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서 맛 본 독특한 삼겹살 - 뷰 마넨 와이너리(중)

  • 나보영
  • 입력 : 2018.04.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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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 마넨 와이너리에서는 다채로운 미식을 경험할 수 있다 /사진 제공=뷰 마넨
▲ 뷰 마넨 와이너리에서는 다채로운 미식을 경험할 수 있다 /사진 제공=뷰 마넨


[세계의 와인기행-53] ('상'편에서 이어짐) 포도밭 마차 투어와 와인 시음을 앞두고, 먼저 칠레 요리 홍보대사인 필라 로드리게스(Pilar Rodriguez) 셰프의 쿠킹 쇼가 준비돼 있었다. 이름이 낯익다 싶었는데, 2008년과 2010년에 서울을 방문해 요리 쇼를 펼친 적이 있어서 한국과 인연이 있다고 한다.

뷰 마넨(Viu Manent) 와이너리 안에는 두 개의 레스토랑 함께 필라 로드리게스의 쿠킹 스튜디오도 있다. 와인 강의, 와인 페어링, 요리 강습 등이 열리는데, 현지인은 물론 여행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언제나 예약이 꽉 찬단다.

이 날은 특별히 칠레돈육생산자협회(Chile Pork), 칠레신선과일수출협회(ASOEX), 칠레와인협회(Wines Of Chile)등 칠레의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들도 모였다. 마치 친구 집에 모여 파티라도 하듯이 저마다의 음식 재료를 갖고 모인 셈이라고 할까.

한국에서도 요리 쇼를 펼친 필라 로드리게스 셰프
▲ 한국에서도 요리 쇼를 펼친 필라 로드리게스 셰프
먼저 가리비 구이와 아보카도가 애피타이저로 식욕을 돋운 뒤, 오징어·게살 파스타에 '뷰 마넨 그란 레세르바 샤르도네(Viu Manent Gran Reserva Chardonnay)'가 나왔다. 해산물을 소스와 함께 팬에서 볶는 종류의 요리엔 파인애플, 사과, 배 향이 도는 샤르도네가 역시 제격이다.

뒤이어 돼지 볼살과 삼겹살이 등장했다. "멀리 한국에서 온 여행자를 위한 요리입니다" 라고 필라 로드리게스 셰프는 말했다. 칠레의 돼지고기는 전세계로 수출되는데, 한국에선 삼겹살을 월등히 많이 찾는단다. 우리 식으로 쫄깃하게 굽지 않고, 프랑스 식으로 익혀 나온 돼지 고기는 풍미가 사뭇 달랐다. 24시간 동안 수비드(sous-vide, 음식을 밀봉해 낮은 온도의 물에 천천히 데움)한 뒤, 흑맥주에 재운 돼지 볼살과 꿀에 조린 삼겹살이 입에서 살살 녹더라는!

곁들여 나온 와인은 그르나슈, 무베드르, 시라로 만든 '비보 푼타 델 비엔토(Vibo Punta del Viento)다. 육류에 곁들이는 칠레 와인 품종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까르미네르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모두 지중해 연안에서 키우는 품종이라니 예상 밖이었다.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 북부의 기후 조건을 칠레의 중부에서 찾아낸 건 혁신적인 일이었어요. '푼타 델 비엔토'는 바로 그 포도밭 언덕 이름이죠. 태평양의 산들바람이 오후의 더위를 식혀 줘서 지중해 연안의 품종이 잘 자랄 수 있습니다. 이곳 콜차과(Colchagua) 지역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땅이에요."

뷰 마넨 와이너리의 오후 풍경
▲ 뷰 마넨 와이너리의 오후 풍경
이 와인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그르나슈는 부드러운 질감과 풍부한 아로마에 기분 좋은 산미까지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소량의 무베드르는 구조감과 복합미를 부여했고, 시라는 은은한 감미와 미네랄 터치를 더했다. 부드럽게 다가오는 타닌이 적절하게 소스가 밴 삼겹살과 우아하게 어울렸다.

식사를 시작한지 어느 듯 두 시간. 칠레 사람들과 다음에는 한국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여 보자고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지구상 가장 먼 나라가 부쩍 가깝게 다가왔다. 마치 친근한 이웃처럼! ('하'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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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영 여행작가]

※잡지 기자 시절 여행, 음식, 와인 분야를 담당한 것을 계기로 여행작가가 됐다. 유럽,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안 다니는 곳이 없지만 특히 와인 생산지를 주로 여행한다. 매경프리미엄 외에도 '한국경제신문'과 '와인21 미디어'에 본인 이름을 건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더트래블러' 'KTX매거진' '무브' 등 여행 전문지에도 기고한다. 2018년 봄엔 가까운 식도락의 도시 후쿠오카를 다룬 여행서도 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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