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찰의 이야기를 담은 게임 'This is the Police 2'

  • 이경혁
  • 입력 : 2018.09.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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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법칙-101] ◆경찰 조직의 이야기, '디스 이즈 더 폴리스 2'

하나의 조직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드러내는 방식은 굉장히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찰 업무라면 현장에서 범인을 체포하는 장면도 가능할 것이고, 경찰서 내에서 여러 사건을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도 다뤄질 수 있을 것이다. 또 수많은 경찰의 인사와 출결을 관리하는 조직 운영의 측면도 무시 못할 것이고, 각 경찰관들의 일상이 일련의 서사로 풀려나가는 것 또한 가능할 것이다.

2018년 여름 출시된 '디스 이즈 더 폴리스 2'는 이러한 경찰과 경찰 조직의 여러모로 복합적인 면모를 드러내고자 노력한 게임이다. 미국의 한적한 시골 마을을 담당하는 보안관 중심의 경찰서를 다루는 이 게임은 치안을 담당하는 공공부서의 모습을 특정한 단면이 아닌 여러 가지 입장에서 조망하고자 했고, 게임 안에서 이 의도는 다채로운 게임 플레이 양식으로 드러난다.

◆조직 관리·전략, 전술·수사, 추리에 서사를 더하다

가장 먼저 게임을 통해 드러나는 모습은 경찰 조직의 운영이라는 측면이다. '디스 이즈 더 폴리스 2'에서 플레이어는 시골 경찰서의 운영을 담당하게 된다. 매일 저녁 다음날 출근해 근무할 경찰을 뽑아 근무조를 편성해야 하는데, 각 경찰들은 개인 사정에 따라 술이 덜 깬 채로 출근하거나 집안일로 인해 출근이 어렵다는 하소연과 함께 출근을 거부하기도 한다. 자칫 근무 경관이 모자랄 경우 여러 사건에 출동시킬 인원이 없어 범죄를 방치하게 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개별 경찰관의 체력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게임은 진행할수록 사건마다 더 많은 경찰관의 투입을 필요로 하게 되며, 이에 따라 플레이어도 개별 경찰관들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근무할 수 있도록 휴식인력과 근무인력의 적절한 배치를 시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새로운 경관을 꾸준히 영입하는 것 또한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마을 곳곳에서 터지는 사건들마다 게임은 최소한의 경관 경험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출동인력을 요구하며, 사건 해결에는 개별 경찰관들이 보유한 여러 스킬이 활용된다. 범죄자를 설득해 무기를 내려놓게 하기 위해서는 높은 설득력을 지닌 경관을 파견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질극을 벌이는 범인을 빠르게 제압하기 위한 총격이 가능한 경관도 준비해야 한다. 능력치가 모자란 경관을 투입할 경우 범죄를 막을 수 없거나 도망치는 피의자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적절한 경관 배치와 더불어 개별 경관들이 꾸준히 경험을 쌓아 각 능력치를 적절하게 향상시킬 수 있는 성장의 방향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디스 이즈 더 폴리스 2'는 단지 경찰인력의 운용만을 다루는 관리형 시뮬레이션만으로 이루어진 게임은 아니다. 특정 범죄조직을 분쇄하거나 강력한 범죄 소굴을 소탕하기 위해 때로는 현장에서 개별 경찰을 조작해 총격전을 벌이면서 용의자를 체포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마치 분대전술 시뮬레이션 게임인 'XCOM' 유를 떠올리게 하는 전술 모드가 '디스 이즈 더 폴리스 2'에는 주기적으로 등장한다. 경관들은 엄폐물을 끼고 범죄자들과 교전하거나 몰래 다가가 곤봉이나 테이저건으로 용의자를 제압해야 한다. 테이저건, 전기충격기, 곤봉과 같은 여러 진압도구는 개별 경찰관들의 스킬과 맞물리며 위험한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해결해 나가기 위한 전술을 플레이어에게 요구한다. 앞서 진행된 운영전략과 아이템, 스킬을 공유하는 '디스 이즈 더 폴리스 2'의 전술 모드는 비록 디테일한 측면에서 높은 완성도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하지만 게임이 단순한 운영 시뮬레이션으로 주저앉는 것을 방지하며 동시에 현장의 긴박감을 놓치지 않게 해준다.

