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르브론 제임스 진짜 초능력은 내구성

  • 김유겸
  • 입력 : 2017.04.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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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브론 제임스 /사진=AP연합
▲ 르브론 제임스 /사진=AP연합
[쇼미 더 스포츠-40] 현역 NBA 최고선수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는 초능력을 하나 갖고 있다. 제임스가 빨리 달리고 높이 뛰어오를 수 있는 뛰어난 운동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마블코믹스(Marvel Comics)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날아다니거나 눈에서 광선을 쏘는 것도 아닐 텐데 무슨 초능력일까? 바로 내구성(Durability)이다. 무슨 그런 게 초능력이냐고 실망하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제임스의 내구성은 슈퍼히어로 영화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능력 못지않게 경이로운 것이다.

제임스는 순간 시속 최고 32㎞로 달릴 수 있다. 이는 NBA에서 빠르기로 유명한 포인트가드 크리스 폴(Chris Paul)과 같은 속도다. 또한 최고 102㎝에 이르는 점프 능력으로 머리가 골대에 닿을 정도로 뛰어올라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상대편 슛을 블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능력이 흔한 것은 아니지만 세계에서 제일 운동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모인 NBA에서 순간속도 32㎞로 달리고 102㎝ 이상 점프하는 선수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제임스의 신체조건(신장 203㎝, 체중 110㎏, 가슴둘레 118㎝)을 고려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제임스처럼 빠르고 높이 뛰는 선수도 있고, 제임스만큼 체격이 좋은 선수도 있으나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진 선수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아마 NBA에서도 야니스 안테토쿤포(Giannis Antetokounmpo) 등 많아야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체격이 크고 동시에 운동능력이 탁월한 선수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일까? 물론 키가 2m를 넘는 것과 1m 이상 점프하는 것과 같은 것 하나하나가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에 이런 조건들을 동시에 만족하는 일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설사 유전자 복권에 당첨돼 이러한 능력을 동시에 가지게 됐다고 하더라도 결정적 문제가 있다. 체격이 커지고 체중이 증가할수록 탁월한 운동능력으로 빨리 높이 뛰는 것이 관절과 인대 등에 더욱 큰 부담을 주는 것이다. 즉 거대한 몸과 괴물 같은 운동능력을 동시에 가지기도 어렵지만 이러한 능력을 사용할 때 몸이 견뎌내기는 더욱 어려운 것이다. 사실 적지 않은 선수들이 성장기가 지나고 운동능력 발달이 거의 끝나가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엄청난 체격과 운동능력을 동시에 보여주며 많은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이러한 슈퍼유망주들은 대부분 다양한 부상 때문에 선수생활을 마치거나 평범한 선수가 되고 만다. 결국 가장 드물고 가지기 어려운 능력은 이상적인 체격과 엄청난 운동능력이 아니라 이런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뛰어난 내구성이다.

제임스는 2003~2004시즌에 데뷔한 이후 13년 동안 1263경기에 출장해 총 5만시간을 코트에서 뛰어다녔다. 이는 같은 기간에 리그에서 어떤 선수보다도 많이, 오랫동안 경기에 출전한 것이다. 아직 32세인 제임스는 이미 당시 39세에 은퇴한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1251경기)보다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또한 역사상 어떤 NBA 선수도 32세에 제임스보다 더 많은 시간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없다. 제임스의 기록에 가장 근접한 매직 존슨도 같은 나이에 20%(3만9690분) 이상 적은 시간 경기에 나섰다. 많은 팬들은 현재 역사상 25번째로 많은 시간 경기에 출전한 제임스가 큰 이변이 없다면 은퇴하기 전 출전 시간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그가 19세에 NBA 데뷔한 이후 한번도 큰 부상을 당한 적 없이 꾸준히 경기를 치러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인간의 관절과 인대는 110㎏이 넘는 몸이 시속 32㎞로 달리고 1m 이상 점프할 때 동반하는 어마어마한 충격을 견뎌낼 수 있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이러한 몇 분도 감당할 수 없는 큰 힘을 13년 동안 5만시간 이상 큰 부상 없이 버텨낸 제임스의 내구성은 자연스럽게 진화한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말 그대로 초능력이다.

제임스가 조던을 넘어 역사상 최고 선수에 자리에 오를지, 또는 그가 스테픈 커리보다 더 뛰어난 현역 최고 선수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나도 여전히 조던이 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임스의 괴물 같은 운동능력과 내구성이 결합한 '초능력'과 그의 꾸준함은 역사상 그 어떤 선수도 보여준 적이 없는, 그리고 앞으로도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아주 귀한 것이다.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노장이 돼가는 제임스의 한 경기 한 경기가 전보다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김유겸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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