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 유치원 붕괴'…안전권은 국민의 기본권인가

  • 마석우
  • 입력 : 2018.09.1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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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이 지반 불안으로 기울어지는 사고가 난 지 나흘째인 지난 9일 오후 관계자들이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이 지반 불안으로 기울어지는 사고가 난 지 나흘째인 지난 9일 오후 관계자들이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75] 어느 건물 하나가 기울어져 있다. 공사 현장에 맞닿아 있는 쪽은 가파른 경사라서 마치 건물이 낭떠러지에 서 있는 듯 위태롭다. 공사 현장 쪽에서 건물을 지탱하고 있던 어떤 구조물이 무너져 내렸는가 보다. 움푹 파인 공사 현장 쪽 밑으로 금방이라도 넘어져 와르르 무너질 것 같다.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얘기다. 말문이 막힌다.

2018년 9월 7일 현재 촬영된 서울 한복판 상도유치원 사진에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는 구절이 갑자기 겹쳐 보인다. 헌법의 맨 처음에 적힌 구절이다. 왜 이 나라가 있고, 우리는 세금을 왜 내며, 국방의 의무는 왜 이행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헌법의 답이다. 그것이 우리와 우리들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확보하는 길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의 아픔을 딛고 지금 정부가 출범했다. 지금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기원하는 국민들의 희망과 염원의 결과다. 올해 초 정부에서 발표한 헌법개정안 초안에 자연재해·전쟁·사고 등의 위험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권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을 겪으며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권리가 국민에게는 기본적 권리이며, 국가는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합의가 이뤄졌던게 그 계기다.

이런 기억을 떠올리며 상도유치원 관련 언론 보도를 다시 읽어보자.

현재 유치원 건물은 1층의 기둥과 콘크리트 옹벽이 주저앉았고 여기저기 균열이 있다고 한다. 이번 사고는 건물 인근의 노후 연립주택을 철거하고 다세대주택을 재건축하는 공사장에서 흙막이가 붕괴하며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지반을 굴착할 때 지반이 붕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우는 것을 흙막이라고 하는데, 이 가설 구조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가 유치원 건물 바로 옆에서 지반 굴착을 하면서 건물 붕괴 방지를 위한 조치를 제대로 못했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더욱 실망스러운 부분은 그다음에 나온다.

유치원 건물 붕괴 위험에 대한 경고가 이미 6개월 전부터 있었다는 대목이다. 지난 3월 19일부터 유치원이 몇 번이나 구청에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구청 측 반응은 공사 시행자에게 조치를 취하라는 말과 문서에 그쳤다고 한다.

그사이에 유치원 바닥에는 30~40㎜의 균열이 나타나고 붕괴의 시그널이 울렸지만 유치원생들은 평소대로 등원했고, 공사는 계속됐다.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권리'라는 말이 무색한 반응이다. 우리 안의 세월호는 여전히 인양되지 않고 바닷속에 침몰해 있는 걸까? 사고 직후에 "관련 민원은 없었다"고 해명했다가 말을 바꿨다는 구청의 정황을 보면, 유치원 건물의 안전 확보가 얼마나 후순위로 밀렸던지 짐작이 간다. 마치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다시 듣는 것만 같다.

부디 이번 일과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랄 뿐이다. 적절한 정부와 지자체의 조치가 있어야 하겠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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