경찰 업무 중 빼놓기 어려운 수사 업무 또한 '디스 이즈 더 폴리스 2'의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 매일 투입되는 경관 중 일부는 마을에서 발생한 알 수 없는 사건의 수사에 투입돼야 하는데, 플레이어는 경관을 투입해 수집한 단서들을 토대로 범죄사건을 온전하게 재구성한 뒤 피의자를 찾아 체포하고 기소해야 한다. 각각의 사건들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때려 맞추기에는 어려운 구성을 자랑하며, 자칫 잘못된 추리로 엉뚱한 사람을 기소할 여지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운영의 전략과 현장의 전술, 그리고 수사업무까지를 폭넓게 다루는 '디스 이즈 더 폴리스 2'는 경찰 업무의 일반적인 패턴을 다루기보다는 매우 특이한 지점을 선정해 일련의 서사로 풀어나가는 방식을 택한다. 주인공인 잭 보이드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잭 보이드는 전작인 1편에서 부패한 관료조직 속의 중심 인물로 활약하던 경찰이었고, 1편의 사건 이후 신분을 숨기고 2편의 무대가 되는 마을로 숨어들어 왔다가 유치장에 갇히게 된 사람이다. 마침 2편의 무대인 샤프우드의 보안관이자 경찰서장을 맡고 있던 릴리 리드는 본인의 정의감과는 별개로 조직에서의 신뢰를 얻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었고, 노련한 전직 경찰이었던 잭 보이드의 제안에 자신의 경찰행정 업무를 맡겨 버리고 만다. 다소 당혹스러운 초반의 이 전개 이후 신분을 숨기고 워런 내시라는 가명으로 샤프우드 보안관 직책을 수행하는 주인공 플레이어는 과거 자신의 범죄 전력을 알고 있는 인물들과의 관계, 새로운 마을에서 벌어지는 경찰 조직과 외부세력간의 권력다툼 등의 일들로 엮이며 하드보일드 누아르 느낌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게임은 다채로운 상황들을 통해 경찰업무를 묘사한다. 순찰활동, 잠입과 교전, 사건 추리에 주인공 캐릭터의 서사까지를 얹는다.
▲ 게임은 다채로운 상황들을 통해 경찰업무를 묘사한다. 순찰활동, 잠입과 교전, 사건 추리에 주인공 캐릭터의 서사까지를 얹는다.

◆디테일이 아쉬운 완결성

전략과 전술, 수사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쓸어담으면서 동시에 부패경찰의 일대기라는 서사까지도 품고자 한 '디스 이즈 더 폴리스 2'는 작은 인디게임 치고는 상당히 두꺼운 볼륨을 자랑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제작규모에 비해 너무 과한 욕심을 부린 탓에 그 결과물의 어정쩡함도 크게 드러나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가장 먼저 두드러지는 것이 덜컥거리는 서사다. 1편을 굳이 하지 않았더라도 2편의 이야기가 어색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 서사의 내부구조 자체가 지나치게 헐겁고 개연성이 없다는 점이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범죄자를 체포한 지역 보안관이 몇 마디 설득에 넘어가 자신의 권한을 처음 보는 외부인에게 위임하는 과정은 쉽게 납득이 어렵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게임 진행 내내 뭔가 얼기설기하다는 느낌이다. 등장하는 개별 캐릭터의 성격이나 그로 인한 이야기 전개는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마치 정해진 결론을 향해 우격다짐하는 것처럼 치달을 뿐이다.

특히 서사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일련의 카툰 애니메이션에 기대고 있다는 점은 여러모로 게임의 이야기를 힘들게 만드는 역할에 일조했다. 제한된 분량 안에서 풍부한 이야기를 담아내기가 어려웠고, 심지어는 초반의 튜토리얼을 겸하는 이야기 도입부는 단순 클릭만 한 시간 가까이 플레이어에게 강요하며 지루한 도입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낳았다.

게임의 어설픔은 단순히 서사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XCOM'으로부터 차용해 온 전술 모드는 'XCOM' 유의 분대전술이 주는 긴장감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많은 장치들이 생략되면서 단지 스타일만을 따라하는 수준에 머물러버렸다. 경찰 운영 모드도 금방 패턴이 드러나면서 난이도 관리 측면에서 후반부터는 단순 노동에 가까운 형태로 변해가는 단점을 넘어서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제한된 개발 역량을 한 군데 집중하기보다는 폭넓게 사용하고자 했던 게임의 의도가 가져온 부족함의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다채로운 경찰업무의 모습들을 담아내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항목 하나하나가 모두 힘을 잃은 모양새가 된 것이다.

아쉽게도 하나하나의 미니게임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에 이르지 못했다.
▲ 아쉽게도 하나하나의 미니게임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에 이르지 못했다. 'XCOM'을 떠올리게 하는 전술모드는 원작의 긴박감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초반 도입부의 지루함을 견뎌보고자 하는 마음까지는 들 수 있을 정도로 '디스 이즈 더 폴리스 2'의 디자인 의도는 매력적이었지만, 게임 속 시간이 서서히 결말로 치달으면서부터 힘이 빠지는 부분은 쉽게 통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쉬움이 보다 진하게 남는 게임 리스트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좀 더 충분한 시간과 탄탄한 자원이 배정됐다면 그 결과물은 조금 달라질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이 게임을 거론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하나의 개념에 대한 다채로운 접근을 시도했다는 색다름의 측면에서다. 이처럼 다채로운 면면을 한 게임 안에 담아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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