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달달'이냐 '바삭달콤'이냐 토스트 열전. 당신의 선택은?

  • maytoaugust
  • 입력 : 2017.04.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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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부부의 수상한 여행-26] "싸구려 호텔에서 묵느라 조식이 포함 안돼 있네. 아침 어떻게 하지?"

"가까운 토스트집에 가죠. 여기저기 많이 있던데."

싱가포르에서는 토스트 가게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x토스트, 석x토스트 등이 될 텐데, 우리나라 토스트 가게가 테이크아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싱가포르의 토스트 가게는 이보다 조금 더 카페에 가까운 분위기를 낸다. 특히 현지인들이 아침식사로 즐겨 먹는다는 '카야 토스트'가 아주 유명하다고 해서 한번 가보기로 했다.

카야 토스트는 중국의 하이난 지방에서 유래됐다. 한때 많은 하이난인들이 영국 선박의 부엌 일꾼으로 일했다. 그들은 현재의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해당하는 영국 식민지에 정착했고 커피, 토스트, 프렌치 토스트를 포함한 많은 요리를 영국인들을 위해 팔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요리가 카야 토스트였다. 코코넛 잼이나 코코넛 밀크 등을 곁들이는 것은 역시 같은 시기에 시작됐다고 한다.

중국의 하이난 지방에서 처음 유래된 카야 토스트. 현재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지아 등지에서 즐겨먹는 음식이 됐다.
▲ 중국의 하이난 지방에서 처음 유래된 카야 토스트. 현재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지아 등지에서 즐겨먹는 음식이 됐다.
이렇게 바삭하게 구운 토스트에 코코넛밀크와 계란으로 만든 카야잼을 발라 먹는 것이다. 위 사진의 초록색 잼이 카야잼이다. 싱가포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토스트집으로는 야쿤카야토스트와 토스트박스가 있는데, 토스트박스는 '딘타이펑'과 '브래드톡' 베이커리 브랜드로 유명한 싱가포르 'Bread Talk' 그룹의 프랜차이즈이고, 야쿤카야토스트는 야쿤토스트라고도 하는데, 브랜드를 만든 중국계 싱가포리언의 이름이 야쿤이고, 카야란 말레이어로 '(달걀의) 달콤한 맛'이란 뜻이다.

싱가포르의 야쿤카야토스트 본점.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 싱가포르의 야쿤카야토스트 본점.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야쿤토스트를 보면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란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싱가포르의 변두리 지역에서 시작하였으나 현재는 싱가포르 내에만 분점이 50개가 넘고 결국엔 그 인기를 등에 업고 한국까지 진출해 있다. 이미 한국에서 먹어본 사람은 실망할 수도 있겠다. 너무 많이 알려져 잔뜩 기대하고 싱가포르에 온 관광객이 이따금 실망하기도 한다고.

"오빠,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토스트도 잘나가던데?"

대만에서 난리난 우리나라 토스트
▲ 대만에서 난리난 우리나라 토스트
언젠가 명동에 갈 때마다 이곳에 위치한 이x토스트를 먹기 위해 기다리는 기다란 줄을 보면 일 다 때려치고 토스트나 팔까 싶었던 적이 있었다고 그녀가 토로했다. 그러고 보니 중국엔 없다는 이 달달한 토스트 맛이 '한국에 가면 꼭 먹어볼 맛'으로 웨이보 같은 SNS에 소개되면서 중화권에서는 이미 유명하고 대만, 홍콩, 마카오 등지 현지 진출도 이미 돼 있다고 한다.

야쿤카야토스트에 들러 대표 메뉴를 주문했다. 카야토스트와 반숙계란 그리고 싱가포르식 진한 커피인 코피(kopi)의 조합이다. 뭐랄까 토스트는 분명 서양식 요리인데 어째 동양미가 물씬 느껴진다. 조금 놀란 건 반숙계란(이라곤 하지만 거의 날계란급인)이 나오고 이걸 풀어 헤쳐 토스트를 찍어 먹는다는 것이다. 계란물에 구워먹는 건 학교 앞 토스트 포장마차에서 많이 봤는데, 토스트를 날계란에 찍어먹는 건 왜일까.

야쿤카야토스트의 대표 메뉴. 카야토스트와 반숙계란, 싱가포르식 진한 커피인 코피(kopi)의 조합. 뭐랄까 토스트는 서양식 요린데 동양미가 물씬~
▲ 야쿤카야토스트의 대표 메뉴. 카야토스트와 반숙계란, 싱가포르식 진한 커피인 코피(kopi)의 조합. 뭐랄까 토스트는 서양식 요린데 동양미가 물씬~
"오빠 이거 계란은 내 취향이 아닌 거 같아."

"그래? 난 먹을 만한데."

어쨌든 싱가포르의 대표 토스트라고 할 수 있는 야쿤카야토스트를 막상 사 먹어보면 부실해보이지만 맛이 달다구리하면서 식욕을 엄청나게 돋운다. 와이프처럼 빵을 좋아하는 빵순이들은 환장할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싱가포르의 진한 커피와 함께 먹는 궁합도 괜찮고. 점원이 커피를 주기 전 우유를 탈 거냐고 물어보는데, 씁쓸하면서 잔잔하게 단맛이 느껴지는 것이 굉장히 맛있다. 시간이 없어서 혹시 못 먹어본 사람이라도, 창이공항 안에도 지점이 있으니 웬만하면 먹어보길 추천한다.

마리나베이샌즈 쇼핑몰 지하에 있는 토스트박스점.
▲ 마리나베이샌즈 쇼핑몰 지하에 있는 토스트박스점.
이 밖에 토스트박스는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앞 쇼핑몰에 위치한 지점으로 브런치 겸 해서 들렀다. 마리나베이샌즈 쇼핑몰 지하 푸드코트 옆에 있으니 찾기 어렵진 않다.

"오 저거 마일로잖아?"

이게 당최 언제적 마일로인가. 초콜릿 코코아 같은 맛이 나는 마일로를 커피 대신 마실 수도 있으니 커피를 즐기지 않는 사람은 이를 택할 수도 있다. 기본 세트 메뉴가 싱가포르달러로 8.90이니 우리 돈으로 7000원대. 빵 몇 개와 커피를 같이 주는 토스트 세트치고는 저렴하지 않다.

어릴때 많이 봤던 마일로를 붓고 있는 토스트박스 점원.
▲ 어릴때 많이 봤던 마일로를 붓고 있는 토스트박스 점원.
"토스트 주제에 되게 비싸네"

"1인당 GDP가 우리나라 2배인 5만달러 넘긴 나라니깐 웬만하면 다 비쌀 수밖에."

토스트박스의 커피 역시 새카만 커피가 인상적이다. 그리고 점원이 말하길 분명 계란은 반숙이랬는데, 이게 몰캉거리는 우리나라식 반숙을 생각하면 안 된다. 멋모르고 깨면 흐들흐들 흰자도 다 안 익은 것이 주욱 흘러나와 손에 묻으며 먹는 사람을 반길 것이다. 토스트박스 역시 정통 야쿤토스트는 아니지만 맛있었다. 빠삭한 싱가포르 토스트냐, 촉촉달달한 우리나라 토스트냐, 당신의 선택은?

[MayToAugust 부부 공동집필 happymaytoaugu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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