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미식가들의 성지 에밀리아 로마냐의 포도밭

  • 나보영
  • 입력 : 2017.03.0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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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중북부 미식의 고장 '에밀리아 로마냐' - 메디치 에르메테 (상)

[세계의 와인기행-24] 이탈리아는 장화처럼 긴 국토의 전역에서 와인을 생산한다. 많은 이들이 북부의 피에몬테와 중부의 토스카나를 먼저 떠올리지만, 미식가들은 그 사이에 있는 에밀리아 로마냐(Emilia-Romagna)를 빼놓지 않는다. 람브루스코(Lambrusco) 와인으로 유명한 이곳은 파르메산 치즈, 볼로네제 파스타, 최고급 발사믹 식초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메디치 에르메테의 포도밭 /사진제공=메디치 에르메테
▲ 메디치 에르메테의 포도밭 /사진제공=메디치 에르메테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다 에밀리아 로마냐 분기점으로 들어서자 이 지역 대표 와이너리인 메디치 에르메테(Medici Ermete)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서 있었다. 와인 애호가라면 누구나 반가움에 차창을 열고 고개를 내밀 수밖에 없는 광경이다. 과연 이 지역의 이름을 알린 선구자적인 와이너리다운 첫인상이랄까.

 와이너리는 이 지역의 심장부인 레지오 에밀리아(Reggio Emilia)에 자리하고 있었다. 오너인 알베르토 메디치(Alberto Medici)가 따뜻한 미소를 띠며 마중 나왔다. 그는 먼저 이 지방에 대해 소개하기 시작했다. "에밀리아 로마냐는 푸드 밸리(Food valley)라고 불릴 정도로 다채로운 식재료가 탄생하는 곳입니다. 각종 생파스타와 생햄, 치즈와 살라미, 와인과 발사믹 식초가 생산되죠. 이런 풍부한 음식을 바탕으로 각종 요리가 발달한 미식의 고장입니다."

 먼저 들어선 곳은 초창기의 와인 셀러였던 장소였다. 19세기 후반에 바로 이곳에서 메디치 에르메테의 와인 양조 역사가 시작됐다. "지금으로부터 125년 전 저의 증조할아버지가 이 작은 셀러에서 가족 소비 용도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본업으로는 세 개의 오스테리아(Osteria, 와인과 간단한 음식을 파는 선술집 분위기의 식당)를 운영하셨죠. 슬하에 1남3녀를 둔 그는 세 딸에게 오스테리아를 맡기고, 아들에게는 오스테리아에서 팔 와인을 만들도록 했습니다."

 그들의 와인은 맛과 품질이 뛰어나서 주변의 와인 바를 찾던 손님들이 하나둘씩 그들의 와인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결국 와인 바 주인장들이 너도 나도 와인을 공급받기를 원하기에 이르렀다. 알베르토의 조부인 에르메테(Ermete)의 대에 이르러 와인 사업은 본격적으로 확대됐고, 부친과 숙부 때부터는 수출에도 박차를 가했다. 4세대인 알베르토에 이르기까지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메디치 에르메테는 현재 75㏊ 규모의 포도밭에서 와인을 생산해 전 세계 70개국에 수출한다.

메디치 에르메테의 대표 알베르토 메디치
▲ 메디치 에르메테의 대표 알베르토 메디치
 메디치 에르메테의 와인은 토착 품종인 람브루스코가 주를 이룬다. 보통 적포도 품종으로 만드는 세미 스파클링 와인 정도로만 여기는 람브루스코의 품종이 얼마나 다양한지 보여주기 위해 알베르토는 눈앞에 커다란 포도 그림 도표를 펼쳐 보였다. 19세기까지 이 지역의 람브루스코 품종은 무려 56가지에 이르렀으며, 그중 절반가량은 백포도였다고 한다.

 "현재는 6가지 적포도 람브루스코 품종을 주로 재배하는데, 어떤 품종으로 어떻게 만드느냐에 마치 팔레트에서 색상을 만들듯이 다양한 람브루스코 와인을 만들 수 있답니다. 식전주부터 메인 요리까지 다양하게 매칭할 수 있고, 진한 소스나 기름진 요리에도 아주 잘 어울립니다. 특히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매운 음식과도 잘 맞습니다."

메디치 에르메테의 와인 숍에 전시된 와인들
▲ 메디치 에르메테의 와인 숍에 전시된 와인들
이후에는 그들이 만드는 발사믹 식초도 볼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에밀리아 로마냐의 가정식에 다양한 람브루스코 와인을 곁들이기로 했다. 알베르토의 모친이 직접 앞치마를 메고 요리를 만들었다는 말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이곳에서 4대째 와인을 만들어온 가족이 보여주는 요리와 와인은 어떤 맛일까! ('중'편으로 이어짐)

추가 정보
여섯 가지 주요 람브루스코 품종은 '람브루스코 디 소르바라' '람브루스코 마라니' '람브루스코 살라미노' '람브루스코 마에스트리' '람브루스코 그라스파로사' '람브루스코 비아다네제 오 만토바노'다. 먼저 언급한 것일수록 가볍고 신선하고, 나중에 언급한 것일수록 짙고 묵직하다. 메디치 에르메테의 대표 와인은 람브루스코 살라미노 100%로 만든 '콘체르토(Concerto)'다. 닐 베케트가 '죽기 전에 마셔봐야 할 와인 1001'에 등장했고, 이탈리아의 유명한 푸드 & 와인 매체 '감베로 로소'에서 선정하는 최고 등급인 트레 비키에리(Tre Bicchieri)를 8년 연속 받고 있다(2010~2017년). 감미로운 느낌과 아주 미세한 기포가 혀를 감싸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나보영 여행작가
▲ 나보영 여행작가
[나보영 여행작가]

※2005년 기자 생활을 시작해 '주류저널(Liquor Journal)' 수석기자로 여행과 와인을 담당하며 5년 동안 일했다. 퇴사 후 전 세계 와이너리를 여행하며 다양한 신문과 잡지에 기고하는 여행작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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