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적 인기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는 게임인가 방송인가

  • 이경혁
  • 입력 : 2018.06.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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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법칙-88] ◆새롭게 등장한 크로스미디어콘텐츠,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

'잼라이브'는 올해 초부터 적잖은 관심 속에 상당한 속도로 트래픽을 늘려 가고 있는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애플리케이션(앱)이다. 매일 특정 시간에 해당 앱을 켜고 접속하면 퀴즈 진행자가 직접 나와 실시간으로 12개의 3지선다 퀴즈를 출제하고, 문제 12개를 모두 맞춘 플레이어들이 그날의 총 상금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모바일 퀴즈쇼의 인기는 이제는 제법 놀랄 만한 수치를 보이기 시작해서, 동시접속자 10만명을 조금씩 넘기 시작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주로 낮 12시 30분에 열리는 정기 라이브 퀴즈쇼 덕분에 많은 직장인이 점심을 일찍 먹고 접속 준비를 하거나, 밥을 먹다 말고 앱을 켜고 퀴즈를 푸는 진풍경도 솔찬히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잼라이브' 열풍은 비단 국내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흐름은 아니다.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의 원조라 불릴 수 있을 서비스는 미국의 인터미디어 랩이 개발한 'HQ Trivia'로, 2017년 8월에 처음 선보인 뒤 미국에서도 매번 상당한 수준의 동시접속자 수를 유지하면서 각광받은 바 있다. 미국의 서비스는 이후 중국에서 제대로 포텐셜을 터뜨리는데, 중국 모바일 퀴즈쇼 앱 중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인 '백만의 위너'의 경우 동시접속자가 400만명을 돌파하는 위엄을 선보이고 있으며, 경쟁 앱들도 계속 쏟아져나오며 가히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의 전성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 또한 모바일 엔터테인먼트의 새 흐름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잼라이브'를 위시하여 '더 퀴즈 라이브' 'STEP' 등 수많은 앱이 이용자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모바일 퀴즈쇼에 대한 관심 폭증은 비단 서비스 제작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들이 모아 내는 이용자 수로부터 비롯되는 광고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는 편인데, '잼라이브'의 경우 국내 최다 동시접속자를 보유했다는 배경에 힘입어 실제 퀴즈 안에서도 과감한 PPL을 집행하면서 본격적인 수익창출 모델에 힘을 싣고 있다.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
▲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 '잼라이브'의 화면.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의 인기는 비단 국내의 트렌드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붐이기도 하다.

◆방송과 게임의 경계에서 만들어 낸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물

퀴즈쇼 엔터테인먼트는 한때 지상파 방송에서 감초처럼 빠지지 않으면서도 상당한 주목도를 얻을 수 있었던 방식이었다. 사실상 한국 퀴즈쇼의 넘버 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장학퀴즈' 는 MBC 방영 시절에는 일요일 이른 아침이라는 불리한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시청률을 가져가던 프로그램이었고, 그 영향력은 EBS '장학퀴즈' 와 KBS의 '도전! 골든벨'로 이어지고 있다. 1980~1990년대에는 주로 연령대별로 구분된 퀴즈쇼가 대세를 이뤘는데, 앞서 언급한 '장학퀴즈' 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했다면 '중학생 퀴즈' 는 그보다 어린 연령대를 대상으로, '퀴즈 아카데미' 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각기 다른 난이도를 선보이며 퀴즈 예능 시대를 만들어갔다.


▲ '장학퀴즈' 는 한국 퀴즈프로그램의 대명사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프로그램이다. 매주 일요일 아침을 장식하던 국민 퀴즈프로그램은 EBS에서 아직까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퀴즈를 맞추고 보상을 받는다는 메인 구조 외에도 퀴즈 형식을 활용하는 예능들의 인기도 적지 않았다.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는 퀴즈의 형식을 빌어 동물 다큐멘터리를 풀어내는 방식을 통해 상당한 인기를 얻으며 장수해 온 프로그램이었다. KBS의 '우리말 겨루기' 또한 퀴즈 형식을 통해 한국어 교육에 일조하는 교육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는 프로그램이었다.

