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알못'을 위한 게임 10선

  • 이경혁
  • 입력 : 2018.09.0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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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법칙-100] ◆100회 특집, 게임 초심자도 어렵지 않을 게임을 찾아서

주간 연재물인 '게임의 법칙' 연재가 어느 새 100회를 맞았다.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어진 100개의 글은 게임 전문매체가 아닌 공간에서도 디지털 게임과 게이밍,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회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가능해졌다는 현대 디지털 미디어 사회에 대한 증언일 것이다. 100회까지 걸어오는 과정은 작가 혼자만의 능력이라기보다는 배려와 인내로 공간을 마련해 준 매체사, 그리고 꾸준하게 함께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의 공로로부터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하며 감사 인사를 드린다.

게임 전문지가 아닌 공간에서 게임 관련 칼럼을 연재하면서 가장 걱정하던 부분은 다소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매체인 디지털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일반 대중 전반에게 다가가기 힘든 부분이 있을 거라는 예상이었다.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한계 또한 명백하고, 게임을 직접 접해보지 않은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점은 쉽게 넘어서기 어려운 장벽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100회 특집으로는 평소 게임이 익숙지 않음에도 간혹 이 연재를 즐겨 보신 분들을 위한 가이드를 제공해 보고자 한다. 뉴미디어로서의 게임이 궁금하고 또 관심이 가지만 막상 직접 해보기에는 쉽지 않은 점들이 많은 분에게 손쉽게 플레이할 수 있으면서도 디지털 게임이 갖는 독특한 매체 양식과 의미를 접해볼 수 있는 게임을 꼽아볼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은 그래서 최대한 보편적으로 플레이 가능한 기준하에 선정하였다. 첫 번째로 별도 고가 장비나 별도 기기가 필요하지 않은, 보편적인 스마트폰이나 일반 PC로도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들을 골랐다. 두 번째로는 초심자도 게임의 규칙과 문법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게임들을 선정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게임이라는 새 매체의 양식이 두드러지고, 거기 덧붙여 이러한 새 양식이 사회를 설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게임들을 고르기로 했다. 아무쪼록 디지털 게임이 궁금했지만 접하기 어려웠던 많은 분이 가볍게 게임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선정된 게임들은 각 모바일 스토어와 PC게임의 스팀 플랫폼에서 구입할 수 있다.

1. 슈라우디드 아일(PC)

고립된 섬 안에서 플레이어는 사이비종교의 교주가 되어 섬의 다섯 가문을 통제하며 심판의 날까지 섬을 유지해야 한다. 계절마다 이단자를 찾아내어 제물로 바쳐야 하며, 이단자가 없을 때는 강제로라도 만들어 내야 한다. 고립된 작은 사회는 무지와 헌신을 덕목으로 여기며, 희생은 신앙이 아니라 가문 간의 암투로부터 비롯된다. 작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관찰자가 아닌 집행자의 입장에서 다루는 게임만의 독특한 접근법을 체감할 수 있는 게임.

인디게임
▲ 인디게임 '슈라우디드 아일' 은 고가의 그래픽카드 없이도 플레이 가능하고, 한글버전이라 영어능력과도 무관하게 플레이 가능하다.

2. 모뉴먼트 밸리(모바일)

간단한 퍼즐 게임이지만 '모뉴먼트 밸리'는 기발하고 아름다운 퍼즐의 해법들을 제시하면서 작은 스마트폰 화면 안에서 그려낼 수 있는 상호 작용 매체의 미학이 무엇인지를 알려 준다. 화려하진 않지만 단촐하면서도 표현력 높은 시각 이미지는 플레이어의 컨트롤에 의해 변화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성질과 엮이며 독특한 감각을 뽐낸다. 대사 한 줄 없는 퍼즐 게임이 만들어내는 잔잔한 감흥은 '모뉴먼트 밸리'를 상당한 찬사의 반열에 올려 놓은 바 있었다.

3. 페이퍼즈 플리즈(PC)

제목의 '페이퍼'는 종이가 아닌 여권으로, 플레이어는 복잡한 정치외교 구도를 가진 어느 나라의 출입국관리사무소 공무원이 되어 입국심사를 봐야 한다. 가짜 여권을 걸러내고, 위험한 테러리스트들을 찾아내야 하는 플레이어에게는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어 게임은 단순 여권심사에 좀 더 복잡한 맥락들을 부여한다. 불법 입국자들과 직접 얼굴을 맞대야 하는 공무원에게 입국심사는 단순사무를 넘어 때로는 개개인이 가진 삶의 맥락과 궤적을 맞닥뜨려야 하는 일로 다가온다. 입국 스탬프를 찍는 단순업무는 독특한 내러티브를 타고 엔딩까지 이어지며 엔딩을 마주한 플레이어들에게 묵직한 감상을 부여한다.

