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독재 시절, 대법원이 확정했던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

  • 마석우
  • 입력 : 2018.07.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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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66] 사람이 멋진 것은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이어야겠다는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은 규율에 따를 뿐만 아니라 그 규율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고유의 권리가 있다.

대법원은 대법원 1971. 6. 22. 선고 70다1010 (전원합의체 판결) 손해배상 사건에서 적나라하게 바로 그것이 정의임을 보여준다. 이중배상금지를 규정한 국가배상법 조항이 위헌이다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지만 나는 아래 문구에 주목한다(약간 문구 수정).

"1970. 8. 7. 법률 제2222호로 개정한 현행 법원조직법 제59조 제1항은 ‘합의심판은 헌법 및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과반수로서 결정한다. 다만 대법원이 제7조 제1항 제1호의 규정에 의한 합의심판을 하는 때에는 대법원판사 전원의 3분의2 이상의 출석과 출석인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한다'라고 규정하여 합의정족수를 제한하여 위헌심사권을 제한하고, 동법부칙 제3항에서 ‘이 법 시행 당시 대법원이 법률 명령, 또는 규칙이 헌법에 위반한다고 재판한 종전의 판결에 따라 재판하는 경우에도 제59조 제1항 단서를 적용한다'고 규정하였다.

위 개정법원조직법 및 같은 법 부칙의 규정은 아무런 제한 없이 일반 원칙에 따라 법률 등의 위헌심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대법원에 부여한 헌법 제102조에 위반하여 대법원의 위헌심사권을 제한하여 헌법의 근거 없이 과반수 법관의 의견으로 재판할 수 없다는 재판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을 요구하는 결과가 되고, 법원조직법 제59조 제1항 단항을 적용한다면 대법원 법관 16명 전원이 출석하여 합의하는 경우에는 헌법 제103조에서 제한한 정당해산의 판결은 대법원 법관 10명의 찬성으로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제한이 없는 법률 등의 위헌판결은 11명의 대법원법관 찬성이 있어야 할 수 있게 되는 모순이 생기게 될 것이므로 법원조직법 제59조 제1항 단항 및 같은 법 부칙 제3항은 헌법 제102조에 위반됨이 명백하다. 그리하여, 이때의 대법원은 법원조직법 제59조 제1항 본문 "합의심판은 헌법 및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과반수로서 결정한다"라는 조항에 따라 과반수로서 국가배상법상 이중배상금지 조항의 위헌 여부를 결정한다.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 법률가가 아닌 사람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여하튼 위의 문구 핵심은 자신의 권한과 행동방식을 규정한 rule을 스스로 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합의정족수를 3분의 2로 강화하여 위헌심사권한을 제약한 법률조항을 위헌이라 과감하게 선언했다. 그리고 대법원 스스로 2분의 1 과반수로 위헌 결정을 할 수 있다라고 하며 국가배상법상 이중배상금지 조항에 위헌 선고를 하였던 것이다. 우리는 이 대법원 판결을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서 최고의 판결로 뽑기도 한다. 서슬이 퍼런 유신의 겁박을 거부하고 나온 판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아울러 이런 멋진 "생각"이 이 판결에 담겨 있기도 한 것이다.

최근에 대법원은 재판거래 의혹으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민이 동의하지 않았던 상고법원 설치를 목적으로 정권 입맛에 맞는 재판을 기획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주어져 있는 틀(위헌법률심판 권한을 제약하였던 당시의 법원조직법)을 과감히 깨면서까지 국민의 권리와 인권 보호를 위해 당시 정권 의도에 반하는 판결을 내렸던 대법원의 기개가 아쉽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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