퀴즈쇼 프로그램은 라디오와 텔레비전 등장 초기부터 상당히 자주 등장한 방식이었지만, 한국에서 퀴즈쇼는 MBC '퀴즈가 좋다'로부터 새 시대의 변화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른 퀴즈 프로그램과 달리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이 프로그램에서는 생방송이라는 방식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찬스 사용 기능이 두드러졌는데, 지금까지도 가끔 회자되는 '전화 찬스' 와 '인터넷 검색 찬스' 가 그것이다. 실시간으로 문제를 풀고, 또 막히는 부분을 실시간으로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물어볼 수 있다는 점은 라이브 퀴즈쇼라는 기존과는 색다른 지점이 부각되는 요소들이었다. 라이브 진행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는 이제 단지 퀴즈를 푸는 과정을 즐기는 관람자에서 어느 정도 함께 문제를 풀어볼 수 있는 입장을 갖게 되었고, 덕분에 ARS 찬스와 같은 부분에서는 실제 문제풀이에 일정 정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위치에 도달했다.

그러한 퀴즈 프로그램의 발전 끝에 오늘날의 라이브 퀴즈쇼가 위치한 것이다. 녹화방송 시절에 남의 문제풀이를 보던 과정은 생방송 참여의 시기를 넘어 이제 개인화된 스크린에서 각자 자신 앞에 놓여진 선택지를 골라 자신의 참여 결과를 직접 받아보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강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용자 스스로가 직접 참여한다는 면에서 우리는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를 단지 방송의 진화 형태로만 볼 수는 없다. 그 또 한편의 계보에는 퀴즈 게임이 자리 잡고 있다.

오락실 등지에서 메인 게임 바깥쪽의 한산한 자리를 차지하던 '퀴즈 펀치'류의 간단한 퀴즈 게임의 시대를 지나 본격적으로 게임 안에서의 퀴즈가 가진 가능성을 알린 사례는 아마도 1999년 출시된 넥슨의 '퀴즈퀴즈'일 것이다. 이후 '큐플레이' 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어 계속 서비스된 이 온라인 게임은 2015년까지 1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나름의 영역을 차지하면서 적지 않은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아 온 온라인 게임이었다. 비록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레벨업에만 골몰하는 경향 속에 매크로와 정답 알려주기가 횡행하며 사양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퀴즈라는 문제 맞히기의 본질이 갖는 당사자성이 텔레비전 방송보다 게임 영역에서 더욱 두드러짐을 보여 준 사례가 아닐 수 없었다.

대규모 마케팅과 서비스 인프라스트럭처를 통해 제공되는 퀴즈 게임 외에도 상당수 중소 규모 퀴즈 게임들은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게임 영역에서 나름의 영역을 만들어왔다. 특히 온라인 시대 이후로부터는 퀴즈의 문제와 정답이 서버에 존재하게 되면서 업데이트를 통한 보완이 가능해지면서 스탠드 얼론 소프트웨어하에서 작동하던 퀴즈 프로그램 시대보다 시사적이고 방대한 양의 문제은행 운영을 통해 어지간한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보다 퀴즈의 질 면에서는 오히려 나은 부분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었다.

◆방송이냐 게임이냐를 규정하기보다는 새로운 콘텐츠를 빠르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

'잼라이브'를 선두로 한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의 열풍은 한국에서는 이제 막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상당한 성장을 기대해도 될 상황이다. 그런데 이들 모바일 라이브 퀴즈쇼는 방송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일까, 아니면 게임으로 불러야 하는 것일까. MC가 출연해 라이브 영상을 송출한다는 점에서는 방송의 포맷을 따르지만, 제시된 답안을 골라 제출하는 상호작용과 함께 정답을 맞추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일종의 보호막 기능인 하트를 획득하는 과정이 마치 경험치를 쌓아 레벨업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점에서는 게임의 양식 또한 이들 라이브 퀴즈쇼는 가지고 있다.

둘의 양식을 모두 갖고 있지만,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둘 어디에도 아직 포함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이들 라이브 퀴즈쇼 송출에 대한 언급은 보이지 않고,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분류 신청 내역도 확인되지 않는다. 제도는 원래 현실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게 사실이고, 새롭게 등장하는 복합 미디어 콘텐츠를 어느 한쪽에 귀속시켜 관리하는 것도 유연한 대처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도 게임과 방송이 융합되는 형태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것이 어느 범주냐를 묻기도 전에 이미 이용자는 유의미한 흥미를 만들어내는 콘텐츠에 몰려들어가고, 그를 따라 자본들도 함께 따라가기 때문이다. 기존 관습을 따르는 관점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새로운 융합 콘텐츠가 나타나는 환경 자체를 인식하고 그에 따라 유연하게 관련 정책과 제도를 살피며 다음 스텝을 예측하는 즉응성이 오히려 크로스미디어 전성시대에는 더 요구되는 덕목일 것으로 보인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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