4. 내꿈은 정규직(모바일)

'살아남아라 개복치!' 라는 게임은 시도 때도 없이 별 시답잖은 이유로 죽어 나가는 개복치로 게이머들 사이에선 유명한 게임이다. 죽어도 게임 오버 이후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을 통해 개복치의 다채로운 죽음을 반복하는 과정이 포인트인 이 게임은 한국 인디 개발사에 의해 개복치가 회사원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또 다른 페이소스를 만들어 낸다. 시도 때도 없이 이유도 어처구니없게 퇴직을 맞이하는 '내꿈은 정규직' 주인공은 황금 책상의 '갑' 아래 서열 순으로 쭉 앉아 일하는 사무실의 구성 앞에서 삶의 고단함을 드러내는 규칙의 중심에 서게 된다.

5. 문명 5(PC)

시드마이어의 '문명' 시리즈는 워낙 유명한 게임이긴 하지만, 초심자들에게 그리 녹록한 게임은 또 아니다. 시리즈 중에서 가장 쉽고 간편하게 초심자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문명' 제5편이 그나마 이 게임의 명성만 들어 본 이들에게는 접근하기 쉬운 게임일 것이다. 가급적 가벼운 게임을 선정한다고는 했지만 인류 역사를 통째로 다루는지라 완전히 가벼운 게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시리즈 넘버에 비해 상당히 접근하기 쉽다는 점에서는 5편이 가장 보편적인 추천작이다.

6. 마녀의 샘(모바일)

게임을 통해 일련의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은 주로 롤플레잉·어드벤처 같은 장르를 통해 널리 알려진다. '마녀의 샘' 은 내러티브를 다루는 고전적 롤플레잉 방식에 충실하면서도 초심자에게 그리 어렵지 않은 구성과 손쉽게 따라갈 수 있는 인터페이스로 게임을 통한 이야기의 진행이 어떤 맛인지를 알아보기 좋은 게임이다. 대단히 혁신적이라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덕에 부담 없이 따라가면서 롤플레잉의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다. 시리즈는 총 3편까지 나와 있고, 꼭 앞 편을 해보지 않아도 플레이는 무방하다.

7. 911 오퍼레이터(PC)

PC 사양이 게이밍급이 아니어도 간단하게 즐겨볼 수 있는 게임. 플레이어는 미국 응급구조전화시스템인 911의 본부 오퍼레이터가 되어 도시 곳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에 경찰과 소방관, 응급의료진을 파견하는 업무를 역할로 부여받는다. 제한된 인력과 장비로 허덕이는 와중에 쏟아지는 장난전화를 받노라면 화가 치밀어오르기도 하고, 피자 주문과 같은 장난전화 속에 숨겨진 피해자의 비밀 구조 요청을 눈치채고 경찰을 파견하기도 해야 한다. 한글화 수준이 높아 한국 플레이어에겐 서울을 담당 도시로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제공된다. 게임이 조직과 사회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 '911 오퍼레이터' 는 서울 지도를 제공해 마치 서울의 긴급전화를 처리하는 듯한 느낌을 낼 수 있다. 물론 응급체계는 미국의 것을 따르긴 한다.

8. 레플리카 (PC·모바일)

'게임의 법칙' 초반에도 다뤘던 한국산 인디 게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 브러더를 모티프로 삼은 캐나다 소설 '리틀 브라더'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게임으로,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네트워크 감시 체계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드러내는 우화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는 게임이다. 1인 개발자가 만들어 낸 게임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는 평가 속에 게임을 통한 사회적 발화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잘 보여주는 게임으로 칭송받고 있다. PC·모바일 모두 플레이 가능하며, 스마트폰으로 플레이할 경우 게임의 화면 자체가 스마트폰 형식이어서 상당히 리얼한 느낌을 준다.

9. Fake it to make it(PC)

마찬가지로 본 연재에서 한 번 소개된 적 있는 사회적 메시징 게임. 웹에서 게임 제목을 검색하면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다. 별도 설치 없이 웹에서 바로 구동되는 게임으로, 최근 한참 문제가 되는 가짜뉴스의 생성자가 되어 돈을 벌기 위해 가짜뉴스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일을 직접 해 볼 수 있다. 가짜뉴스의 생성과 유통을 제작자의 입장에서 수행함으로써 뉴미디어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를 직접 체험하도록 하는 메시징을 보여준다는 독특한 장점을 갖지만, 한글판이 없어 다소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하드보일드 추리물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프레임드' 는 만화의 형식을 빌린 퍼즐 게임이다. 주인공 스파이 캐릭터가 만화 프레임 안에서 탈출의 서사를 이어가는 게임으로, 주어진 각 프레임을 적절한 순서로 배치시켜 스파이가 적들의 감시를 피해 탈출하는 것을 매 스테이지의 목표로 부여받는다. 별도 텍스트가 없을 정도로 어렵지 않고 직관적인 게임이지만, 스마트폰 안에서 고전적인 만화의 형식을 이용하되 플레이어가 직접 서사에 개입해 성공적인 탈출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현대 디지털미디어가 구현하는 독특한 방법론을 가장 손쉽게 느껴볼 수 있는 사례로 적절하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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