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라 더 매력적인 전미대학농구 토너먼트

  • 김유겸
  • 입력 : 2017.03.28 06:01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쇼미 더 스포츠-37] 농구를 좀 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NCAA 64강 토너먼트 16강, 8강, 4강, 우승팀을 맞힐 자신이 있는가? 만약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면 정말 그 사람은 농구를 '좀(조금)' 아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NCAA 64강 토너먼트(이하 토너먼트)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농구팬과 심지어는 일부 농구 전문가도 농구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토너먼트 결과를 비교적 잘 맞힐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전체 26번 시드를 받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University of South Carolina)가 4강에 진출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4강 진출 결정 후 "난 그럴 줄 알고 있었어" 하고 믿을 순 있다). 1번 시드를 받은 전년도 우승팀 빌라노바 대학(Villanova University)과 전통의 강호 루이빌 대학(University of Louisville)이 2회전에 탈락할거라 믿었던 사람은 상대편 팬들밖에 없었다. 모두가 예상밖 결과다. 많은 돈을 건 도박사들은 좀 더 정확했을까?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토너먼트 시작 직전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이 찍은 가장 우승 확률이 높은 팀은 듀크 대학(Duke University)인데 우승은 고사하고 16강 진출도 못했다.

 올해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믿을 수 없는 기적' '역사상 최대 이변'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해마다 각종 스포츠 미디어를 가득 채운다. 통계를 살펴보아도 상위 시드 4팀이 모두 4강에 진출한 것은 역사상 단 한 번(2008년)밖에 없으며 전체 1번 시드를 받은 팀이 우승한 것도 고작 세 차례에 불과하다. 게다가 전체 시드 차이가 5에서 25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에도 하위 시드를 받은 팀이 상위 시드를 이긴 경우가 40%를 넘는다. 전문가들 예상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스포츠 전문 'ESPN'이나 'SI.com' 전문가들의 예측 정확성도 과거 10년간 토너먼트 전 예측과 실제 결과를 비교해 보면 무작정 찍어도 나올 수 있는 확률을 넘기지 못한다. 이렇게 보면 토너먼트에서 "예상 밖의 결과"는 놀라운 일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미친 듯이 어디로 튈지 도저히 결과를 알 수 없는 NCAA 토너먼트는 이야깃거리도 많고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이 토너먼트는 광란의 예측 불가일까? 물론 어떤 스포츠나 결과를 미리 알기 어려운 면이 있으나 이 외에도 다양한 이유들이 있을 수 있다. 우선 64강팀 선발과 시드 배정의 근본적 한계를 들 수 있다. 아무리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최신 자료 분석 기술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200여 개 1부 대학팀 전력을 정확하게 평가하여 64개 팀을 선발하고 순위를 정하는 것은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물며 최종 결정을 선발위원들이 모여서 의견을 모으는 것이니 말 할 것도 없다. 이렇게 불완전한 선발팀 순위이니 순위에 따라 결과가 나오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 또한 이러한 순위 정보 영향을 받는 팬들과 전문가들의 예측은 예측자 오류와 정보 오류가 중첩된 결과이니 더욱 부정확할 가능성이 높다. 

 토너먼트 형식 자체가 가진 특성도 큰 이유다. 64개 팀이 참여하는 토너먼트 경기결과를 모두 맞출 확률은 922경3372조0368억5477만7808분의 1이다. 워런 버핏이 모든 경기결과를 맞히는 사람에게 10조원을 주겠다고 공언했던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16강 진출 팀을 모두 맞힐 확률도 200백만분의 1에 불과하다. 따라서 '토너먼트 결과'를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토너먼트 전체를 하나의 예측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예측할 만한 것으로 착각하지만 실제로 토너먼트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경기외적인 요인들도 있지만 토너먼트가 예측 불허이고 흥미진진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대학농구 수준이 상향평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농구 저변이 워낙 넓고 농구를 즐기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잘 되어 있다 보니 수준이 높은 중·고교생 선수가 무수히 많다. 이러한 두꺼운 선수층이 있기 때문에 강팀과 약팀 차이가 크지 않아 팀 내 선수 조합과 화합, 코칭, 당일 컨디션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약팀도 강팀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언제나 있는 것이다. 차이가 크지 않은 수준 높은 팀들이 모여서 변수가 많은 토너먼트 단판승부를 통해 우승자를 가리니 다양한 화제가 쏟아지고 흥미진진한 것이다.

 올 시즌 토너먼트도 이제 4강, 결승 3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라도 우승팀을 맞힐 자신이 있는가? 전통의 강호 노스캐롤라이나 대학(University of North Carolina)? 아니면 올해의 신데렐라 사우스캐롤라이나? 알 수 없어 짜릿한 3월의 광란(March Madness) 피날레가 무척 기다려진다.

 [김유겸 서울대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