 조화를 잘 이루기 때문. 여기에 흙마늘 진액, 발사믹 식초, 현미 식초 등 '주옥'만의 소스가 곁들여지고요.

메인 요리와 더불어 나오는 서너 숫갈 분량의 공기밥 역시 평범치 않습니다. 봄철에는 냉이와 된장을 풀어 넣어 지은 냉이밥이 나오는데, 여기에 달래간장을 조금씩 넣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지요.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마지막에는 몇 숟가락이라도 밥을 먹어야 제대로 식사를 한 느낌이 드는 우리 한국인의 입맛을 고려한 배려이지 싶습니다. '주옥'의 모든 음식에는 이처럼 깊은 정성과 손님에 대한 배려가 깃들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신 셰프가 그간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물들이지요.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하고 요식업계에 뛰어든 지 20년, '주옥'을 오픈한 지 3년여가 된다는 신 셰프에게 요리란 무엇인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요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입니다. 요리를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제 인생의 절반이 요리라고 생각합니다. '주옥'을 오픈할 무렵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간 요리만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어느 날 아들놈을 보니 불쑥 커 있더군요. 요리 이상으로 소중한 게 가족인데 그간 가족에게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좀 더 가지려고 합니다." 요리에 치열하면서도 일상의 감사함을 생각하는 그가 한층 멋져 보입니다.


▲ '주옥' 전경

♣ 음식점 정보

△메뉴: 2018년 봄
<점심 코스> 4만8000원
▷자연산 음료 등
천연발효식초와 음료 -트러플 샌드 - 능이버섯과 오골계 국
▷애피타이저
울릉도 봄 부지깽이를 곁들인 완도 광어와 독도 도화 새우
제철 채소 대하 무침과 유자향 잣즙 소스
들기름과 러시안 소세트라 캐비어
민어 만두
▷메인(택 1)
가지로 감싼 구운 이베리코 코로나 주물럭
봉화 오리(+1만3000원)
생선 연잎찜(+1만8000원)
와규 꽃갈비살 숯불구이(2만5000원)
▷디저트
봄 딸기- 차와 과자
<저녁 코스> 10만2000원
▷자연산 음료 등
천연발효식초와 음료 -트러플 샌드 -능이버섯과 오골계 국
▷애피타이저
울릉도 봄 부지깽이와 깻잎순을 곁들인 제주 고등어와 완도 광어
유자향의 독도 도화 새우 잣즙 무침
들기름
청담 육회
민어 만두
▷메인1
제철 생선
산사 화채
▷메인2 (택 1)
이베리코 코로나 주물럭
봉화 오리(+1만3000원)
와규 꽃갈비살 숯불구이(2만5000원)
▷디저트
봄 딸기- 차와 과자
△위치: 서울 강남구 청담동 18-3, (02)518-9393
△영업시간: 12~23시(브레이크 타임 15시~17시 30분, 금·토 휴무)
△규모 및 주차: 25석, 인근 발레주차
△함께하면 좋을 사람: ① 가족 ★, ② 친구 ★, ③ 동료 ★, ④ 비즈니스 ★
♣ 평점
①맛   ★ ★ ★ ★ ★
②가격  ★ ★ ★ ★ ☆
③청결  ★ ★ ★ ★ ★
④서비스 ★ ★ ★ ★ ★
⑤분위기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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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웅 을지대 교수·박정녀 하나금융투자 롯데월드타워WM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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